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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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이라는 철학자를 아시나요? 그리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이름은 들어보셨더라도, 그의 철학은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흄은 철학계에서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철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견해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철학자들의 철학자라고 할까요? 2000년대 초반 영어권 대학의 철학과 교수들에게 “당신의 견해는 어떤 철학자에게서 영향을 받았는가?”라고 물어본 설문조사에서, 흄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비트겐슈타인 등등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흄의 저서는 영어 원문으로 읽어도 어렵기로 유명하고, 학자들이 쓴 논문 몇 편을 제외하면 한글로 된 읽을 만한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그 와중에 영국의 철학 연구자이자 에세이스트인 줄리언 바지니가 데이비드 흄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며 그의 철학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흄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선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는데요. 또 예비고1을 위한 교양 특집을 끝맺기에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 가져와봤습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그리고 그는 어떤 주장을 했기에 철학의 역사에 남았고 철학자들의 철학자로 추앙받고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데이비드 흄’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흄의 생애와 철학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입니다. 18세기 1700년대 유럽의 지적 발전, 즉 계몽주의 운동의 중심지는 두 곳입니다. 하나는 프랑스 특히 파리이고, 나머지 하나가 에딘버러와 글래스고로 대표되는 스코틀랜드입니다. 이 두 계몽주의의 성향은 매우 다릅니다. 프랑스 계몽주의는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기반한 진보주의적 역사철학을 핵심으로 삼는 반면,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는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그 해결 방안의 집합체인 전통의 가치를 긍정하는 보수주의적 역사관을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흄의 철학은 바로 이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두번째는 습관입니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듯 흄의 철학은 보통 회의주의로 분류됩니다. 아무리 널리 퍼져있고 강한 믿음이라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철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그냥 그렇게 믿은 경험이 많이 쌓인 결과 즉 습관이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습관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의 연결 관계, 자아의 존재와 영속성, 인간의 자유, 외부 세계의 존재, 신의 존재, 다른 사람이 전해준 지식의 참과 거짓 등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믿음입니다. 단어가 어려우니 조금 더 일상적인 용어로 바꿔보면, 원인이 있다고 반드시 결과가 일어나는 게 아니고, 자아는 허상이며, 우리가 보는 것과 외부 세계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없고, 신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고,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라고 시작하는 말은 일단 거르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흄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아이디어가 단순히 주장에서 그치지 않고 정교하고 독창적인 논증과 함께 제시됐다는 점입니다. 이런 논증이 재해석되면서 흄은 철학자들의 철학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평가가, 흄보다 한 세대 뒤의 철학자인 칸트가 했던 말이죠. “나는 흄 덕분에 독단의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세번째는 공감입니다. 흄은 철학의 역사에서 거의 최초로 도덕적 판단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자입니다. 이 생각은 아주 유명한 사실-당위 구별 논증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 자체를 아무리 뜯어봐도 그 안에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특성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그 행위가 우리에게 강한 불쾌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도덕적 판단은 즐거움과 불쾌함이라는 개인의 내밀한 감정에 좌우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나 불쾌함을 추정하고 상상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흄이 생각하는 공감입니다. 이 능력을 통해 특정한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에 다른 사람과 합의합니다. 흄의 이 공감 개념은 한편으로는 감정을 상상과 연결지어 지적 능력과 감성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른 한편으로는 객관성을 상호주관성으로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규칙에 합의하고 사회를 이루며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흄이 우리에게 남긴 철학적 유산을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습관, 공감 이 세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데니스 라스무센의 ‘무신론자와 교수’입니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등장하지만, 흄의 유산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람은 애덤 스미스입니다. 국부론의 저자이며 경제학의 창시자로 알려져있는 바로 그 애덤 스미스죠. 살아있는 동안엔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자 가장 친한 친구로 평가했고, 학문적 교류와 우정은 흄이 죽는날까지 계속됐습니다. 라스무센의 무신론자와 교수는 이 둘의 우정을 큰 줄기로 삼아서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지식인 사회의 풍경을 꼼꼼하게 그려냅니다. 한국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킨 시대의 풍경을 이 책을 통해 감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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