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세계 -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 창비만화도서관 4
라일라 외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든 소수자라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소수자의 벽을 경험하는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 정도로 넘겨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 소수자로서의 특성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면, 어떻게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들에겐 이 세계가 어떻게 보일까요?

이 책에 제시된 만화 네 편은 그 답을 "토요일의 세계"와 "토요일이 아닌 세계"로 나눠져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 실린 네 단편 중 청각장애인이 삶을 다룬 단편 "토요일의 세계"에 나오는 말인데요. 왜 "토요일의 세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번화한 도시에서 초중고가 한 건물에 붙어있는 읍면지역으로 전학 간 학생의 이야기인 "전학생은 처음이라"에서도, 교회에서 마련한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한 남성 성소수자의 이야기인 "캠프"에서도, 가정폭력이 싫어 집을 뛰쳐나와 보호센터에서 자란 청소년을 다룬 "옥상에서 부른 노래"에서도 세계는 명백히 두 개입니다. 단지 "토요일이 아닌 세계", "도시의 세계", "이성애의 세계", "가정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대편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죠.

그들의 세계에도 일상이 있고 사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면당해왔기 때문에, 이 시간엔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보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편만화집 토요일의 세계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소수자입니다.

퀵서비스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이 만화는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청소년, 남성 성소수자 청소년, 도시에서 비도시로 전학 간 중학생, 아동보호센터에서 성장한 청소년입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앞에서 말씀드렸던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고 양쪽이 모두 존재한다고 증언합니다. 그렇다고 양쪽이 그렇게 막 다르진 않고, 그들에게도 일상이 있고 그 환경에 맞춘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소수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퀵서비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다수자"인 누군가 또는 우리들이 그들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외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안 들리면 말 못한다는데 너는 어떻게 말을 해?"라며 그들에게 직접 무심하게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공격적 편견으로도 나타나고요, 하나님의 이름으로 회개와 반성을 종용하는 사회적 폭력으로도 나타납니다. 법의 보호대상으로 삼지 않아 생계에 종사하다 생긴 사고 때문에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이는 제도적 소외로도 나타납니다.

‘토요일의 세계’라는 단어는, 표제작이면서 청각장애인 청소년의 삶을 다룬 단편 ‘토요일의 세계’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그렇지 않은 동네로 이사한 주인공이, 이전엔 눈에 띄지 않던 장애인 비하나 생활 속 불편함을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이전에 살던 동네에 놀러가 예전 친구들과 놀고 그 동네가 좋다는 의미에서 ‘토요일의 세계’와 ‘토요일이 아닌 세계’를 비교하는 맥락에서 등장하죠.

이렇듯 소수자에 대한 폭력은 ‘잘 운영되는’, ‘정상적인’ 법과 제도와 사회의 이름으로 자행되기 때문에 스스로 소수자이지 않은 한 그런 세계가 있는지 알아내기 매우 힘듭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서로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한다면, 조금이나마 소수자를 덜 외면하는 덜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우리가 시간을 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체험해보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입니다. 역시나 표제작인 ‘토요일의 세계’의 청각장애인 주인공이 ‘두 세계’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소설로 등장하는데요. 토니오 크뢰거의 주인공은 쓸모없는, 실용적이지 않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쓸모있고 실용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며 어른들의 칭찬을 받는 친구를 짝사랑? 동경? 하기도 하고요. 여기에서도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이라는 ‘두 세계’가 등장하죠. 혹시나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분들 중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오늘 우리가 살펴본 단편집을 읽고 흥미를 느끼셨다면, 이 소설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