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 - 문국현의 희망 편지 : 우리가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하여
문국현 외 지음 / 웅진윙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에서 뒤늦게 알게 된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에게 한참 빠져있을 즈음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라는 책이 나왔던 것 같다. 그때는 정문술 회장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나머지 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하루가 숨막히는 한국의 직장근무환경에 염증을 느끼다 못해 그 염증이 곪아 터질 지경인 나날들이다 보니 “어떤 회사이길래 ‘희망’보고서라고 했을까?” 퍼뜩 이런 의문이 들어서 그 책을 잡게 되었다.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책까지 손에 잡지 못했을 거다.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가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라면 이 책은 ‘문국현’ 씨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이런 사람을 두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고 하던가? 공기를 숨쉬듯 인간을 숨쉬는 문국현 씨의 인간적인 면에 반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저자가 ‘문국현 외 지음’이라고 되어 있기에 문국현 씨가 쓴 글은 언제 나타나나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넘겨갔지만, 문국현 씨가 쓴 글은 맨 마지막에 두딸에게 쓴 편지 몇편이 고작이다. 이건 독자 우롱이다! 심히 불쾌하다. 이런 뻔히 보이는 잔머리로 책을 팔아먹어야 하는 출판사에 꿀밤 한 대를...

“언니는 대통령 후보 누구 지지해?”
언젠가 회사 동료가 물었다. 그때가 유시민 씨가 후보직을 사퇴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였다.
“나? 문국현! 유시민이랑 문국현이 같이 나오면 누구 뽑을까 고민하느라 머리 터졌을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 머리 안 터지게 됐네.”
그 동료왈
“유시민? 문국현? 하하하! 언니는 이상한 사람만 지지한다. 그 사람들 안 알려졌잖아?”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낯선 사람처럼 거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표 하나라도 아쉽다보니 이 책을 읽자마자 그 동료에게 문국현 씨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결국, 그 동료 입에서 “야, 멋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난 물론 이번 선거에 기대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문국현 씨는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이번 대선보다는 다음 대선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대중에게 노출이 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보니 이번 한큐에 대통령이 된다면, 난 문국현 씨도 문국현 씨지만 한국 사람들이 다시 보일거다.

가치를 지향하다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란다. 이나라 경제를 굴리는 기업인들 중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치만 좀 멀리 내다본다면 삶이 삶다워질텐데, 이나라 기업인들은 그저 막대 끝에 매달린 돈덩어리만 쳐다보고 바둥댄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부산물’이어야 할 것을 ‘목표’로 착각하는 기업인들, 직장인들이 이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기업을 굴리는 기업인들은 진짜 기업인일까? 기업인의 탈을 쓴 ‘장사꾼’은 아닌지...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가치를 지향하지 않고, 의미에 의미를 두지 않고, ‘열심히’ 혹은 ‘성실’만 강조하는 사회이다 보니 이런 분이 더욱 소중해진다.

이책을 읽고나니까 남자보는 눈만 높아졌다. 성공, 출세를 꿈꾸고, 그럴싸한 직업, 비싼 차, 평수넓은 집이 무기인 남자 혹은 그런 게 삶의 목표인양 그것들을 얻기위해 목매는 남자들이 시시하고, 유치해 보이니 말이다. 아휴, 이제 데이트하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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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바라기 2007-11-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읽으면서 마음으로 어찌나 뜨금하던지. 책을 선물하고 싶은데 이 사람을 주위에 알려야 할까 심각히 고민이 되더이다^^. 너무 비교가 되어서리^^. 어쨌든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기분이 들더군요... "...데이트하긴 글렀다..."는 님의 표현에 왜 이리 좋은 미소가 나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