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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ㅣ 너머학교 열린교실 1
고병권 지음, 정문주.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3월
평점 :
생쥐는 태어나서 고양이에게 양육된다. 커서 고양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한다. 생쥐는 열심히 공부하면 커서 고양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생쥐는 커서 고양이를 위해 일하는 생쥐가 된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뒤에도 생쥐는 생쥐를 위해서 생각하지 않고 고양이를 위해서 생각한다. 생쥐가 고양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일할 기력이 다 떨어지면 고양이에게 먹이로 먹힌다. 먹히는 순간까지도 생쥐는 생각한다.
'고양이는 생쥐를 먹고 산다. 고양이가 생쥐를 먹는 것은 당연하다.'
고양이에게는 골칫거리 대상이 있는데 바로 '개'의 존재이다. 고양이와 '개'는 앙숙이다. 고양이는 생쥐에게 '개'라는 나쁜 놈들에 대해서 가르친다. 고양이와 생쥐를 잡아먹는 위험한 동물이니 '개'와 마주치면 용감하게 맞서 싸우라고 말이다.
'개'라고 불리는 그들의 가면 속 진짜 모습은 '쥐'이다. 생쥐와 동족인 그래서 생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에게 대항하는 '쥐'.
그렇지만 생쥐는 '개'의 가면을 쓴 '쥐'를 보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한다. 그것이 생쥐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고양이를 위협하는 '쥐'와 '쥐'를 잡아 죽일려고 달려들는 생쥐와 그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는 고양이. 고양이는 이용가치가 사라져 폐기처리된 생쥐들을 산처럼 쌓아 놓고 먹으면서 유유자적 그 싸움 구경을 즐긴다.
우리 사회에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졌다는 것을 모르는, 혹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불의와 맞서 싸우기를 두려워하며 비겁하게 현실을 외면하는 그런 존재들이 많이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우리들이 처한 뼈아픈 현실이다. 소수의 '고양이'와 소수의 '쥐', 그리고 다수의 '생쥐'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어둡고도 차갑도록 시린 단면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