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론 펭귄클래식 86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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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정치사상 숙제> 

問 : 루소의 <사회계약론> 1권부터 4권까지의 내용 중에서, 자신이 판단하기에 오늘날의 정치 현실 혹은 한국의 정치 상황과 가장 연관성이 큰 부분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몇권 몇장의 무슨 내용?), 이 부분에서 루소가 주장하고 있는 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논하시오.

答 :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문제는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의 범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행정부가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만큼 행정부에 소속되는 인원이 입법부나 사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또한 실제 구체적인 일을 처리하는 부서인 만큼 관련된 예산도 집중적으로 필요한 부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권한은 정부의 다른 구성요소들, 즉 입법부나 사법부에 비해 막강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금전적 이익을 매개로 행정부가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각 국가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으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의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행정부의 예산이다. 입법부는 이 예산을 심의하는 데 입법부 구성원 개인의 관심사, 혹은 그 개인이 속해있는 정당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행정 관료들은 자신이 직접 입법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익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입법부와 사법부를 움직여 행정부의 일반의지를 관철시킨다. 

  물론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에, 행정부가 직접적으로 권한을 침범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익을 매개로 각 부서의 구성원들은 ‘알아서,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실제로 권한을 침범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도출한다. 게다가 독특하게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입법부와 행정부를 같은 정당의 구성원으로 선출하려는 투표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선출이 되었을 경우, 일반의지보다는 각 부서의 의지 혹은 특정한 정당의 이익에 따른 의지의 표출이 더욱 교묘하고 용이하게 진행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루소는, 위와 같은 ‘행정의 지배’와 ‘금전의 지배’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 『사회계약론』에서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이 결국 정부의 왜곡과 국가의 해체를 불러오기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루소가 행정부에 관해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넘어가는 구성 ‘원리’를 설명한 루소의 계약 이론 이외에도, 이 원리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는지 혹은 실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루소의 생각에도 주목해야 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한 부를 떼어 행정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행정부를 일반의지를 단순히 집행하는 기구, 혹은 집행해야만 하는 기구로서 규정하고 있다(3부 1장). 그리고 집행기구의 구성원 숫자를 기준으로 민주정과 귀족정, 군주정을 나누고 이에 대해서 분석한다(3부 3장). 여기에서 루소는 민주정은 꿈과 같은 일이고(3부 3장),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그럴듯한 정부형태는 선거에 의한 귀족정이라고 주장한다(3부 4장). 또한 각 국가의 여건에 가장 적합한 정부의 형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서 인구를 꼽고 있으며(3부 2장), 행정부의 권력이 남용되는 형식적 모습과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루소가 귀족정에 대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선거를 통해서 가장 현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행정부의 일원으로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3부 4장).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정부라면,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반영하거나 행정부의 일반의지에 따르는 결정을 하지 않고 언제나 국가의 일반의지를 따라 집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루소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의 일반의지를 집행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그 본질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부와 그 구성원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하고 적합한 정부이며 그 구성원이다. 

  물론 루소는 ‘선거에 의한 귀족정에서는 이러이러한 일이 벌어진다.’ 는 식의 기술을 통해, 귀족정에 대한 어떤 묘사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달리 말하면, 그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행정관의 상, 즉 ‘되어야 하는’ 행정관의 상을 보여주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는, 적어도 현실에서 행정관이 정말 저런 사람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저런 결정을 언제나 내리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루소가 행정부의 일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구체적인 사안에 접근하는지 분류해놓은 방식이다(3부 2장). 첫째는 행정관의 개별 이익, 일개 시민으로서 행정관이 가질 수 있는 행동의 동기다. 둘째는 행정부의 이익, 정부의 다른 부서나 시민과 별개로서 행동하는 동기인데, 이것은 행정부의 일반의지이다. 셋째는 국가 전체의 이익인데, 루소는 이를 진정한 일반의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지의 동기는 대개 금전적 이익을 통해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지고 있지, 덜하지 않다. 루소는 이런 점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즉, 물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 즉 상업적인 이득은 ‘노예들이 쓰는 말’(3부 15장)이며, 만약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들은 피하는 것이 옳다. 물질적인 이득을 매개로 하지 않는 시민으로서의 의식, 자질, 소양같은 것들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인간으로 불릴 수 있으며, 이런 사람 가운데서 행정부의 구성원이 될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루소의 생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상업적 이득을 경멸하는 듯한 루소의 말은, 어느 정도 과거지향적이고 복고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당시에도 이런 경향이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져 알게 모르게 혹은 자발적으로 금전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그에 복종하는 모습들에 대해 루소는 매우 좋은 충격을 안겨다주는 경고이며, 또한 귀감이 될 수 있는 충고를 해주고 있다고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정치상의 문제는, ‘행정의 지배’와 ‘금전의 지배’가 복합되었을 때 나타나며, 이 둘은 상호간에 복잡한 효과를 일으키며 더욱 악화된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향이 가장 처음 나타나던 시기에 루소가 던져주는 위와 같은 충고들은, 우리가 현재 영위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에 대해 가장 원형적이고 근본적인 비판을 던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가 보았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사회의 가장 원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에 대한 해법이 후퇴적인 모습을 띈다고 하더라도, 그가 말하고자 했던 모습과 그에 대한 경보는 충분히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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