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이원익 지음 / 넥서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 주에 유성에 사는 오빠네 집에 갔다가 문이 잠겨 있어 외출한 오빠네가 돌아올 때까지 딱 20분만 책을 보자는 생각으로 동네 서점에 들어가 책을 둘러보던 중, 짧은 말이지만 제목에서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가서 집어든 책이 바로 '비상'이었다. 어제 오후 그 책을 사다가 읽었다.

읽는 내내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려 읽기를 중단하고 책을 덮길 몇차례. 이제는 미련을 떨쳤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과거가 떠올라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파왔다. 책을 괜히 사왔다는 후회가 들기도 하고 차라리 읽지를 말자하고 밀쳐두기도 했는데 결국은 잠을 설쳐가며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다.

저자와는 고민의 차원이 다른 문제였지만 '나는 여자니까'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위안으로 삼고 정면승부하지 않고 덮어두고 미련을 버리려고만 했던 회피한 과거가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특히, 자신이 왜 라팔을 타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유, 삼성재단 이건희 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아야만하는 이유를 작성해서 보낼 정도의 당당함, 패기, 도전정신은 현실 앞에서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하고 무릎 끓어버린 내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
('7막 7장'에서는 '세상의 유일한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 말보다는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더 구체적이라서 와닿는다.) 학원 가고, 과외받고, 어학연수가는 남들 다 하는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영어에 능통해지리라는 나만의 결심을 굳히며 공부 해오던 내 눈에 쏙 들어온 말이다.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납득하고, 스스로 발견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했던가. 유년시절부터 필요에 의해 스스로 터득한 공부방법으로 자신만의 영어공부법을 고집하는 것 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 지 야무진 계획들을 세워 실현해 나가는 그 열정, 젊은이라면 한 나라의 장래를 염려할 수 있어야한다는 말도 있듯이 특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지식이 아닌 한인간이 온몸으로 보여준 진실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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