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그날 - 6.10민주항쟁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유승하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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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승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고로 죽은 언니를 그리워하며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친구인 진주는 공부도 열심이며 운동에도 열성적인 혜승의 절친이죠. 진주와 같은 서클에서 활동하던 종철은 어느 날 경찰들에게 끌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혜승과 진주가 놀러갔던 상계동 떡볶이집에서는 미술을 하고 싶어하는 나리가 가게 주인인 언니와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어떻게 돈 많이 드는 미대를 보내겠냐면서요. 나리는 언니 몰래 미술학원에 다니며 목수 출신 미술가 병철에게 그림을 배우며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언니의 상계동 가게가 올림픽 조경 미화 작업 때문에 철거대상이 되어 공격당하자, 병철은 가게의 집수리를 도와주곤 합니다. 목수라서 판화에도 재능이 있던 병철은 한 대학의 만화동아리에서 학생들에게 판화 양식의 민중미술을 가르치고, 그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멤버 중엔 한열도 있습니다.

대부분 낯선 이름이지만, 가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죠? 이 이름이 등장하는 그 사건 또한 다가옵니다.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그 현장입니다. 서로 가느다란 끈으로 이어져있던 이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의 순간 속에 하나로 뭉치는지, 실화에 기반해 그려진 이 만화를 통해서 확인해보시죠.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연결입니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각자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아주 가느다랗게,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전국민적인 분노를 촉발했던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당사자와 친구였고 자신도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진주, 올림픽을 빌미로 환경을 정화하겠다며 판자촌을 치워버리는 국가의 폭력 앞에 노출된 나리의 언니, 병철이 시킨 심부름을 하러 담을 넘어 대학 캠퍼스에 들어갔다가 5월 광주항쟁의 잔혹함을 알게 되고 만화동아리에서 이한열을 마주친 나리, 다소 소극적인 데다 운동권인 언니의 죽음을 보며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세상의 변화에 동참하는 혜승까지.

이런 풍경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울려퍼졌던 구호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만 열 걸음을 나아가면, 그 한 사람과 나머지의 고리는 그 거리를 견디지 못하고 언젠가 끊어지고 맙니다. 그러면 그 한 사람의 행복은 나머지 아홉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도 가닿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6월 항쟁이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압니다. 최종학력 국민학교 졸업의 목수 출신 미술가가 대학생들을 만나 미술을 가르치고,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고등학생과 운동권이 만나고,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와 거리에서 일하는 택시 버스기사가 같이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경제적 안정을 바라는 상계동 철거민들이 명동성당에서 악수를 나누는 그런 그림이 6월 항쟁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변화는 누가 주도했고 누구에게 공이 있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모두의 변화가 모두와 연결돼 세상을 바꾼 사건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렇게 우리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또 그런 경험이 있다는 걸 우리가 역사에서 그것도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 몸소 겪은 아주 최근의 사건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만화 그리고 바로 내일 34주년을 맞는 6월 항쟁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영화 1987입니다. 꽤 흥행한 영화니 이미 보신 분도 많을 텐데요. 6월 항쟁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이것보다 더 좋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우리 코너가 책을 소개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가져왔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듬새가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오늘 우리가 읽은 만화와 마찬가지로 ‘작은 변화 서로 이어지면 얼마나 큰 사건을 만들어내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올바른 일을 할 때 어떤 메아리가 돼 되돌아오는지, 책과 함께 영화를 보시면서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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