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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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집에 앨범 갖고 있는 분? 예뻐서, 자랑하려고 집안 곳곳에 둔 액자에 있는 사진도 그렇고요. 하지만 너무 오래 갖고 있으면 색이 변하거나 바스라집니다. 빛 바랜 사진이란 표현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졌다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어떻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일까요? 더 오래된 중세 그림은 또 어떻고요. 1년에 관객이 몇십만, 몇백만씩 드나든다는 해외 유명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은 사람들 숨결만으로도 100년 못가 망가질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망가지고 사라져가는 미술품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보존가 또는 복원가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물감을 재현해야 하는 화학자면서, 캔버스나 액자를 먹어치우는 세균 곰팡이 벌레를 막아내는 방역전문가이기도 하면서, 예술품 복원에 들어가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행정가이자, 예술품 복원의 의미를 찾아내는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미술품 복원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책을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보존과학입니다.

미술품을 복원한다는 건 어떤 활동일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작품이 만들어졌던 그 당시의 물리적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물리적 상태가 어떤지 아는 게 불가능하고요, 같은 색으로 칠한다고 해도 즉시 만들어진 물감 색깔과 시간이 지난 뒤 물감 색깔은 시간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다면 그림에 쓰인 물감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설상가상으로 옛날 화가들은 여러 원료를 섞어 직접 물감을 만들어 썼기 때문에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무시하고 복원하려다가는 며칠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땜질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버리고 말죠.

먼지가 쌓이고 이물질이 묻으면 그림도 청소를 해야할 텐데, 그림 청소는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집청소하며 바닥 닦는 것마냥 물걸레질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납니다. 대충 했다가는 먼지와 이물질이 그림에 그대로 들러붙어 그림이 영원히 변형되고 말 것이고요. 그렇다고 청소하지 않고 그대로 두자니 그림의 색감이 변하거나 어두워져 원래 모습을 잃고 맙니다. 먼지와 이물질만 문제인가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빛마저도 그림한텐 문제입니다. 사진이 변색되는 것처럼, 빛을 받으면 그림 색도 변하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 먼지나 이물질이 묻고 쌓이는 게 작가의 의도라면, 복원가는 뭘 해야 할까요? 미술평론가들이 ‘세월의 흔적이 중요하다’고 우긴다면, 보존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존가 복원가는 미술에 대한 식견뿐 아니라 과학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잘 청소할 수 있을지, 색의 성분은 무엇인지,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변화했고 원본과 가능한 한 비슷하게 복원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어떻게 보관해야 그림에 손상이 덜 가는지 등 기술적인 부분은 모조리 다 과학입니다. 그림 일부를 떼어낸 뒤 방사성동위원소를 측정해 캔버스가 생산된 연도를 알아내고,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그림의 정체를 밝혀내고, 온갖 첨단 건축기술을 이용해 그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일 모두가 과학의 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책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화가의 딱 보면 모두 ‘아’하는 그 유명한 여러 그림의 뒷면에 숨겨진 과학을 이야기해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영화 인사동 스캔들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영화를 두고 예술품 복원에 대한 단편적인 인상을 제공해주는 영화라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지만, 예술품 복원을 다룬 콘텐츠로 이만큼 잘 알려진 영화도 없죠. 엄정화와 김래원이 주연을 맡았고, 조선 최고의 화가 안견의 말로만 전해지던 그림 진품을 복제하려는 범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 주요 이야기입니다. 명작 반열에 올라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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