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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시대라... 여성시대 남성시대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진 사회가 아니라 정말로 동등한 성평등시대를 만들 순 없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은 그 전에 읽었던 최재천님의 <알이 닭을 낳는다>에 비해서는 좀 실망스럽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생태학적으로 해석할려면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하시지, 이건 여기 조금 찔러보다가 또 저기 한번 찔러보는식이라서 주제에 체계가 잡히지 않는다. 각장 앞부분 마다 여성시인들의 시를 한편씩 실어 놓은것은 의미도 있고 독특하며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불합리한 모순들을 잘 끄집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차라리 저자의 어설픈 의견보다 이런 시들과 생물들의 생태학만으로 책을 엮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너무 저자의 의견을 독자들에게 주입시키려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않좋았다. 그 정도의 생각은 어느정도 사회에 주제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다 하고 있는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아내자랑을 몇번에 걸쳐서 언급하는데 좀 거북스럽다. 마치 자신이 이렇게 깨어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지금의 아내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소리인 것 같은데 아내가 얼마나 대단한 페미니스트이길래 전근대적인 사고를 가졌었던 남편을 그렇게 180도 바꿀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렇다면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고 해외에서 오랜기간 유학생활까지 해온 자신은 아내의 도움 없이 스스로는 권위주의적 사고를 벗어날 수 없었단 말이라는 소리 아닌가? 자신도 그렇게 부인 잘 만나서(?) 진정한 페미니스트에 눈을 떴으니 다른 남자들도 부인을 잘 만나라는 소리인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다른 남성들에게 여성의 시대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단지 자신도 부인을 잘 만났기 때문에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 뿐인데? 부인의 자랑을 늘어놓을 수록 '누워서 침뱉기' 인것밖에 안된다는 것을 최교수는 알아야 할 것이다.
왜 스스로는 변할 수 없는것일까? 이시대가 남성들에게 쥐어주었던 특권이 자신의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 그리고 아내와 딸의 희생을 눈감을 수 있었을 만큼 그렇게 내놓기 싫은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뺏겨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여성의 권리를 우리의 딸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여성은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럴려면 여성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남자에게 잘 보일려고 화장을 하는데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는 진정한 실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지금 서서히 그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지만 남성중심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뒷전으로 물러서 있는 남자들 보다 여자 스스로가 깨어나야 한다. 온세상 여성들이 성불평등에서 해방되는 그 날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 시작인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