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에 관하여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장진영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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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떤 학문일까요? 경제를 알면 돈을 번다고 하지만,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을 공부한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의 관점은 그것보다 더 넓습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어떤 동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환하는지, 그런 교환이 쌓이면 사회 전체에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그 효과가 부정적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없애거나 줄여나가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일종의 종합적 학문이 경제학입니다.

적어도 스키델스키의 관점은 그렇습니다. 이 시각에서 그는 신고전파라고 불리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이 경제학의 이념에서 매우 이탈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현재 경제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들의 처방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도록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고 세계 자체를 경제학적으로 바꿔버리도록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의 단계로까지 변질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는 경제학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자연과학의 지위에 오르려는 욕심을 버리고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거기에 윤리학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경제학 자체를 역사화, 상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저같은 일개 유튜버가 아닌 전 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저술가이자 연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포함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입을 빌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다원주의 경제학입니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1년 만에 번역된 셈이니 우리나라에도 거의 동시에 들어온 셈이죠. 저자인 스키델스키는 2019년 시점으로 그 때까지 매우 자주 인용되고 또 쓰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유명한 연구와 그 때문에 생겨난 경제학 학파들의 학문적 특징과 강점, 단점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우리가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경제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그러나 다양한 목소리를 이것저것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진 않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경제학이 과학이 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20세기 경제학의 역사는 과학이 되려는 노력으로 점철돼있다고 비판합니다. 마치 인간 사회도 자연과학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을 일정정도 또는 거의 모두 통제한 상황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을 관찰할 수 있는 통제실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는 근거없는 자신의 직관이나 편견을 연구의 대전제로 삼고, 연역적 논리체계를 도입해 순환논증을 제시하고, 수학을 동원해 마치 정말로 과학인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회 속 개인은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로부터, 그리고 절대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생물학적 도덕적 성향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자연 실험에서처럼 원하는 부분만을 보는 실험은 인간에게선 불가능하므로, 경제학은 애초에 자연과학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은 학문이 아닌 걸까요? 스키델스키는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합니다. 통제실험이 가능하고 연역적 논리체계를 도입해 수학으로 표현돼야만이 학문은 아닌 것이죠. 앞에서 말씀드린 시간적, 공간적, 생물학적, 도덕적 자장 아래 놓여있는 인간을 고려하는 다른 학문, 역사학과 사회학과 심리학과 윤리학의 도움을 받아 여러 주장이 꽃피는 ‘다원주의 경제학’이 돼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학을 처음 창시했던 애덤 스미스가 추구했던 경제학의 목표, 즉 사람들이 더 나은 부를 향유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는 본연의 모습,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한때 경제공부 입문용 동영상 1순위로 꼽혔던 다큐멘터리인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4부 ‘세상을 바꾼 철학’5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우리 책과 관련해서 추천드리는데요. 우리 책이 경제학의 역사와 경제학 학파를 전반적으로 조망하는 책인 만큼, 이 책과 비슷한 정보를 영상으로 보면서 한 번 되새기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제에 관해 완전히 상반된 두 견해를 대표하는 짝,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입장을 서로 비교해가며 경제에 관한 교양을 이 기회에 쌓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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