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런스 - 무지는 어떻게 과학을 이끄는가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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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앎을 추구합니다. 알기 위해서 이렇게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하죠. 이렇게 알게 된 사실을 지식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흔히 지식을 ‘쌓는다’고 비유합니다. 하지만 뭔가를 알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뭔가를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뭔가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그때서야 비로소 뭔가 알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지식을 추구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선, 모르는 상황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은 이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지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작업에 가장 좋은 분야는, 우리 시대 앎의 최첨단이라고 불리는 과학이겠죠. 무지란 무엇인지, 어떤 무지가 좋은 무지인지, 과학적 지식을 확장하는 데 무지가 쓰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는지 <이그노런스>와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무지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죠.

학문 분야에서 무지와 관련된 아주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실 소크라테스의 말이죠.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사색한 결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런데 사람들은 다들 뭔가 아는 것같이 떠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가 죽은 지 2000년도 더 된 우리의 모습도 그다지 다른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TV에 스마트폰에 인터넷에 둘러싸여서는 더욱더 공고하게 ‘뭔가 알고 있다’거나 ‘금방 알 수 있다’고 착각하죠.

파이어스타인은 이런 환경이나 착각이 우리를 ‘완고한 무지’의 상태로 이끌고 간다고 지적합니다. 발견된 사실은 변하지 않고 항상 고정돼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저장돼있거나 발견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바로 완고한 무지입니다. 완고한 무지의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가 뭔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바로 이 완고한 무지입니다. 자연은 사실로서 그대로 있고 과학자들은 그걸 여러 방법을 써서 발견한다는 이미지 말이죠. 파이어스타인은 현역 과학자로서 실제로 과학자들이 이렇게 연구하지도 않을뿐더러 과학적 지식이 이런 식으로 변화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과학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는다는 이야기를 흔히 떠올리실 텐데요, 파이어스타인의 이야기는 그것과도 약간 결이 다릅니다. 그의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과학자는 각자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자유롭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그 답을 찾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렇게 각지에서 등장한 여러 해답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면 흥미로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거나 우리 삶을 확 바꿔놓을 발명품이 됩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례 두 개만 언급해보죠. 병원에서 사용하는 첨단 촬영장비인 PET, 아마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건강검진때 한번쯤 구경해보셨을 텐데요. 이 장치는 ‘양전자’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듯 전자는 음극인데, 양전자라뇨. 양전자의 존재는 처음엔 단지 칠판과 종이 위에서 수학적으로만 예측됐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대형병원에서 다 쓰는 도구가 됐죠. PCR이라는 것도 있죠. 코로나 검사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데요. 이건 해양생물학자들이 바다 저 밑에 화산 비슷한 열수공에 사는 세균인 호열균을 연구하다 발견한 효소에서 착안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파이어스타인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과연 양전자와 호열균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PET와 PCR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이걸 연구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연구하고 싶었을 뿐이고,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은 그 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올바른 잣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단지 내가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이상한 연구를 오랫동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파이어스타인은 큰 틀에서 가치있는 연구의 범위를 정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가치있는 무지’입니다. 가치있는 무지에서 시작한 연구는 그 무지와 연관된 여러 다른 분야의 문제도 해결합니다. 그런 무지가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 몇 가지를 이 책에서 제시해주니, 청취자 여러분도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에 이 잣대를 한 번 들이대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한 번 읽어드리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저자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의 TED 강연입니다. 책의 출판에 맞춰 진행되지 않았나 싶은데, 거의 10년 전 강연이긴 하네요. 유튜브에서 영어로 파이어스타인 이그노런스로 검색하시면 나오고요. 저자의 목소리로 이 책의 내용을 더 생생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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