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윤리학사』(로버트 L. 애링턴 씀, 김성호 옮김, 서광사, 2003)에서 중세의 윤리학 가운데 토마스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 부분 요약. 윤리학의 주제와 문제들 발표문.> 

문 : 신은 영원한 법칙에 위배되는 어떤 것도 의욕할 수 없다는 아퀴나스의 생각에 대해서, 둔스 스코투스는 신이 영원의 법칙에 따라서 의욕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은 신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평가해보라. 

답 : 

  신과 영원의 법칙에 관한 아퀴나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인간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근거로 계시와 이성 두 가지를 제시했다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계시는 인간에게 신으로부터 직접 전해져온 전언이다. 반대로 이성은 인간이 본성으로서 지니는 인간 자신의 능력이며,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다. 물론 이 이성은 신이 인간을 만들때 인간에게 부여한 능력이라는 점에서 ‘피조물로서 구속’받지만, 그 이외에는 신에 대해 독립적이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인간이 이 이성의 능력을 발휘해서 얻을 수 있는 법칙이 자연법이다. 물론 자연법의 기원에도 역시 신이 관여한다. 신은 자신의 마음 혹은 의지로부터 자연법을 도출하였는데, 그 내용은 ‘신을 사랑하라.’ 를 포함한 여러 가지 도덕적인 형식을 가진 기본적인 명령들이다. 인간은 창조되는 순간 이 자연법 부여받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성은 인간이 이 자연법을 발견해낼 수 있는 가능성 혹은 능력을 뜻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성을 발휘하기만 하여도 충분히 스스로 자연법을 발견해낼 수 있으며, 또한 이성을 통해 발견한 자연법에 따라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의지를 보유한다. 

  스코투스의 아퀴나스 비판은 바로 아퀴나스가 인간이 독립적으로 이성을 발휘해 자신의 삶을 도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 것에 집중되어있다. 이성을 통해 발견한 자연법은 인간이 어떤 삶을 살면 좋은지에 대해 지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런 당위적 힘을 가지지 못한다. 오직 신만이 자연법이 포함하는 명제들을 명령으로 바꾸고, 그것을 선하다고 판정하고 인간이 그렇게 하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스코투스에게 도덕, 선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는 인간 혹은 인간의 이성적인 능력이 아니라 신이다. 신은 자신의 의지로 도덕을 창조한다.

  두 철학자가 보여주는 이런 입장차이는 신과 도덕법칙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아퀴나스의 입장에서는 도덕법칙이 적어도 신과 지위가 동등하거나 또는 둘을 서로 같은 존재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하는 반면에, 스코투스는 명확하게 신을 도덕법칙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 또한 이는 인간의 지위와 능력에 대한 관점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아퀴나스에게 인간은 도덕법칙 전부를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지만, 스코투스가 바라보는 인간은 인식할 수 있는 도덕법칙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완전하다’는 신의 정의와 그로부터 연역되는 신의 속성, 즉 모든 것을 알고 어떠한 것도 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 완전히 선하다는 것에는 스코투스의 견해가 더 정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퀴나스의 경우에는 도덕법칙이 피조물로서의 지위 때문에 신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사실상 그 자체로 다른 존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성을 지닌다. 그러나 피조물로서의 지위 그리고 신의 속성이 언제나 도덕법칙을 향한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도덕법칙의 독립성과 모순을 일으킨다. 모순을 일으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코투스는 이러한 아퀴나스의 맹점을 짚어냈다. 다시 말해 도덕법칙이 실재하는지 의문시하며, 그것을 신의 의지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아퀴나스의 이론적 시도를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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