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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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은 아픕니다. 정말 말 그대로 몸이 아픈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겠죠. 그래서 몸이 아프면 아프겠거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심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죠. 치료는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몸에 병이 생기기 전의 화학적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병의 원인이 내 몸에 있지 않다면, 어떻게 파악하고 제거해야 할까요? 특정한 직장에 다니거나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특정한 병에 더 많이 걸린다면,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처방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사들은 병의 원인이 사회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제도와 정책과 환경과 상황이 병을 일으키거나 심화시키는지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를 연구합니다. 사회나 정치,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의사들이 이런 연구를 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이런 의사들이 종사하는 학문 분야를 ‘사회역학’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이 분야의 여러 연구를 소개하는 에세이를 담은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읽어보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사회역학입니다.

사회역학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특정 질병이나 특정 집단의 건강 상태를 만들어내는 요인을 사회 제도, 정책, 환경, 상황에서 찾는 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당연한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둘 사이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하는 것은 분명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요인은 대체로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연관성 자체를 엄밀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제도, 정책, 환경, 상황이라니 얼마나 애매한 말인지요. 또 이런 연구에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인 위치가 불안정하거나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사람들이기에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이뤄져야 할 치료작업이 잘 수행될 것이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엄밀하고 잘 증명된 연구가 앞에 주어져도, 사람들의 편견은 공고하고 이런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내 돈이 그런 데 쓰이면 안 된다’고 덮어놓고 반대부터 하기 마련이니까요.

저자 김승섭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대상들은 다들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산업재해 피해자들,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들, 저소득가구 많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 비정규직. 이들은 공개되지 않은 작업환경, 회사의 무분별한 정책, 아픔에 공감해주지 않는 주변인들의 태도, 은밀하거나 대놓고 자행되는 사회적 차별 때문에 신체에 상처를 입습니다. 화학약품 때문에 급성 혈액암을 앓고, 우리 사회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자살률이 높으며, 지나치게 주변을 신경 쓰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거나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역학을 하는 의사들은, 이 사람들이 단순히 건강관리를 못했다거나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거나 운이 나빠서 병에 걸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이런 병을 앓는 원인은 명백하게 사회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입니다. 진단이 내려진 뒤에 이들은 병의 원인을 파악해 치료법을 발견하고 시행하는 의사로서의 의무를 수행하죠. 진단이 사회에 있으니 치료도 메스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 개선이나 보완 또는 긴급지원으로 향합니다. 더 나아가 청취자 여러분을 포함해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들의 아픔의 원인인 수도 있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널리 읽힌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작가의 후속작? 격인 작품 우리 몸이 세계라면 입니다. 신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사고를 모아놓은 책인데요. 이 책과 함께 했을 때 일관된 메시지 하나만큼은 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체를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속한 사회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읽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신체의 여러 양상 중에서도 질병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은 다른 양상에 관해서도 주목해 보는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보통 이런 주제는 역사학 사회학 철학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인데, 의사로서 훈련받은 사람이 쓴 글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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