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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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을 읽으면서 먼저 하게 되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신발의 모델명을 계속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작업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들, 이미지를 찾아보니 대부분 지금 신발가게에 가면 살 수 있는 모델들이었다(못 본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신발들은 대부분 이른바 “클래식”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팔리고 있었고, 대체 이걸 신고 어떻게 운동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물론, 따지고 보면 대체 컨버스를 신고 어떻게 농구를 했다는 것인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가지 않는 것도 있긴 하지만.) 특히나, 예전에 코르테즈 형태의 와플형 아웃솔이 적용된 운동화를 구입해서 착용하다가 발목이 너무 아프고 내구성도 정말 별로였던 경험이 있어서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드는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필립 나이트의 행보에는 신기한 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업을 하면서도(심지어 투잡을 뛰면서도) 종종 꾸준히 달리기를 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달리기를 하면서 경영자로서의 스트레스를 지우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 동안에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달리기와 사업을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고 달릴 때 본인의 태도를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고, 결승선을 넘어설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내 앞에 아무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자세가 바로 그 태도의 내용이다. 매일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하며 대학원을 졸업한 백수 상태인 내게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일종의 롤모델처럼 다가왔다.


달리기에서 사업의 태도를 배웠다고 주장하는 사람답게, 이 자서전 또한 한 번도 쉼없이 쭉 치고 나가는 형태로 쓰여있다. 매해마다 발생하는 유동성위기, 파트너쉽의 결렬, 계약과정의 어려움 등등 그 어느 해도 조용하게 넘어갈 일이 없다. 다소간 짧게 처리된 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해에 나이트는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을 것이며 어떻게 하면 본인의 사업을 확장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자서전은 한 번 집어들면, 약간의 두께의 압박은 있지만, 쉬지 않고 죽 치고 나가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반면 그의 성공에 운이 정말 많이 작용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니케(나이키)라는 이름을 결정한 과정, 스우시 마크를 고안해낸 사람과의 만남, 초창기에 함께한 사업파트너들의 능력 등등. 나이키의 초창기 소유주 중 한 사람인 바우어만은 지금도 구글에 검색하면 나올 정도의 전설적인 육상 코치다. 자서전에도 “문학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다고 묘사되는 프리폰테인은 또 어떤가. 결정적으로 필립 나이트 본인이, 아버지가 지역언론사 사주인 금수저이며 (일종의 지역 거점 명문대학인) 오리건 대학교와 (역시나 명문인) 스탠퍼드의 경영대학원을 나와서 대학 강사를 뛸 정도의 엘리트였다는 것도, 따지고 들자면 무시못할 요소이긴 할 것 같다. 물론 이런 것을 갖춘 모두가 다 그만큼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그가 선택한 대단히 불건전한 경영방식은, 과연 지금같은 성공이 아니었다면 감당할 수 있을만한 것이었는지도 약간은 의문이 든다. 우선 “블루 리본”이라는 회사가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거짓말이었으며, 회사가 설립된지 10여 년이 지나도록 자기자본과 보유현금이 없어 언제나 유동성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오니즈카 타이거를, 그리고 이후의 자금줄이었던 니쇼 이와미 상사를 상대로도 거짓말을 반복한다(물론 오니즈카 건은 상호비방이었으며, 이후 법적 분쟁을 통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면서도 본인에게는 거액의 연봉을 책정하고, 자신의 공격적 경영방식과 성장세에 놓인 회사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금융기관을 탓하는 대목이 계속 등장한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정말 저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머리에 계속 물음표가 돌아다니게 만든다. (이 부분은 경영학이나 회계학 쪽에 밝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다.)


이것도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을까? 성공담을 그야말로 성공적인 과정으로 포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분류할 수 있다면,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그야말로 오랜만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단순히 “앞으로는 뭐든 좋은 일만 생길 것이야”라고 주장하는 뻔한 책은 아니다. (물론 그는 일이 잘 풀렸다고는 하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도 있고, 10년의 세월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잘 정리해놓기도 했다. 마치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나는, 그가 이 책에서 쓰지 않은 80년 이후의 나이키에 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갑자기 내 신발장에 있는 270 사이즈의 나이키 탄준, 트레드밀에서 착용하는 275 사이즈의 루나글라이드와 줌보메로가 달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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