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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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영은 초자연적 존재를 보는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까닭에 이상한 사람 취급도 많이 받았고, 그 능력을 감추며 사느라 애를 쓰는 평범한 소시민이기도 합니다. 잠깐 일하던 병원을 나와 업무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은 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취직했는데, 이게 웬걸, 영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해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에너지로 눌러놓을 의도로 세워진 학교였던 겁니다!

학교에선 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실연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단체로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하는가 하면, 가스관 폭발로 둘러대지만 실제론 무시무시한 악령이 용오름처럼 올라와 학생들을 괴롭힙니다. 이 모든 비밀이 감춰진 학교 지하실은 철문에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고,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리를 약간 다친 한문 선생은 우연이 계속 은영의 옆에 있게 되며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에도 나쁜 기운이 그 선생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은영의 능력을 알아보는 계약직 원어민 교사는 학교를 배회하며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은데, 도저히 꿍꿍이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험난한 학교 생활을 바라고 온 게 아니었는데, 은영의 운명은 왜 이렇게 기구한 것일까요? 그럼에도 명랑하게 살아가는 은영 때문에 우리의 마음 속에도 절로 힘이 생겨나게 만드는 소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무협지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 정세랑은 ‘피프티 피플’이나 ‘시선으로부터’ 등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여러 유명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주는 상도 여럿 받은 이력이 있고,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지요. 작품 목록이나 발표하는 매체를 보면 장르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소설은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순문학’에 가까워 보이다가도, SF 잡지에 단편을 연재하기도 하고요. 그런 가운데 이 ‘보건교사 안은영’의 장르를 나눠보자면, 저는 무협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동의하는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음에도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혀보자면,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으면서 이우혁의 퇴마록을 다시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실, 바로 그 퇴마록입니다. 특히 이른바 ‘국내편’이라고 불리는 초기작품이 처음에 PC통신 게시판에서 연재되면서 조회수 대박을 기록했죠. 질감이 매우 독특한 작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들의 무공이 펼쳐지는 활극이긴 하지만 배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사건이나 이야기를 꺼내 펼치면서 그 사건을 소화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초자연적인 것에 기대고 있기도 하고요. 또 작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점이나 어두운 부분을 간접적으로 고발하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점 등이 많이 겹치더라고요. 물론 퇴마록은 너무 옛날 작품이다보니 다소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면도 있겠지만 말이죠.

물론 안은영은 훨씬 귀엽습니다. 서슬퍼런 무협의 칼은 플라스틱 5단봉 장난감이 됐고, 서로의 몸을 뚫어버릴 기세로 쏘아대던 기공은 BB탄 총으로 바뀌었죠. 주인공의 성격도 세상을 구하겠다거나 무림제일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자의식 과잉 캐릭터가 아니라 학교에서 우리를 한번쯤 위로해준 적이 있는 생활인인 보건 선생님이고요. 이런 귀여운 변화는 오히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친절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능력을 힘이 아닌 기능으로 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힘들 때, 어려울 때, 손을 내밀면 우리를 도와줄 것 같은 그런 따뜻함이 무협지로서 이 소설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당연히, 넷플릭스 드라마인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배우 정유미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 소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이미지입니다. 드라마의 감독은 이 소설을 어떻게 해석해 영상으로 표현했는지, 둘을 비교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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