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두 번째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좋았고, 그래서 트레바리 24에서도 같이 읽어보고자 추천했다. 다행히도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다른 두 가지 책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하나는 미국의 정치학자 에스핑앤더슨의 “복지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 모임에서 두 달 전에 읽었던 “출퇴근의 역사”.


에스핑앤더슨은 국가 단위의 복지정책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별한다. 미국식 자유주의형, 독일식 보수주의형, 그리고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형. 이 관점에서 보면, "타임푸어"는 자유주의형 복지국가의 워킹맘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모델의 단점을 분석한 뒤에 그 대안으로서 사민주의 유형을 살펴보고,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책이다.


세 유형 중에 저자인 슐트가 살고 있는 자유주의 복지국가는, 다른 두 유형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 반면 사영기업이 복지서비스를 전담하기 때문에 구매비용이 높고, 복지에 대한 투자와 개인적 실패의 부담을 전적으로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다양한 정체성(언론인, 두 아이의 엄마, 동네 공동체의 일원 등등)이 요구하는 행위를 모두 수행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압박감, 즉 이상적인 엄마이면서 동시에 이상적인 노동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 결과가 '오염된 시간'이다.


반면 슐트가 대안으로서 탐구하는 덴마크는, 사민주의형 복지국가다. 개인의 복지에 요구되는 요소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부담한다. 워킹맘에게 필요한 탄력근무에 대한 지원, 실업급여, 육아휴가와 수당 등등. 또한 국가가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지원함으로써 이상적인 XX에 대한 모델도 흐릿하다. 이런 측면에서 덴마크 모델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핑앤더슨은 사민주의 유형에 장점만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유형의 가장 큰 단점은 역설적이게도 사회적 성별분화다.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강하게 보장되는 공공영역에 여성들이 많이 취직하는 반면, 사영기업은 대부분 남자로 채워진다. 이후 서로의 조건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사민주의형 국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교직 등 여성이 많이 진출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몇몇 (찌질한) 논쟁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타임푸어"는 이런 정책적 제언 외에도, 개인의 마음을 다소 풀어놓음으로써 행복을 향해 가는 길도 제시한다. 하지만 정책의 수정과 태도의 변화 어느 한 쪽만으로는 여성(과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개인적 차원과 정치적, 문화적 차원 모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다. 이런 내용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재미있으며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모임에서 읽었던 “출퇴근의 역사”와도 연결지어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이 책은 출퇴근이 우리가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비약적으로 늘려놓았으며, 앞으로 한동안 출퇴근이라는 문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출근을 해서 일터에 고정되어 업무를 처리한 뒤에 퇴근을 해서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모델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슐트는 워킹맘에게 탄력근무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여러 방식의 재택근무 또한, 어느 정도나마 워킹맘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도 한다.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아이를 사람구실 할 정도로 키우려 한다면, 이런 근무형태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견해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워크-라이프 밸런스, 이른바 워라밸(!!!)의 문제와 연결된다. 과연 이 균형을 맞추려면 어떤 유형의 근무가 더 알맞을까? 각각의 형태에서 균형이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출퇴근에서는 출퇴근 이동 자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지만, 재택근무의 경우에는 일터와 쉼터가 분리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각 유형의 장점과 단점에 관한 각자의 가치관에 달린 일인 것도 같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두 책이 제시하는 주장이 분명히 다르며, 이 두 가지는 모순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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