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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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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에서 '군사주의와 여성'이라는 글을 접하고서였는데, 나중에 '우리안의 파시즘'에 실린 '진보, 권위 그리고 성차별'이라는 글까지 읽고, '선택'이라는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일 거라는 기대로 읽게 되었다. 밑에 어느 분 말씀대로 아줌마의 푸념에 지나지 않는 글을 보며 드는 배신감이란... 부분부분 주워들을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성학자'라는 이름을 달고 낸 책이라고 하기엔 안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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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족 이야기
조주은 지음, 퍼슨웹 기획 / 이가서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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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만 봤을 때는 ‘전통’이 아닌 ‘현대’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현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현대 가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현대 가족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친구의 자세가 돌연 바뀌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정주영이 회장이었던 그 현대를 말하는 거지?" 이런 식의 확인을 몇 가지 하면서 현대측이나 언론이 노동자들을 귀족화시켜 이용해 먹는 현대 이야기를 읽는다는 둥, 바보 또 하나 탄생한다는 둥 이런 놀림을 받아야했다. ‘현대 가족 이야기’라고 하지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서 ‘울산 현대 노동자(근로자?) 가족 이야기’로 했어야 독자가 혼동을 안 하지 않았을까. 울산 현대 노동자 부인이 같은 처지의 아내들 18명을 인터뷰해서 여성의 시각에서 쓴 책이라고 설명을 했더니 사측이 아닌 정말 순수하게 노동자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겠다며 입장을 바꾸긴 했지만 책 제목이 이렇게 오해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2.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아 여성문제를 다룬 책을 많이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오늘날 이땅의 여성의 지위나 여성의 현실이 이 모양이 되도록 도대체 여성들은 어디서 뭘 했는지는 얘기하지 않고 왜 언제나 가부장제를, 사회를 향해서만 목소리를 외칠까 그런 의문이 들곤 했다. 심지어 어떤 책을 읽고는 작가한테 메일을 보내서 물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 그 자체였다. 회의와 절망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을 접했는데, 작가가 직접 자신이 개입된 입장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점, 여성의 동조나 지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여성 현실이 이랬겠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반영한 점 반가웠다.

3. 책 뒤에 ‘가족 연구와 노동자 생활사 연구에서 선구적이며 독보적인 책’이라는 문구는 뒤집어서 여성계는 그만큼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 만큼 현실과 여성운동사이에 갭이 있다는 얘기 아닐까? 오히려 이런 연구가 이제야 나오게 되었음을 부끄러워하는 문구는 보이지 않고 선구적이며 독보적인 책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으니... 아마도 출판사측의 상업성 의식??


4. 나 역시 2교대 작업장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기에 저자가 답답해하는 부분을 공감하고도 남았다. 바로 나의 현실이기도 했으니까. 울산 현대 노동자들은 거의가 남성 근로자들이었지만 내가 일하던 곳은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비율로 일하던 곳이어서 결혼한 여자들의 삶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 일을 하게 되었을 때 12시간을 일하고도 집에 돌아가면 김치담그는 일이며, 가족들 식사준비와 살림을 도맡아가며 하는 아줌마들의 삶을 보면서 이게 진정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줌마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집안 일을 하다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출근해서 기계 앞에서 조는 모습을 보면 같은 처지인 아줌마들끼리는 동의하에 휴게실에 올려보내 잠을 재우기도 하고, 부서를 잘못 만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야식 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휴게실에 올라가 잠을 자다 내려오는 아줌마들이 부지기수였다. 여행비를 벌기 위해 갔던 곳이었기에 나야 잠시 다녀가면 그만이지만 그곳에서 일을 해서 자식 대학교육시키는 아줌마들의 삶과 작업조건을 보며 야만이 따로 없구나 이런 생각만 들었다.

할 말은 많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다. 다 생략하고 저자가 독자에게 던져준 질문에 답을 하고 마칠까 한다.

어떻게 하면 ‘1가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이 바뀌고, 여성도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모든 건 제도나 장치의 문제이기 전에 현실에 대한 인식부재가 관건이다. 우리 사회가 ‘1가족 1인 생계부양자‘ 형태를 당연시하는 건 결혼이라는 걸 남편, 아내, 아빠, 엄마 이런 ‘역할 분담 놀이’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도 야심이 있고,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이해가 있다면 남편이 돈 벌어오고 아내는 살림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없었을 거다. 가정을 ‘역할’ 논리만으로 돌리려하고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간과하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직업이 가지는 의미도 ‘생계유지수단’ 인식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가정이 기업에 담보잡혀 가정살림마저도 기업이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떤 사람은 직업이 가지는 의미를 생계유지수단에, 어떤 사람은 자아실현에, 어떤 사람은 사회참여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자금줄이라는 데에 둘 것이다. 그런 여러 가지 의미 중에서 ‘생계유지수단’으로만 의미지운 건 우리 사회가 ‘남편은 밥벌이하는 사람, 아내는 살림하는 사람’ 이런 공식을 체화하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했다.

“생활”하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것과 “생존”하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것, 우리 사회는 이걸 구분하는 걸 껄끄러워 하는 것 같다. 직업을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하기위해서라던가,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던가, 발레를 하기 위해서라던가, 음악을 배우고 싶어서라던가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추구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생존해결’이라는 원초적인 이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각자가 남편, 아내, 아빠, 엄마 이런 역할이 아닌 개인으로서 창조적인 삶을 산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줄 해결창구를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식구 각자에겐 자신의 삶이 있고 각 고유의 독립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한 사회라면, 식구들 먹여살려야 된다는 이유로 회사에 그렇게 오래까지 남아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 지 깨닫지 않을까? 살림이든 자녀교육이든 이게 아내만의 일이 아닌 남편과 아내 두 사람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내가 정신을 쏟아붓고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취미생활이 있다면,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하룻동안 인간정신을 실현하고 돌아온 각자의 경험을 얘기 할 수 있는 시간에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면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회사에 충성할 수 있을까?/충성하도록 강요할 수 있을까? 부모라는 역할을 제대로 학습했다면, 개인으로서의 존재를 제대로 자각했다면 일하는 기계와 살림하는 기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을 낳지는 않았을 거다. 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가정이 올바른 정신구조를 갖춘 양질의 인적 자원을 길러내려면 기업이 가정살림을 좌지우지하지 않아야 된다. 근무외 시간을 요구하는 기업의 근무형태는 가정에서 남편 역할, 아내 역할, 아빠 역할, 엄마 역할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기업은 6시 이후의 시간을 가정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정해진 시간만큼 밀도높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지내고,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또한 여성은 여성의 자각없음이 여성의 현실을 좀 먹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여자나 남자나 직업이 무엇이고, 결혼이 무엇이며, 가족이 무엇이며, 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1가족 1인 생계 부양자’ 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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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강서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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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작가만큼의 금액은 아니지만 나 역시 작가랑 같은 경험이 있기에 많은 공감(내용에 공감한다는 말이 아니고, 동병상련 차원의 공감)을 하며 읽었다. 그리고, 작가가 미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예를 들어서 내가 한 달에 수입의 절반을 저축하면 1년 후 얼마가 될까하는 순차적 방식이 아니라 내가 1년 후 1,000원을 모으고 싶다면 한 달에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역순환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 내가 왜 저축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가지고 있냐없냐가 좌우하는 문제이다. "왜 그만큼의 액수가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 따른다면 작가가 말한 순차적 방식이 아닌 역순환 방식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작가는 어느날 뻥뚫린 통장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공허함으로 저축을 위한 저축을 감행했다. 작가는 은행에 찾아가서 통장을 만들면서도 얼마를 저축해야할 지를 고민했다. 목표가 서지 않았던 저축이었기에 생겼던 일이 아닐까? 나이가 20살이 넘은 사람이 은행에 가서 통장 만들기를 헤맨다는 거 꼭 이런 목표가 섰냐 안 섰냐의 문제 말고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큰 거다. 물론 현실은 이에 대해 무감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이 점을 인식하는 순간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엄청난 발전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그 돈을 모아서 뭘 하겠다는 건설적인 계획이 있어서 그렇게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보고 싶은 영화 못 보고, 입고 싶은 옷 못 입고 모은 돈이면 나름대로 정당성을 갖는다. 그런데, 그 액수 그대로 다시 은행통장으로 골인할 돈이면서 그렇게 청승맞은(?) 생활을 하는 건 진짜 미련 그자체라는 생각만 든다. 단순 금액 불리기가 목표인 저축과 무엇을 하기 위한 목표가 서 있는 저축은 차원이 다르다. 창조적인 삶을 사는 사람의 건설적인 저축과 재산 불리기 차원의 단순 저축의 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난 안다. 외국어 공부든, 내가 수행하는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체가 되어 이루어낸 일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은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진다는 것을. 이점에 있어선 비록 저축을 위한 저축이었더라도 작가는 1억을 만드는 저축 과정에서 얻은 게 많았던 걸로 보인다.

우리 사회가 어렸을 때부터 경제관념을 몸에 배이게 해서 저축이라는 거 자체가 일상에서 습관이 되어 있는 저축이라면 작가처럼 폭식하는 저축이 화제가 될 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카드빚에 시달리고, 외국에 나가 싹쓸이 쇼핑하고,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명품에 휩쓸려 다니는 열풍을 낳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경제개념이라는 건 어느 한 순간에 몸에 배이는 게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입시라는 이름 아래 유치원때부터 사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젊음을 공부와 씨름하며 보내야 하는 이땅의 젊은이들을 낳고 있는 현실과 용돈이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현실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용돈으로 부모한테 저당잡힌 인생을 살며 무엇 하나 스스로 계획하고 실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겪을 시행착오가 카드빚이니, 싹쓸이 쇼핑이니, 명품집착이니 이런 현실로 나타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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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니 2004-09-2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마도 책 낼려고 ㅡ_ㅡa 열심히 저축했던 것은 아닐까요?

marine 2005-03-0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책 팔아서 돈 벌려고 저축한 걸로 보입니다 이런 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 확실히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온 사회를 휘감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미국이라는 이름의 후진국
조홍식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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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미국에 대해 알고 있던 상식들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들이었는지 기존의 내 상식을 많은 부분 수정해야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무참히 깨어져 나갔지만 그걸 깨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가 선진국일수록 정치보다 환경에 더 관심이 많아서, 병원비가 비싼 이유가 의료진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들어왔던 나로선 이 책을 읽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료정책에도 자본주의 논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전문가에 대한 대접으로 평가하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은 분명 가진 자들의 눈높이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미국의 의료부분이 프리메이슨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좀 더 공부해봐야할 것 같다.

미국에 왜 비만인구가 많은지, 미국 사람들이 왜 큰 자동차를 선호하며, 왜 외모에 무관심한 지, 왜 그렇게 인종에 집착하는지 그저 막연하게만 추측하고 인지하고 있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미국 거주 한국인들이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다른 소수민족들과 연계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보다 미국 주류사회에 흡수되기 위해 불의를 보고도 꾹 참고 차별을 받아도 인내하는 미련한 '범생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만 잘먹고잘살자주의에 안착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소극적으로 살며 얼마나 잘 길들여져가는지도 알게 되었다.

흔히,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 대한 글을 쓸 때는 현지에 정착하면서 몇 년을 살아보고 난 후에 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1년간 체류하면서 썼다는 이 책을 읽고 난 이제 오랫동안 가져왔던 그런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했다. 그것은 안목의 문제이자, 관심의 촉수가 얼마나 깊이까지 뻗어있느냐의 문제이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몇 십년을 살면서 쓴 사람들의 책을 읽었어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파고들어간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나름대로는 고르고 골라서 읽은 책들이었는데 그 책들은 대개 긍정적인 차원에서 '아, 미국은 역시 좋은 나라야. 한국도 배워야돼' 이런 시각이 많았다. 비판한 책이었다해도 이렇게 깊이있게 다룬 책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서 읽어왔던 책들을 몽땅 합쳐도 얻지 못했던 정보들을 이 책 한 권에서 다 얻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미국을 보는 눈이 한 개는 더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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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이원익 지음 / 넥서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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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유성에 사는 오빠네 집에 갔다가 문이 잠겨 있어 외출한 오빠네가 돌아올 때까지 딱 20분만 책을 보자는 생각으로 동네 서점에 들어가 책을 둘러보던 중, 짧은 말이지만 제목에서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가서 집어든 책이 바로 '비상'이었다. 어제 오후 그 책을 사다가 읽었다.

읽는 내내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려 읽기를 중단하고 책을 덮길 몇차례. 이제는 미련을 떨쳤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과거가 떠올라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파왔다. 책을 괜히 사왔다는 후회가 들기도 하고 차라리 읽지를 말자하고 밀쳐두기도 했는데 결국은 잠을 설쳐가며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다.

저자와는 고민의 차원이 다른 문제였지만 '나는 여자니까'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위안으로 삼고 정면승부하지 않고 덮어두고 미련을 버리려고만 했던 회피한 과거가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특히, 자신이 왜 라팔을 타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유, 삼성재단 이건희 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아야만하는 이유를 작성해서 보낼 정도의 당당함, 패기, 도전정신은 현실 앞에서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하고 무릎 끓어버린 내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
('7막 7장'에서는 '세상의 유일한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 말보다는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더 구체적이라서 와닿는다.) 학원 가고, 과외받고, 어학연수가는 남들 다 하는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영어에 능통해지리라는 나만의 결심을 굳히며 공부 해오던 내 눈에 쏙 들어온 말이다.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납득하고, 스스로 발견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했던가. 유년시절부터 필요에 의해 스스로 터득한 공부방법으로 자신만의 영어공부법을 고집하는 것 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 지 야무진 계획들을 세워 실현해 나가는 그 열정, 젊은이라면 한 나라의 장래를 염려할 수 있어야한다는 말도 있듯이 특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지식이 아닌 한인간이 온몸으로 보여준 진실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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