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이야기 -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아라사키 모리테루 지음, 김경자 옮김 / 역사비평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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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혹시 오키나와 가보신 적 있나요? 아직 저는 가본 적이 없지만, 갔다와 본 주변 사람들 말은 하나같이 긍정적입니다. 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한마디 말은 바로 ‘일본인데 일본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 본토를 갔다 와 본 적이 있는 친구들에게선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이런 ‘일본 같지 않은 일본’이 된 데는 역시나 역사적 배경이 있겠죠? 조선, 일본, 베트남과 더불어 중국과 독자적으로 조공무역을 하던 소씨의 류큐 왕국이었던 전통이 아직도 깊게 배어있지만, 동시에 1600년대에 이미 일본의 주요 번 중에 하나였던 사쓰마번 밑으로 편입돼 일본의 일부이기도 했던 400년의 역사를 엿본 결과가 바로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다’는 평가인 것 같습니다.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은’ 이 지역의 최근 400년 역사를 알아본다면, 앞으로 오키나와에 관광을 가더라도 그 땅에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의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 역사의 뼈대를 잘 추려서 담은 포켓북, 아라사키 모리테루의 오키나와 이야기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내부 식민지입니다.

내부 식민지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실 것 같은데, 오키나와의 현대사를 가리키기에 가장 적당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같은 나라이고 그런지도 아주 오래됐는데 지역적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들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길게 보면 1600년대 초 오키나와가 본격적으로 도쿠가와 바쿠후, 더 정확히는 바쿠후의 번 중 하나인 사쓰마에 정복당하면서 이 ‘내부 식민지’ 상태가 시작됩니다. 사쓰마 번은 일본 본토 남쪽 규슈 가장 남쪽에 있는 세력인데, 이들은 오키나와를 무력으로 정벌하고 류큐 왕국의 사람들을 동원해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해 설탕을 만들었습니다. 류큐 왕국의 왕가인 소씨 가문을 형식적으로 유지하고 이들을 통해 설탕을 아주 싼값에 사들인 뒤 비싸게 팔아 이득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자금은 이후에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류큐 왕국 사람들이 임금이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이게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본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일본이 제국이 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 착취의 강도는 오히려 더 올라갑니다. 이 착취의 절정이 2차 세계대전입니다. 일본은 “본토”에 미군이 상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 방어선으로 오키나와를 지정하고, 오키나와 사람들을 미군과의 전투에서 훈련도 거의 시키지 않고 최전선에 세웁니다. “본토”를 지키기 위해 총 맞고 죽으라는 거죠. 이렇게 전투를 치르면 미군이 질려서 협상을 시도할 거라는 형편없이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전술이었습니다. 이런 일본군에게 질려 미국에 투항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무자비하게 베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본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미군 주둔 문제로 넘어갑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처음엔 일본군을 물리쳐준 미군을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변화하고 일본이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좌절합니다. 이 책의 뒤편에도 적혀있지만 현재 일본 국토 면적의 1%도 채 안 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오키나와 현에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75%가 몰려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일본 본토의 미군을 오키나와로 밀어내 버리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것처럼, 주둔 미군의 지위와 미군 병영과 병사들이 종종 일으키는 범죄에 대한 처리 문제가 오키나와의 가장 큰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있죠. 이게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방자치단체인 오키나와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키나와를 ‘내부 식민지’로 평가하는 게 과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말씀드린 이 세 가지 외에 더 자세한 내용을 이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106회 ‘하이사이 오지상’입니다.

‘하이사이 오지상’은 ‘안녕하세요 아저씨’ 정도로 번역되는 오키나와 사투리고,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고교야구 리그 인기가 참 많죠? 마치 부산 연고인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 나오는 것처럼, 오키나와의 고등학교가 고교야구리그 결승전에 올라가면 이 노래가 나온다고 하네요. 매우 신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 가사 내용, 발매돼 인기를 얻는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그 과정을 인기 여행작가인 인도환타 전명윤 씨가 소개해주는 팟캐스트니, 연휴를 맞아 차분하게 곱씹으면서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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