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셰리 야곱 지음, 노진선 옮김 / 명진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자는 남자의 도전욕구에 부응해야 하니까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라 그 이상은 없다. 다시 말해서, 남자들은 이러이러한 여자를 좋아하니까 여자여 당신은 자신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남자가 좋아하는 모습(질투 안 느끼는 척, 남자인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는 척, 척척척)을 보여라 그런 얘기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해도 되지만, 여자는 남자의 눈에 들도록 노력해야지 남자를 적극적으로 사랑해서는 안 된다? 휴... 이런 메시지는 고리타분하다.

제목부터 저게 뭔가? 여자를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본다면 제목을 저렇게 지었을까? 여성을 여성 자신의 눈높이에서 보지 못하고 남자인 타자의 눈높이에서 자신을 보랜다. 차라리 『여자들은 왜 남자한테 사랑고백을 안 할까?』 뭐 이런 책이 여자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 책 내용대로라면 『이렇게 하면 남자를 조종할 수 있다』 이런 제목이 더 어울리겠다. 이 책을 읽다가 『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라는 책이 생각났다. 제목에 거부감이 들어서 읽어보지는 않은 책이지만 이 책이 딱 그 책 제목과 어울린다.

이 책은 남자의 심리를 읽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남자친구를 대하는 여자의 모습에는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서로의 진실을 가장한 채 안 그런 척 머리를 굴려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들 그게 사랑이련가.

남자친구가 이쁜여자를 쳐다보면? 그냥 쳐다보게 내버려두는 게 장땡이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쳐다볼 때 자신이 실제로 질투를 느끼느냐 않느냐가 관건이지 이책은 질투를 느끼더라도 아닌 척하란다. 그건 자기 기만이다. 나라면 차라리 다른 여자를 쳐다보니까 질투가 난다, 소외감 느낀다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것 같다. 꾹 참고 여자친구 앞에서는 이쁜 여자를 못본 척 하는 남자나 질투 느낀다고 남자친구를 못살게 구는 여자나 피장파장일 뿐이다.

남자나 여자나 착 딱하다. 본심을 감추고 남자를 조정하듯 해야 하는 여자나 쉬운 방법 두고 참 어렵게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는 남자나 사랑을 참 피곤한 방법으로 서로를 볶으면서 하다니...

저자가 말하는 ‘여우’는 ‘현명한’, ‘당당한’ 모습에 무게를 둔 말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여우’는 약삭빠르고, 잔꾀가 많고, 약아빠진 이런 부정적인 인상이 강한 말이다. 이런 걸 떠나 마더 콤플렉스가 번지르르 흐르는 한국 남자들과 남자를 내밥줄로 아는 한국 여자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한국남녀의 시각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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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2009-04-26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원래는 님처럼 생각했답니다. 나는 내식대로 연애할 거라고.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거지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거라고.
그런데 님...
그렇게 착해빠져 살다가 제대로 뒤통수 맞고 피눈물 흘리고 나니까 정신이 차려집디다.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그사람을 사랑해도,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테크닉을 살짝만 써준다면, 두사람이 서로 더욱 잘 지낼수 있을것 같아요.
정말 제 입장에서는 이 글에서 나온 '착해빠진 여자' 예문이 다 저와 들어맞았기 때문에 저는 이 책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네요.

사고뭉치 2009-04-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보면 각자의 경험 세계가 녹아들어 와닿는 내용도 각자 다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