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니케북스 사회과학 시리즈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 니케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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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말들은 많지만 정작 그 뒤에 어떤 사회가 도래할지 또는 도래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하는 좋은 시점이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해답은 없는 상태죠. 이 책을 지은 운동단체인 더 케어 컬렉티브는 그 답이 ‘돌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돌봄의 가치가 잊혀왔다고 봅니다. 내 것만 우선하고 그 ‘내 것’을 돈으로 측정하고 내 모든 활동을 ‘내 돈’을 더 많이 모으는 데 치중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돌봄이 사라져 버리거나 서비스 상품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죠. 그 악영향은 실질적인 가족의 해체에서부터 시작해 노인이나 환자 등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소외와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발생한 전 지구적 불평등과 환경파괴로까지 연결됩니다.

돌봄이 사라진 시대에 발생한 악영향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돌봄을 복원해야 합니다. 가족에서 지역공동체에서 국가에서 세계에서 그리고 환경에서 돌봄의 가치를 인지하고 돌봄을 실천하면, 느리지만 조금씩 그리고 이게 쌓여서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기초를 담은 포고문인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선언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상호의존성입니다.

인간에게 돌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옛날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그러니까 본성적으로 사회적이라는 말도 한 적이 있는데요. 이 말은 약간 추상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돌봄선언의 저자들인 더 케어 컬렉티브는, 적어도 제가 보기엔 인간은 삶의 어떤 순간이든 결핍을 지니고 있고 그 결핍이 항상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본주의적으로 재편된 현대 사회의 구조는 그 결핍들 중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만 보충해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쓸모없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버려 두거나 심지어 비난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실직의 위험을 마주한 사람에게 ‘노력하지 않고 게을러서 그렇게 됐다’고 욕하고, 의료 서비스를 상업화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치료비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 의료비를 모두 부담하도록 강제하고요.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 나라 사람에게 더 접종해야 한다는 이유로 백신을 필요 이상으로 사재기해놓은 선진국들 때문에, 미처 백신을 사지 못했거나 살 돈이 없는 국가들은 인구 대비 접종률이 여전히 10%를 밑돌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런 데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기라도 하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듯 ‘백신 안 놓고 뭐했나’라며 비난을 퍼부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고요.

돌봄선언을 쓴 사람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정치의 원리를 투자나 수익이나 자기보존에서 돌봄으로 바꿔야 한다고, 공적인 기구 즉 국가나 공적 성격을 띤 조직이 이 돌봄을 담당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업이 늘어나면 실업자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 또한 불안해집니다. 실업자들 때문에 불안할 뿐 아니라 내가 실업자가 되면 어쩌지 하면서 불안해합니다.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려 또는 아플 때를 대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니 불안해집니다. 그 불안에서 수익을 보는 어떤 사람들은 그 불안조차 돈벌이 수단으로 삼습니다. 국가가 백신 이기주의를 부르짖으면 변이는 끊이지 않고 영원히 나올 것이고, 그러면 우리 또한 영원히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우리의 불안과 안정은 나의 노력으로만 달성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호의존성의 의미입니다. 이 상호의존성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놓기 위해서 서로를 돌봐야만 합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웬디 브라운의 민주주의 살해하기 입니다. 오늘 우리가 본 책 돌봄선언이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며 서로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민주주의 살해하기는 이런 상호의존성을 파괴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문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지, 이런 문화가 지구촌 사회에 자리 잡은 과정과 그 결과를 이론적으로 추적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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