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과학 - 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여행
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 Mid(엠아이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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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이 큰 비행기를 들어올리며 폭발하는 기름을 걱정하고 기내 서비스로 준비된 와인을 잔에 넣고 흔들어 걸쭉한 정도를 살피며 표면장력을 가늠합니다. 창밖 저 아래 보이는 바다를 보며 수영할 때 체험한 부력을 기억해내고 모니터를 보며 액정이 색을 내는 원리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내용을 연결지어봅니다. 옆자리 승객에게 머리를 기댔다가 침을 흘리곤 미안하다고 말하며 우리 몸을 돌아다니는 온갖 체액의 종류를 세 보고, 비행기에선 커피와 차 중 무엇을 마시는 게 더 좋을지 과학적으로 따져보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비누가 어떻게 내 몸을 깨끗하게 만드는지 설명합니다. 입국절차를 밟기 위해 글씨를 쓰며 잉크로 글씨를 쓸 수 있는 원리를 이야기하고, 비행기가 머무르는 수천 미터 상공에서도 적당히 숨을 쉴 수 있게 만드는 에어컨도 액체가 상태 변화를 겪으며 만드는 열에너지의 흡수와 방출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비행기에서 마주한 온갖 액체에 관해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이 액체는 모두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정작 우리가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 원리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굳이 알아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가끔은 궁금한 액체에 관한 정보들인 셈이죠. 그러면 우리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액체의 TMI’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마크 미오도닉의 ‘흐르는 것들의 과학’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당연히 ‘액체’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액체를 글쓴이의 눈길에 닿는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간 주절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요. 하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분자가 모여있는 형태로서 액체의 정의에서 시작하고, 우리 주변의 다양한 액체가 그런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분자식과 구조를 알려줍니다. 이를테면 계면활성제인 비누 분자는 한쪽은 물 분자의 모습에 가깝고 한쪽은 기름 분자와 친해서, 이 둘을 모두 끌어당기 때문에 세제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물은 지구상의 다른 물질에 비해서 온도를 올리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찻잎을 조금이라도 오래 담그고 있으면 그 에너지 때문에 쓴 맛이 금방 올라오지만 동시에 바다 때문에 지구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걸쭉한 물감을 여러번 덧대 발라 오묘한 색감을 내는 유화의 채색방식은 전기를 흘려 특정한 빛을 통과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액정을 여러겹으로 쌓아올린 모니터와 그 원리가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액체에 대한 설명이 전부 이런 식입니다. 이런 발견이 이뤄진 간략한 역사는 덤으로 딸려오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액체에 관한 이런 TMI가 의미 있으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될 것입니다. 만약 액체가 없다면, 그러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기체거나 고체 상태라면 어떨까요? 일단 물을 못 마시고 수영도 못 하고 씻기 위해선 때밀이 타올로 피부를 벅벅 긁어야해서 매우 아플 것 같네요. 고체연료를 태워야하니 자동차의 효율은 훨씬 더 떨어질 것이고, 음 어쩌면 자동차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쇳덩이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면 일단 녹여야 하니까요. 모든 건물은 돌을 깎아서 만들어야 할 테고. 그만하겠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액체 없는 세계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것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어떤 액체가 됐든 그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은 같은 저자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입니다. 표지도 이 책과 거의 똑같고, 오늘 이 책이 TMI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것들의 과학 또한 우리 주변의 여러 물건에 관한 TMI입니다. 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플라스틱, 유리, 흑연, 도자기 등이 목차에서 보이네요. 이렇게 놓고 보니 이 친구들은 대체로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있는 물건이니,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내 손에 짚히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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