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사회사 -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조석연 지음 / 현실문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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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진달래꽃’이라는 시 다들 잘 아시죠? 이 시를 지은 사람, 김소월이라는 것도 다들 잘 아실 거고요. 그런데, 전국민이 모두 다 아는 이 시인이 혹시 어떻게 죽었는지 아시나요? 안타깝게도 김소월 전문가들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편중독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사실엔 대부분 동의한답니다. 이뿐 아닙니다. 우리가 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기억하는 김좌진 장군, 그는 대체 군대를 운영하고 무기를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그 답 역시 아편입니다. 자신이 통제하던 지역에서 아편을 재배해 팔아 군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 ‘마약’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쁘다’라고만 생각하셨다면, 이 두 사례를 생각하시면서 잠깐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약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된 이래, 마약이라는 단어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됐는지는 시대마다 다릅니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두 사례처럼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정신 속엔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제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또 시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로서 간주하죠. 동시에 마약의 반대편에는 정상적인 것, 문제가 아닌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이라는 대립쌍이 놓입니다. 그래서 마약이 취급되는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왔는지를 보는 좋은 거울, 반면교사가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마약을 역사적으로 탐구한 책, 조석연의 마약의 사회사를 오늘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마약에 관해 살펴보는 책이니, 키워드는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마약의 이름을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아편, 대마, 필로폰입니다.

마약은 나쁜가요?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약은 개인에게 매우 나쁩니다. 하지만 개인에게 나쁘다고 해서 사회가 이것을 언제나 금기시하거나 규제하려고 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는 개인에게 나쁜 것을 몰래, 때로는 대놓고 생산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캠페인으로서 마약을 규제하려 드는 게, 오히려 이런 생산과 유통을 가리는 전략으로 기능할 때도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에서 시행한 아편정책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조선 말기 한반도는 대외적으로도, 실제로도 아편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는 않은 국가였습니다. 청나라가 아편으로 망하는 것을 보면서 조선 정부가 단속을 철저하게 했던 탓도 있죠. 하지만 일제는 의료용 군수용 아편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고, 한반도는 생산지로 매우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 민간의 재배와 사용을 단속하고 일본 기업에게 전권을 넘겨주면서 아편을 상품작물로 변화시켰습니다. 겉으로는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기업에 조선에서 아편을 재배하게 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게 만들려는 정책이었죠.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아편은 일본의 탄압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래서 반일감정을 가진 지식인들은 아편을 복용하고 몸이 망가져가면서 ‘나는 항일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합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일제가 패망한 뒤에 두고 가버린 아편은 독립 이후 195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유통됩니다. 길거리에 아편 중독으로 쓰러지거나 죽어서 널브러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들고 나온 카드는 ‘북괴’였습니다. 간첩이 아편을 재배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좀먹은 뒤 적화시키려 한다는 선전이 나돌면서 인식도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 때 우리나라에서 아편의 이미지는 냉전 체제 유지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편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한 건 대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도 어렸을 때, 여러분이 좋아하시던 아이돌이 잡혀가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마는 옷감 만들 때 쓰이는 작물이라 흔하디 흔했지만, 마약으로서 이용가치가 발견되는 순간 단속대상으로 바뀝니다. 특히 “미군”들이 가지고 들어와 “사회혼란”을 불러오는 “서양퇴폐문화”를 즐기는 반정부적, 반항적 성향의 청소년 대학생들이 대마를 하는 것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때 대마는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측면이 크죠. 앞에 언급한 아편이나 이후 문제가 되는 필로폰에 비해서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현저히 적은 것이 상식처럼 통하는데도 ‘마약’이라는 범주로 묶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필로폰을 보죠. 필로폰은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지는 마약이라 생산할 때 냄새가 난다든가 물을 끌어서야 한다든가 하는 등 오염이 다소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본의 마약 사범들은 필로폰 생산지로 한국을 선택하죠.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파악하고서도 다소 암묵적으로 승인하다가, 일본과 외교관계를 개선하는 데 이 카드를 써먹는 등 필로폰에 대한 태도를 정권의 필요에 따라 바꿔갑니다. 이런 정책은 안타깝게도 이후 큰 역풍이 돼 되돌아오는데요. 일본에 필로폰을 수출할 수 없게 된 한국의 마약 생산자들이 필로폰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필로폰은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마약사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약이 되고 유통량 사용량도 급증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세 마약을 다루면서, 한반도에 있었던 여러 정부들이 마약을 다루는 태도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바로 공급만 통제하려 할 뿐 수요를 억제하려 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마약을 만들고 팔고 하는 사람을 열심히 붙잡기만 할 뿐 이들이 다시 마약을 하지 않게끔 치료하려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의 편견에 기반해 가시적인 성과에만 몰두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들지 않는 태도, 즉 공동체의 행복이 아니라 정권의 유불리에 의해 마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특성의 단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에서, ‘이런 방향으로는 마약을 결코 근절할 수 없다’는, 다소 섬뜩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를 해드려야 하는데… 마약 관련 콘텐츠 가운데 아이와 투게더할만한 것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연결지어본다면, 한국에서 또는 외국에서 마약 사용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뮤지션들의 음악을 아이들과 함께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비틀즈라든가, 마이클 잭슨이라든가, 너바나라든가, 신해철이라든가, 들국화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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