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1
서이레 지음, 나몬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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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장에 나와 해물을 파는 소녀가 있습니다. 이름은 윤정년. 돗자리에 물건을 깔아놓아 상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목청이 좋아 돈을 받고 노래를 부르는 일을 더 자주 합니다. 어느날 수상한 사람이 찾아와 무대에 서 볼 생각은 없는지 제안하지만, 정년은 왠 사기꾼을 다 봤다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겨우 돈을 벌 정도로 집안꼴은 비참하고, 가난의 서러움에 어머니와 말다툼을 크게 한 정년이는 그 길로 아까 그 사람을 찾아가 무대에 서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합니다.

정년이 찾아간 곳은 매란국극단, 여성배우만 기용해서 신파적인 주제로 극을 만드는 창작집단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긴 하지만 연극이기에 춤과 동작도 연습해야 하고, 대본에 맞춰 캐릭터를 해석하는 작업도 연습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을 시작한 것이죠. 게다가 남자 배역도 소화해야 하기도 합니다. 극단 간부들은 정년이의 노래 실력에 주목해 연습생 입단을 허락하지만, 갑자기 굴러온 데다 간부들의 주목까지 받는 통에 정년이는 같은 또래 다른 연습생들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립니다. 급기야는 ‘새로 온 주제에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심보에 휘말려 연습생 정기 공연 춘향전에서 해석이 가장 까다로운 주조연 캐릭터인 방자를 맡는데요. 정년이는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 배우로서의 삶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1950년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던 국극을 배경으로 여성 배우들의 땀과 눈물, 노력을 담은 웹툰 정년이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국극입니다.

국극이란 1950년대 유행했던 연극 형식인데요. 우리나라 19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예술 형식이 많이들 그렇듯, 국극도 전통 예술과 이른바 서양예술? 현대예술? 이 혼재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에 있는 여러 자료 영상을 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일종의 뮤지컬이나 오페라입니다. 대신 그 안에서 노래 부분을 우리가 아는 국악의 창으로 합니다. 창이 삽입되다보니 스토리 역시 창 전통에서 가져온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 웹툰 안에서 잠깐이라도 언급되는 유명하고 인기있었던 국극으로는 정년이가 연습생 공연 무대로 데뷔했던 춘향전이라든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을 다룬 자명고가 있네요. 햇님 달님 같은 작품도 유명했다고 하고요.

전통적이지만 동시에 현대적이기도 한 꽤 신선한 형식이라 1950년대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였다고 합니다. 특히 전쟁 직후 특히 여성들을 매우 무겁게 짓누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로만 이뤄진 배우진들이 나와 공연한다는 특성 때문에 당시로서는 금기시되던 여러 과감한 표현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여성 관객이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이 만화에서도 보면 극초반에 남성 역할을 맡은 배우와 여성을 맡은 배우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부채로 가리긴 하지만요. 국극 연극 장소는 당시 사회적으로 소수자였던 여성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로서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다는 게 많은 연구자들의 해석입니다. 이 만화 또한 그런 면을 매우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설정이나 연출, 대사를 보여주고 있고요.

정년이를 포함해서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국극 배우들인데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자료를 조사한 범위 내에서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실존 명창들의 성격을 재현하고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반영해 표현하려 많이 노력했다고 합니다. 배우들에게 열성팬이 쫓아다니면서 결혼식 사진을 찍자고 요청한다든가, 무대에선 멋지지만 무대 밖에선 여전히 여성으로서 차별을 겪는다든가, 극단 내에서 있었던 여러 경쟁이나 심리전, 시기, 질투같은 것들도 말이죠.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웹툰 정년이입니다. 책 정년이를 가져와놓고 웹툰 정년이를 추천드리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아직 연재하고 있는 만화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책 내용에 비해 이야기가 꽤 많이 진전됐기 때문에, 책으로 나온 1~3권을 읽고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종이로 출판되기 전에 웹으로 미리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런 재미있는 웹툰 하나 알고 나면, 일상이 조금 따분하고 무료하더라도 새 회차 업로드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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