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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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말, 조선 정부의 학정과 가난을 견디다 못한 함경도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탈출을 시작해 중국 간도 지방이나 훗날 러시아 영토가 되는 연해주에 정착해 살아갑니다. 이 척박한 지역에서 어떻게든 논과 밭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떻게든 취직을 하기 위해서, 취업을 알선해주는 사람에게 속아, 또는 중국이나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의 철도 부설, 광산, 벌목 작업에 동원되는 공장노동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공사 관계자인 러시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조선인이 아닌 다른 노동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역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도, 당연히 생겨났습니다.

아버지가 하던 통역 일을 이어받으며 중국어, 러시아어, 조선어에 능통한 여성 통역가가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킴 스탄케비치. 스탄케비치는 첫 남편의 성이지만, 아시아인이고 하층계급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버린 인간인 탓에 이 이름을 자주 쓰진 않습니다. 그는 단순히 통역을 할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관철시키는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해냈습니다. 러시아어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신문물을 접하며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념, 공산주의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국인 조선이 일본에 점령당하고 그들이 러시아의 반공산주의자들과 동맹을 맺고 연해주로 몰려온다는 사실을 알자, 일본에 저항하는 공산주의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서 다시 연해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공산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독립운동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연해주로 돌아가는 그의 앞엔 어떤 운명이 놓여있을까요? 첫 한국인 여성 공산주의자 독립운동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그 이름을 만화로 만나보시겠습니다. 김금숙의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연해주입니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연해주라는 공간이 지닌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알렉산드라의 생애와 활동에서 이곳의 특성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1800년대 말 조선사람들이 건너갈 때만 해도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지만, 러시아 제국의 정책에 따라 갑자기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급부상합니다. 끝내는 청나라로부터 넘겨받아 러시아의 영토가 됐죠. 학부모 청취자 분들이라면 러시아가 사계절 운영할 수 있는 부동항을 차지하려고 애쓰다가 한반도에 주목해 여기까지 왔다 뭐 이런 내용을 국사시간에 배우시기도 했을 겁니다. 분명히 러시아 영토이고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급속한 경제발전은 이뤄지지만, 모스크바 수도는 저 먼 서쪽 끝이었기 때문에 행정력이 그렇게 꼼꼼하게 미치는 편이 아니었어요. 오죽했으면 모스크바 쪽이 공산주의 물결에 물들고 있을 때, 러시아 제국을 부활하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이쪽을 본거지로 삼았을 정도니까요. 이런 공간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입니다. 대체로는 자신이 원래 있던 지역에서 떠나 순수하게 돈을 벌고자 모이는 사람들이었겠지만 말이죠. 조선인 또한 그렇게 모여든 소수민족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엔 청나라 한족도 있었고, 만주족도 있었고, 러시아 사람이나 동유럽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전쟁포로가 돼 공사인력으로 끌려온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공산주의에서 이야기하는, 그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노동자라는 정체성만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 것이죠. 이들은 노동조건의 향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을 조직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를 싼 값에 써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에겐 이런 운동이 영 마뜩찮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와 일본 정부는 동시에 공산주의 운동을 탄압하려고 눈에 불을 켜죠. 이 때문에 이 시기의 공산주의 운동은, 김알렉산드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독립운동, 반일투쟁의 성격도 분명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점을 인정받아 김알렉산드라는 2009년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독립운동가로 인정하고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요새도 그런 것 같지만, 우리는 독립운동을 이야기할 때 보통 간도 즉 중국 쪽 국경지대에서 일어났던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사시간에도 그렇고, 한국 성인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윤동주 또한 간도 출신이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상해나 중경 쪽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배우죠.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연해주 또한 조선 사람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가서 지냈던 공간이라는 점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정철훈의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입니다. 이 만화의 원작이자 모태가 된, 김알렉산드라의 전기입니다. 이 만화책에도 원작자로서 이름이 들어가있기도 합니다. 꽤 두툼한 책이니, 그의 삶과 행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만화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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