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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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

왕조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에 왕궁이 남아 있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을 일으킨다는 것을 베를린왕궁 복원사업이 웅변해준다. 왕궁은 그 민족, 그 나라의 역사적․문화적 정통성에 대한 확인이자 상징이다. 우리에게 경복궁은 정녕 그런 존재다. 이 점은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보는 시각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자금성, 프랑스 베르싸유 궁전, 오스트리아 빈왕궁, 헝가리의 부다왕궁 앞에서 느낀 감정과 똑같은 맥락에서 외국인들은 경복궁을 보면서 우리 역사의 만만치 않은 저력과 현재적 삶의 역사적 뿌리를 보게 된다.
상처받은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후손된 자의 업무이며 그 임무를 다함으로써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밝게 드러난다. 경복궁을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광화문에 새겨진 영욕의 이력서 中 120-121p

 

얼마 전 광화문 복원 후에도 말들이 많았다. 태종 때 만들어졌다가 여러 번의 소실과 파괴 등을 지나 흥선 대원군 때 복원한 적이 있었던 경복궁의 입구에 위치했던 일제 시대 때 만들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거될 때에도 많은 시비가 있었다. 하지만 복원의 이유는 뚜렷하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복원된 2010년 경복궁 1차 복원정비사업이 완료된 것이 고종 당시 500여 동의 25퍼센트 수준(77p)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아무튼 경복궁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경복궁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창경궁, 덕수궁 등 다른 궁들의 이야기도 기대해본다.

그리고 궁궐 복원 사업을 하면서 필요로 하는 근정전의 박석이나, 문화재 복원에 사용할 금강송 보호를 위해 산림청과 문화재청의 노력도 알게 되어 뜻 깊었다.

한낱 가족이 이사를 가는 경우도 그러하겠지만 나라의 도읍을 옮기는 일이야 얼마나 힘들을까? 싶다. 개성에서 도읍을 옮기게 되는 이야기에 얽힌 무학대사와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경회루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나오게 되는 박자청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고 좋았다.  

 

긴 세월이 지나고 보니 박자청은 진실로 능력 있는 위대한 건축가였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진다. 정도전이 한양을 기획했다면 박자청은 서울의 실제 모습을 만들어낸 건축가였다.(90P)  

 

북한문화유산답사기 이후 끝이 나버렸나? 싶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다시 시작되어 너무 반가웠다. 6권은 조선 시대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에 관한 이야기와 유교수가 제일 많이 들렀다는 선암사와 달성, 거창, 합천과 유교수가 또 다른 고향이 된 부여근교에 관한 답사기이다. 6권이 다시 시작되었으니 앞으로도 전국 방방곡곡을 읽어주는 [문화유산답사기]를 계속 기대해본다. 

나도 거창하면 양민학살사건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유교수님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 보다.

그때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만약 내가 거창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생기면 꼭 그때의 미안함을 글로 갚겠다고. 그리고 20년이 지나 지금에 와서 나는 비로소 거창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답사기는 이제까지와 달리 문화유산뿐 아니라 거창의 모든 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함을 밝힌다.
- 235

그리하여 역사까지를 상세히 읊어주는 경남우파 지역 거창, 합천 이야기 속에 폐사지가 되어 있는 영암사터 등 너무 아름답게 소개되어 있어 미안함을 충분히 갚지 않으셨을까 싶다. 고요하게 기억되는 고도 부여 반교리 청년회원이 되신 교수님 덕분에 백제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고향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조근 조근 이야기해주는 곳마다 예뻐 보인다. 교수님의 글을 읽다 되면 [인생도처유상수 人生到處有上手 ]라고 하시더니만 문화재 읽기의 상수 중의 상수가 아니실까 싶다.  

이왕 청년회원이 되셨으니,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못다한 백제 문화 이야기 더 많이 들려주시고, 통일이 되고 나서 한정적으로만 돌아보았던 북한 지역의 고구려 문화유적도 꾸준히 일러주시길 다시 한 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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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나를 사랑해 - 파리지앵보다 친절한 감성여행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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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에 관한 책들을 정말 많이 나온다. 수도라 그런지 도시 하나만 해도 역사가 많고, 문화, 예술에 관한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한 권이 거뜬하니 말이다.  얼마전 읽었던 paris에 관한 책과는 너무 다른 느낌.가벼운 발걸음으로 둘러보는 파리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따라가는 영화속 장소들-[아멜리에]나 [비포 선셋] 등-이 꽤나 상세하게 나와 있다.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영화 속 장소를 찾아 보면 좋을 듯하다.  

파리를 한 두 번 가서는 만나볼 수 없는 시떼의 시립 병원인 ‘오떼 디유’의 정원이나, MEF(파리 외방 정교회)등이 인상적이다.

맛있는 파리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따로 섹션이 있는 ‘맛있는 파리’ 외에도 170년에 가까운 역사 깊은 ‘폴리도르’ 레스토랑이나 크레페와 시드르의 명소 ‘크레페리 조슬링’에서부터 시장에서부터 로컬 푸드에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현지인인 소피가 왜 소개해? 하던 가난한 여행들의 플런치까지...  무엇보다 언젠가 선물 받은 적이 있는 마카롱에 관한 이야기와 이스파한은 제대로 파리에서 다시 먹어보고 싶다. 무엇보다 ‘카페 되 마고’와 ‘카페 플로르’와 함께 카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파리의 카페는 프랑스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저 차를 마시고 담소는 나누는 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철학․문학․예술을 논하는 토론문화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프랑스 관광청에서 이러한 카페를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요리와 함께 프랑스의 3대 문화로 꼽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독특한 카페 문화 中 220p  


연 700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파리라 파리지앵이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들어왔는데, 이 책에서 파리지앵의 선입견을 조금 벗어볼 수 있어서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족 하나. 신혼 3개월 차의 신부가 파리를 갔단다. 완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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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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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늘 시간에 쫓겼다는 것이다. 가파른 물가 때문이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일 없이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는 내 여행 방식을 포기해야 했다. 다시 일본을 여행할 때는 시간적, 물질적 궁핍에서 벗어나 더 깊은 산골이나 섬으로 들어가 그저 느리게 걷고, 한가롭게 소요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rologue 나의 일본 여행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中

1권의 가팠던 호흡의 원인이 2권의 프롤로그에서야 밝혀진다. 게다가 일본 여행의 시작이라는 시코쿠는 불교 순례길은 2권의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뭐야? 일정이 모두 거꾸로 잖아? 왜 이렇게 편집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파트부터 읽어도 상관이 없는 책이긴 하지만 구지 산티아고에 버금가는 종교적 순례길의 감동을 위해 시코쿠를 마지막에 편집해야만 했을까? 싶다. 
 

 

가만히 나무를 바라본다. 가까이 귀를 대면 깊고 푸른 나무의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이 나무가 살아온 수천 년의 시간을 생각해본다. 이 섬의 삼나무들은 느리게 자라난다. 다른 섬의 삼나무들이 30년이면 자랄 높이에 다다르기 위해 이 섬의 삼나무들은 30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디 자라는 만큼 그들은 오래 살아남는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느리게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왕복 아홉 시간을 걸어 이 나무를 만나고 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잠시나마 세상의 시간 따위는 잊어버린 채 이 숲의 시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수십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지구의 모든 것들을 백 년도 되지 않아 소진해버리는 우리들. 후손도, 미래의 삶도 생각하지 않는 이토록 짧고 허망한 시간 개념이라니. 조몬스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그토록 느리게 흘러가는 지구의 시간을 잠시나마 호흡하는 법이 아닐까.
- 신들의 세계를 허락 없이 기웃거리다 야쿠시마 中 024-025

아무튼, 조몬 삼나무의 야쿠시마도, 에머랄드그린빛 오키나와도 멋지지만 아무래도 시코쿠의 순례길은 대단했다.  

 
나는 ‘종교적인’ 사람보다는 ‘영적인’ 사람이고 싶다. 특정한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기보다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신의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무언가를 간구하는 기도보다는 감사하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고 싶다. 인간이 한없이 약하고 미천한 존재임을 신 앞에 겸허히 인정하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나라에는 신이 많다. 800만 신을 모신 나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세사의 모든 신이 다 모셔져 있다. 마을마다 서 있는 신사에서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가미사마(신)’께 나도 손을 모은다. 물집의 완쾌를 빌려다가 다시 바꾼다. 지금 이 순간이, 이번 생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그저 감사하다고,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절간의 부처님, 빙그레 웃으시는 것 같다.
- 일본에 끌리는 내 마음은 아직 반쪽짜리 31번 지쿠린지~40번 간지자이지 中 189 
 

 1번 절부터 88번 절까지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신곤슈(眞言宗, 진언종)의 창시자인 고보 다이시를 따르는 1200킬로미터의 시코쿠 불교 순례길. 카미노데산티아고의 800킬로미터보다 긴 길이 가까운 곳 일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게 이 책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길 위에서 우리는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는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들여다볼 뿐이다. 걷고 있을 때 우리는 머리를 쓰지 않는다. 찾아오는 모든 만남에 몸으로 정직하게 반응할 뿐이다. 가야 할 길이 험하고 고달플수록 감사할 일은 늘어난다. 눈은 밝아지고 마음은 담백해진다.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고,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이 보인다. 천년 전부터 오늘까지, 욕심 없이 순하게 걷고 또 걸어 자기 자신이 되었던 익명의 순례자들. 그들이 지금 나를 붙잡아주는 걸까. 지구 위에 이토록 영적인 길들이 있다니, 새삼 고맙다.
- 길 위에선 만남도, 헤어짐도 잠시 24번 호쓰미사키지~30번 젠라쿠지 中 155

글쓴이가 길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이렇게 영적인 길들을 따라 나서는 그. 이제 또 어떤 새로운 길을, 새롭게 보게 될 길을 우리에게 일러줄지 궁금하다.

책을 덮으려는 마지막에 이르면 사누키 우동이 너무나 먹고 싶어지는 책. 결국 우동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우동집으로 가게 되는 후유증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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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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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도시의 조건은 이렇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곳, 산으로 둘러싸인 곳,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규모. 너무 번잡하지도 너무 적막하지도 않은 분위기. 도시로서의 편리함을 갖추었지만 미적 품격도 느껴지는 곳. 지금 머물고 있는 도시 마쓰모토는 그 모든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도시 마쓰모토 中 118-119


걷고 싶은 길이라 그러리라 예상은 했지만 내가 본 일본이 아니다.

홋카이도 하면 눈 덮힌 겨울만 떠오르는데 도보여행가라 7월의 늦봄(??)인 홋카이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하며 일정에 너무 쫓기는 것처럼-2권에 보니 그 이유가 나와 있긴 했다. 너무나 가파른 물가 때문(2권 프롤로그 中)이었다고 하더만....- 바쁘게 이동한다. 로프웨이, 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거리를 이용하면서 가는 그의 도보여행이 조금은 낯설다.  

김남희라면...하면서 인정하면서 보는 걷기의 기본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는데....

나같은 사람은 같은 길을 걸어도 이름을 알지 못해 ‘이름모를 들꽃’이 되었을 - 각시원추리와 라리꽃, 금매화, 신부의 볼연지 같은 해당화, 바위틈에 솜다리, 연분홍 붓솔 같은 범꼬리, 보라색 마발톱꽃, 흰털쥐손이풀020p,  분홍 꼬리풀, 연보라 초롱꽃, 노란 금매화, 보라색 바위도라지, 둥근이질풀 069p, 노란 해바라기, 붉은 양귀비, 보랏빛 라벤더 077p- 들꽃들의 이름을 등장시켜주는 글쓴이가 고맙다.

무엇보다 책의 말미 부록에 있는 실질적 여행 Tip이 있어 좋다. 각 구역이 끝나고 같이 있었으면 더 보기 쉬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지껏 그의 책과는 다르게 중간 중간 일정을 포기해서인지, 원고가 바빠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걷기 템포와는 다르게 숨 가쁘게 읽혀져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 싫어하는 내게도 걷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이긴 분명하다.

 

걷기는 풍경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여행이다. 발자국으로 남기는 몸의 흔적이자 지구에게 건네는 몸의 인사다. 길 위에서 기다리는 모든 만남을 몸고 마음에 새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거대한 조각보 후라노와 비에이 中 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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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 - 어느 사회학자의 인문학적 일기장
유승호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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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에든버러에 도착하고 첫날, 여권을 잃어버리고 갑자기 공식적 정체성이 상실된 일(16p)이 일어나고, 성찰 여행이 시작된다. 
 

이 책은 에든버러의 여행기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 여행기가 아니다. 에든버러에서 보고 느낀 것을 여행 중에 쓴 글이기 때문에 여행기이지만, 일반적인 여행기처럼 여행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에든버러라는 도시를 매개로 우리의 문화와 문화산업, 도시발전에 대한 나의 상념을 담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9p

물론 책의 첫부분에 이렇게 밝히고 있긴 하다.  

  

늘 낭만적인 전원 풍경을 생각하며 환상을 가지고 있던 스코틀랜드의 이야기는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그렇게 밝히고 있으니.. 

 

영국이면서 영국이 아닌 스코틀랜드 이야기.
여행기가 아니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보기.
프린지 페스티벌을 다녀온 여행 결과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학계 보고서 같은 이 책 그러나 이렇게 뮤미건조하게....심지어 꽤나 딱딱하다. 스코틀랜드 아이었어서도 충분히 사유해 볼 수 있는 이야기거리들의 이야기이다.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우리 동해안의 7번 국도는 이미 사라졌다. 물론 물리적인 국도는 여전히 그대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들은 사라졌다. 공간은 있지만 사람들의 생활과 흔적이 없다. 사람들이 없으므로 기억마저 없다. 걸어가며, 운전하며 마주치는 가게들은 텅 비어 잠겨 있고 폐가로 쇠락하고 있다. 교차로에서 반갑게 만난 작은 가게는 가까이 가보면 거대자본의 속물이다. 수십 년을 지키는 가게주인은 간데없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종업원은 아무런 기억도, 기억할 것도 없다. 그냥 아르바이트에 지쳐 다른 이의 인생을 그냥 넘겨짚는 망상자도 ‘멍상자’에 불과하다. 동해안 걷기는 순례라는 이름으로 신성화되었다. 오래 걷기가 드물고 그 드문 것에 생명을 부여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높여 부르는 낱말들. 그런 순례자들에게 작은 동해안 국도의 동네 가게는 제주도의 삼다수 물을 건넨다.
- 여행객의 일주일 中 넷째 날, 주변자의 성공방정식 76-77p

에서는 우리의 7번 국도와 통영의 통피랑 벽화 마을과 함께 에든버러의 투철한 장인 정신이 담긴 건 아닐까? 서비스교육을 받은 건 아닐까 하는 반갑게 방문객을 맞는 친절함과 함께 오버랩 되는 이 장면은 왠지 씁쓸하다.  

 

여행을 다닐 때 거의 기념품을 사고 하지는 않지만, 처음 유럽을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처럼 이곳저곳에도 다 파는 기념품인 줄 알고 다음 도시에서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이탈리아에서 작은 기념품이 생각난다.  우리 나라에서는 강원도나 제주도의 선물샵에서도 꼭 같은 기념품을 살 수 있는데 말이다...  

강원도나 제주도나 꼭 같이 방문객을 맞는 친절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도 싶고, 

파리나 로마처럼 도시 인구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 떄문에 결코 친절하지 않은 곳과는 사뭇 다른 에든버러의 모습이 사랑스럽기조차 하다.  

 

다른 사유의 이유로 나도 에든버러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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