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중독 -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현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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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소망입니다.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텐데, 이건 너무 어려운 철학적 문제이니 일단 제쳐놓겠습니다. 게다가 우리 눈앞에 놓여있는 더 급한 문제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며 다른 이들에게 부당한 상처를 주는 사람들입니다. SNS와 뉴스 댓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죠.

이들의 주요 먹잇감은 ‘나쁜 짓을 한 사람들’과 ‘편하게 욕해도 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내가 한 마디,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보탠 비난은 거대한 충격이 돼 그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때로는 이것을 ‘정의구현’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일까요? 원래 그렇다고 해도,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이런 경향을 완화시킬 수는 없을까요? 그 답이 우리의 뇌와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에 있다고 주장하는 책인 나카노 노부코의 정의중독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비난입니다.

청취자들은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욕할 때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사실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나쁜 말이 내 입을 더럽힌다는 느낌도 들고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매우 부담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욕먹어도 될 만한 사람’을 욕하는 행위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비난과 욕설은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네요.

‘욕먹어도 될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어떤 사회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이미 끝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을 욕하는 행위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같이 욕을 퍼부으면서 이 공동체에 내가 안전하게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공동체가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비난 행위가 더 강한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는데요.

이런 성향은 진화의 과정에서 동물 시절부터 간직해 온 인간의 본능입니다. 생물학적 토대가 이미 깔려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중요한 건 집단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오래된 격언도 있을 만큼, 사람은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집단은 사회는 때론 아무리 객관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도 개인들이 그런 일을 하게끔 압력을 행사하고, 개인은 그 압력에 쉽게 굴복합니다. 심지어 이 압력은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낮춰서 부르는, 내가 하면 정의구현이고 남들이 하면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이중잣대까지 만들어냅니다. 하물며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키보드로 ㅋㅋㅋ 몇 글자 치는 것 정도야 ‘정의’라는 거창한 명분에 비해서 매우 쉬운 일 아닐까요?

이렇게 노력은 적게 들지만 내가 비난받을 부담은 적고 집단이 추동하는 행위는 우리의 뇌를 ‘욕먹어도 싼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에 중독되게 만듭니다. 이걸 이 저자는 ‘정의중독’이라고 합니다. SNS와 유튜브와 각종 미디어가 정의중독을 심각하게 부추기는 시대이기에, 이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게 현대인의 과제입니다. 저자는 책 마지막 부분에 몇 가지 처방을 내놓는데요. 새로운 것을 계속 경험해 뇌가 늙지 않게 하기, 잠을 많이 자고 제때 음식을 챙겨 먹기, “옛날이 좋았지”라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기,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을 책 읽어보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메타인지 경험을 늘리기 같은 것들입니다. 참, 인터넷의 시대에는 하나같이 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실천하려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입니다. 이 책에서도 인용하기도 한 심리학 책인데요. 이 책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설명하는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연구성과를 더 자세하게 해설해줍니다. 함께 읽으시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를 더 풍성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책이 시사하는 방향은 다소 다른데요. 정의중독이 이런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바른 마음은 미국의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과정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는지 그리고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보수주의자들이 보여주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표를 얻어올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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