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신서 114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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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막스 베버는 마르크스, 뒤르켐과 함께 사회학의 기초를 놓은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그가 학술적으로 쓴 논문들 못지 않게 유명하고 많이 읽히는 강연록 두 개가 있는데,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직업으로서의 학문>입니다. 이미 살아있을 당시 큰 스승으로 대우받았던 그는, 정치와 학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당시 대학생들의 요청에 학생들에게 건넬 충고를 담아 강연을 시작합니다.

이 강연에서 그는 전근대 사회와 근대 사회 사이의 차이와 전문화되고 파편화된 근대 사회에 대한 베버의 진단, 그 속에서 학문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하는 과정, 사회의 다른 영역과 학문 사이의 차이, 그에 대응해 학문에 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세 등 아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래서 보통 베버의 세계관 전체를 아주 짧은 글 안에 응축해서 보여준다고 평가하죠. 이런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에게 좀 더 가깝고 현실적인 주제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죠. “대체 우리는 공부를 왜 하는 것일까요?”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그냥’입니다.

이런 고전을 읽는데 키워드가 생각보다 김빠지는 단어라서 놀라셨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막스 베버가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공부를 ‘그냥’ 해야 하는 이유는 공부가 더 이상 진리를 찾는 작업이 아니게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옛날 공부하는 사람들은 숭고하고 거창한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공부란 물건이나 노동 용역과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직업으로 삼는 대학교수들도 지식을 팔아서 월급을 받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버는 기회가 주어지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둘이 이어지는 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어느 직업을 갖게 되든 마찬가지죠. 베버는 이런 경향을 ‘미국적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독일 또한 곧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제 공부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서 별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해야 합니다. 공부가 진리를 찾는 활동이며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베버는 ‘선지자’나 ‘예언자’라고 부릅니다.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에 알맞지 않는 태도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공부의 초점은 이해와 분석입니다. 그래서 공부는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 즉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지 않고, ‘이 문제는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다’라는 사실에 관해서만 이야기해줍니다. 또 그런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만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버의 논의를 따라가다보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그냥’은 아닙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공부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에 초점을 맞춘 공부는 내가 마주한 문제에 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다른 요인 없이 그 자체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그 동기가 거의 없는 데다 매우 어렵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베버에게 공부란 일종의 부르심, ‘소명’에 가깝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김영민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추천드립니다. 혹시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2018년 경향신문에 실려, 추석 명절에 일어나는 갈등을 위트있게 풀어낸 것으로 인터넷을 강타했던 칼럼인데요. 이 외에도 감각적인 글솜씨로 유명한 김영민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중국 고대 정치사상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생으로서 공부하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 바로 <공부란 무엇인가>인데요.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미리 엿보고 싶은 중고등학생 청취자들에게, 그리고 공부의 의미를 되찾고 그 방법을 다시 되새겨보고 싶은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들께 베버와 함께 이 책을 조심스럽게 권해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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