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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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윤재입니다. 뇌에서 감정을 느끼는 부위인 편도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표현하지 못하고, 왜 그런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표현이 왜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그 세계로 들어가지 못해 혼자 지내는 날이 많을 뿐입니다.

엄마는 헌책방을 운영합니다. 나를 키우다가 힘에 부쳤는지, 내가 일곱살이 되던 해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엄마의 엄마, 할멈에게 연락해 같이 살기로 합니다. 할멈도, 엄마도, 모두 각자의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자식을 키우는 처지입니다. 할멈은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은데, 엄마는 나에게 자꾸 감정을 가르치려듭니다.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서 튀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래야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러 모두가 외식을 하러 간 그날 엄마와 할머니는 한 남자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칼부림에 피해자가 됐습니다. 할멈은 내게 달려오는 그 남자를 막다가 찔려 그 자리에서 죽었고, 엄마는 목숨만 붙어있는 상태입니다. 나는 이제 혼자서 살아가야 합니다.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내가 관리해야 할 책방에서 여러 손님을 맞아야 합니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기쁨이나 슬픔이나 기대나 실망이라고 부르는 것들 없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윤재의 이야기, 손원평의 아몬드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윤재의 상태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감정표현불능증, 알렉시티미아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도 비슷해보입니다. 아무래도 여러 범죄나 이상행동과 연관 짓는 이미지가 강하고, 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이 소설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많이 보여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가르친다’는 것이 이상해보이긴 하지만,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한 것인지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교육을 받지 않습니까? 화가 난다고 물건을 집어던지면 혼나고, 기쁘다고 혼자서 막 소리를 지르면 눈총을 받고,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죠. 과연 이 점에서, 윤재와 우리가 얼마나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고요.

또 오히려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정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윤재에게 하는 행동이야말로 비도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윤재가 청소년이다보니,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나가는 시기인 청소년들이 모여있는 학교의 모습을 묘사할 때 이런 부분이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할멈의 죽음과 엄마의 피습을 무미건조하게 지켜보는 윤재와, 그런 윤재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실어 공격적으로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 중, 어느 쪽을 더 인간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이른바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이유는,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가 그들에게 폭력을 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작가의 말에서도 나와있는 내용이지만, 이 소설은 존중받을 수 있는 차이를 감싸는 따뜻함 즉 사랑에 관해 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가장 강렬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들 못지않게 학생 청취자 여러분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만화가 강풀이 시나리오 원안을 쓴 곽경택 감독의 영화 통증입니다. 중요한 결여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는 점에서 번뜩 떠오른 영화였어요. 남자 주인공은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상태인데 반대로 여자 주인공은 적은 자극에도 과한 통증을 느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설정과 장르 탓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몇 부분 있긴 하지만, 모든 청취자분들이 무리없이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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