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
앨런 튜링 지음, 노승영 옮김, 곽재식 해제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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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른바 인공지능의 시대라는 지금도 이 질문에는 선뜻 긍정적으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계는 생각이 아니라 계산을 한다느니, 정해진 것만 하는 기계에게 생각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없다느니, 과연 기계가 창의성을 지닐 수 있냐느니 등등 아주 고전적이고 직관적인 반론이 여기에 따라붙습니다. 오히려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소수입니다.

20세기 중반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런 반론에 답하기 위해 논문을 썼습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인간 노릇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는지 아닌지 묻지 말고, 인간이 기계인지 아닌지 물어보면 어떨까? 인간의 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물학적 특성 일부가 기계적이라면, 인간도 일종의 기계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

‘기계는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인간도 기계다’라고 답한 이 논문, 모두 이해하려면 어렵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떼어놓고 보면 그 아이디어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인공지능의 기원으로 대우받는 현대의 고전을 한 번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요. 앨런 튜링의 지능에 관하여 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기계학습, 머신러닝입니다.

이 책에는 논문 세 편과 강연록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 학술지인 ‘마인드’에 실린 ‘지능을 가진 기계’와 ‘계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 체스 두는 인공지능 코드를 실은 ‘체스’가 논문이고요. 앞에 두 논문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대학/방송 강연록 각각 한 편이 실려 있습니다. 책은 매우 얇지만, 컴퓨터과학과 심리철학 분야의 전문적인 논의를 담고 있기에 읽기에 수월하지만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차근차근 읽어나가보죠.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글은 ‘기계는 생각할 수 없다’라는 주장에 대한 답변입니다. 튜링은 이런 사고방식의 대부분이 비합리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에 따른 거부감이라고 주장하고, 당시 과학이 밝혀낸 신경세포의 전기 작동을 논리 회로 그러니까 전기 회로로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그리고는 덧붙입니다. 이런 전기 회로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에 드는 비용이나 물질의 양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인간의 두뇌를 기계로 재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이죠.

계산기계와 지능이라는 글은 인공지능을 다루면서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는 그 개념인 ‘이미테이션 게임’, 흉내 게임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신체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채팅만으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사람과 기계가 있을 때, 인간 입장에서 누가 기계이고 누가 사람인지 가려낼 수 없다면 그 게임에 참여한 기계를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 마치 ‘나처럼’ 정말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생각을 하는지, 사람인지 알아내는 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처럼 보이면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튜링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런 기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학습’입니다. 모든 인간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외치면서 세상에 튀어나오자마자 인간 구실을 하지 않듯, 기계 또한 자신의 작동방식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난다면 수많은 자료를 자체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고유한 반응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튜링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 일대일대응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간에게 기억이 있다면 기계에겐 입력과 저장이 있고, 인간에게 반응이 있다면 기계에겐 출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실수가 있다면 기계에겐 무작위/임의성이 있죠. 이렇게 ‘배우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또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 기계에게 ‘생각한다’는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는 게 튜링이 이 논문에서 내리는 결론입니다.

그렇기에 이 논문이, 현대의 고전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앨런 튜링의 전기인 앤드류 호지스의 ‘앨런 튜링 이미테이션 게임’입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로서, 당대의 지적 흐름 속에서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는 건 튜링을 깊게 이해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호지스의 전기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상세하고 풍부하게 쓰인 튜링의 전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소 두꺼운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튜링이 쓴 논문보다는 읽기가 수월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또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함께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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