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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사라진 날 -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한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투쟁사
정재환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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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함경남도 함흥의 함흥역. 식민지 경찰이 한 고등학생을 불심검문합니다. 기차 안에서 ‘조선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고등학생의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일기장에서 1년 전에 쓰인 한 문장을 발견합니다. ‘국어를 썼다가 선생님께 혼났다.’ 여기서 국어가 조선어를 뜻한다고 해석한 경찰은 그 학생에게 조선어가 국어라고 가르친 교사 정태진을 체포합니다. 일제시대 국어란 당연히 일본어여야 하는데, 그에 반하는 교육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빌미로 경찰은 정태진이 소속돼있던 학술연구단체 조선어학회의 회원들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해 구속, 감금, 고문합니다. 이들은 징역을 언도받고 해방이 될 때까지 옥에 갇혀있어야만 했죠. 바로 조선어학회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어학회는 어떤 단체였기에 일제가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식민지 지역의 방언을 연구하는 단체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치안유지법 위반인 것일까요? 조선어학회의 탄생과 활동을 통해 우리 글의 역사와 독립운동의 한 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책을 한 번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정재환의 <나라 말이 사라진 날>입니다.
2종 보통 열쇠말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열쇠말입니다.
제가 꼽은 열쇠말은 ‘조선어학회’입니다.
아마 30대 이상의 청취자라면 정재환이라는 방송인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1990년대 초중반 활발하게 활동했던 희극인이고, 이후 우리말 홍보 관련 활동으로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2000년에 뒤늦게 역사를 전공으로 공부하기 시작해서 2013년에 ‘해방 후 조선어학회 한글학회 활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얻습니다. 그 동안 여러 책을 쓰긴 했지만, 자신이 공부한 분야를 바탕으로 낸 책은 박사논문 이후로 이게 처음입니다.
조선어학회 사건이 책 소개나 홍보의 전면에 나와있긴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넓은 범위를 다룹니다. 조선어학회 사건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어학회가 해왔던 일을 시대순으로 죽 훑어보는 것입니다. 1800년대 후반 ‘언문’이 정부가 채택한 공식 언어로 등극한 순간에서 시작해 여러 후보 명칭을 제치고 ‘한글’이 정착하는 과정, 표준어와 맞춤법을 설정하면서 고려해야 했던 문제, 이 모든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는 사전 편찬 작업 절차와 해방 이후 그 완성에 이르기까지 조선어학회가 한글 연구와 확산에 기여한 바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이죠.
조선어학회의 활동은 우리말과 글이 확립되는 과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활동 중에 우리의 언어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 학교에 다니며 한국어가 공부의 대상이 될 때에는 이들의 노력이 잠깐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치적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문자와 언어가 없는 공동체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우리 생활에 이들이 미친 영향은 보통 커다란 것이 아닙니다. 또한 언어가 공동체의 결속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다른 어떤 문자와 언어도 아닌 조선어, 한글을 연구하는 것이 단순한 학술활동을 넘어 독립운동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2제 아이랑 함께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부가상품, 2제 아이랑 함께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윤계상 유해진 주연의 영화 <말모이>입니다. 우리 책에서 다루는 조선어학회의 우리말 사전 편찬 사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거의 창작이라고 하고 또 평론가들에게 높게 평가받는 영화는 아니지만, 사전 편찬 과정을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주연배우를 좋아하신다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도 있겠고요. 이 책 안에서도 <말모이>에서 나온 여러 장면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