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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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에리봉은 프랑스의 현대 철학 사회학자 연구와 성소수자 문화 연구로 잘 알려져있는 사회학자입니다. 그는 노동자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서 공업이 흥했다가 몰락하던 도시에서 자라났습니다. 성인이 될 무렵 ‘지긋지긋하다’고 느꼈던 그 도시를 떠나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에 정착하며 살아갔고, 좋은 책 몇 권을 출판해 학계로부터 인정받아 대학 교수가 됐습니다. 가족과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요.

그러던 어느 해 마지막날 밤, 간간이 연락하던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걸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들 정도로 소원하던 관계였기에, 망설이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내가 자라온, 나의 행동과 습관과 사고방식을 만들어낸, 하지만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 장소로 다시 갑니다. 그 길에서, 내가 어른이 된 뒤에 배웠던 내용과 연구에 사용한 방법으로 나 스스로를 분석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사회는 나에게 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인정하는 여러 사회적 개념들이 엇갈리는 거미줄 위에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나는 어떤 존재가 됐고 어떤 존재인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엄마와 가족들에게 물어보며, 내가 살았던 시기 그 지역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이 모든 결과를 내가 공부한 이론과 겹쳐봅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하나의 대답이 바로 이 책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아비투스입니다.

이 책의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자신의 삶을 분석하면서 염두에 두는 사회학적 개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아비투스입니다. 피에르 부르디외라는 사회학자가 ‘구별짓기’라는 책에서 제시한 것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행동양식입니다.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소속된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를 구별하는 표지가 됩니다. 사용하는 언어습관이나 밥상 예절에서 시작해 선거 때 투표 행태와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아비투스는 매우 폭넓은 행동양식을 포괄합니다.

디디에 에리봉이 이 책에서 시도하는 작업은 바로 스스로의 아비투스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 내 행동, 내 습관, 내가 걸어온 삶의 궤적 구석구석에 묻어있는 사회의 흔적을 발굴해냅니다. 나치와 연관된 출생의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는 할머니쪽의 가족력이라든지, 정부가 마련한 저소득자용 임대주택에서 살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라든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여기면서도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아버지, 자신을 키우기 위해 가부장적 체제에서 시달리던 어머니, 하층민 남성으로서의 자신을 너무 앞세웠던 나머지 한때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했던 자신, 이 모든 것 때문에 평생 얻을 수 없어 열망해온 ‘부르주아 계급’의 아비투스까지. 그 열망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디디에 에리봉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시면 디디에 에리봉의 삶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밟고 있는 길을 따라서 청취자 여러분의 삶도 한 번 분석해보시면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소설가 아니 에르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책에서 부르디외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프랑스 소설가입니다. 디디에 에리봉은 에르노의 소설을 이 작품의 조상 전범으로 삼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사회 환경이나 사건과 접목하는 ‘자전적 소설’로 유명합니다. 2016년에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받았던 맨부커상에 2019년 최종후보로까지 오르기도 했고, 한국에도 이미 열 권 넘게 번역된, 프랑스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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