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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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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은 파란색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한 가지로 딱 부러지게 말하긴 어렵겠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내가 받은 그 느낌은 색 그 자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색을 해석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죠. 이 해석엔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관습과 문화가 반드시 반영됩니다.
역사가 미셸 파스투로는 유럽, 특히 프랑스 지역에서 파란색을 이해한 역사를 되짚어 올라갑니다. 검은색과 혼동돼 이름조차 없던 색깔에서 야만인의 색을 거쳐 경건함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가 고귀함을 드러내는 색으로 대우받으며 동시에 가장 대중적이면서 프랑스 자체를 상징하는 색이 되기까지 기나긴 여정을 이 책과 함께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파랑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키워드는 당연히 파랑이 돼야겠죠? 막간 상식으로, 프랑스어로 파랑은 르 블루(le bleu)이고, 이걸 복수형으로 레 블뢰(le bleus)라고 쓰면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왜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레 블레가 됐나 설명해주는 책이기도 하네요.
옛날 사람들은 파란색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 파스투로는 이 주제를 연구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일단 옛날 유럽의 언어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에 ‘파란색’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단어가 없다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바다색이나 하늘색 같은 단어는 있는데 파란색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하네요. 다른 하나는 철학적 쟁점인데, 과연 그들이 보았던 파란색이 우리가 봤던 파란색과 같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파란색을 보게 만들어준 조명이 다르고, 수백년을 걸쳐서 그때 당시 파란색을 내는 데 이용됐던 염료의 화학적 성분도 변했을 것이니까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파스투로는 파란색과 관련된 자료를 가능한 많이 긁어모은 뒤 정리해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시대별로 파란색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석돼왔는지를 이 짧은 책 안에서 잘 조망해볼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이름조차 없었던 색이라는 점은 앞에서 말씀드렸는데, 언급되더라도 야만인들과 함께 언급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로마 군단과 전투하는 게르만인들이 푸른색으로 몸을 장식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게르만인들이 로마 멸망과 함께 유럽 인구 구성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파란색도 함께 서서히 부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세에도 여전히 이름 없는 색이었지만 ‘검은색’과 함께 묶여서 쓰인다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중세의 검은색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신부님 사제 수녀님들이 입는 의례복이 떠오르는데요. 아예 검은색일 때도 있지만, 어른들이 흔히 감색이라고 부르는 짙은 파란색을 ‘검은색’과 함께 분류하는 기록이 종종 보인다고 하네요. 교회 스테인드글라스에도 이 색이 많이 쓰이고요.
이런 종교적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프랑스 왕들 중 몇몇이 자신의 옷을 파란색 천으로 지어 입으면서, 유럽 특히 프랑스 역사의 전면에 파란색이 등장합니다. 이에 따라 1500년대를 전후해 파란색의 이미지엔 경건함에 고귀함이 덧대어집니다. 실제로 천에 파란색을 입히기 위해 유럽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염료의 원료인 꼭두서니가 당시엔 매우 비싸기도 해서, 정말 돈이 많고 고귀한 귀족들만 파란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근거지를 둔 여러 귀족들이 가문을 상징하는 깃발에 파란색을 입히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고요.
이런 사정이 1600년대 이후엔 완전히 바뀌는데,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더 진하고 쉽게 파란색을 낼 수 있는 인디고 염료가 전 세계적으로 대량생산돼 파란색 물건을 더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결과로, 청바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입는 바지가 됐죠. 뉴턴의 광학 연구가 색에 대한 기존의 해석 방식을 바꿔버린 것도 한몫했는데, 프리즘으로 빛을 분리했을 때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었죠.
특히 프랑스의 경우엔, 싼 값에 많이 만들 수 있어서 군인들에게 파란색 군복을 지급했는데 이들이 왕에게서 등을 돌리고 공화국을 건설하는 혁명에 가담해 정치적 의미까지 띄게 됐습니다. 그 결과, 청취자 여러분이 다들 아시는 것처럼, 1789년 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현재 프랑스 국기에도 파란색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사람들이 파란색을 바라보는 한 가지 모습에도 이런 두터운 역사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 책을 읽으시면서, 내가 파란색을 해석하는 방식은 어떨까 한 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작가, 미셸 파스투로의 빨강의 역사입니다. 파랑의 역사에서도 빨강은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색에 대한 해석-느낌은 한 가지 색에 대해 분명히 떠오르기보단, 한 색이 다른 색과 맺은 관계 속에서 해석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빨강과 파랑이 반대인 만큼, 빨강과 파랑이 걸어온 역사도 반대라고 그냥 추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책에도 나오는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빨강과 파랑이 반대라는 것조차 뉴턴의 광학 연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전 시대에 빨강은 그 자체로도, 다른 색들과의 관계에서도 전혀 다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두 책을 함께 읽으시면 색채에 대해 흥미로운 지식을 얻어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