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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의 역사
김진엽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5월
평점 :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의 역사> 시작합니다.
여덟 가지 미학적 입장? 비평이론?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미술에 친숙한 학생이라면 중3, 그렇지 않다면 고등학생이 읽기에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 이하라면 형식주의 비평이론을 소개하는 3장부터는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미학적 파산”입니다. 제가 만든 단어는 아니고, 최근에 본 칼럼 하나를 통해 우리가 미학을 알면 좋은 이유를 말해볼까 하는데요.
요새 종편을 비롯해 방송가에서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7월 6일자 한국일보에 <성인 가요의 미학적 파산>이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구글에 "미학적 파산" 치시면 제일 위에 나와요. 최근 부는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있는 노래, 각종 종편에서 열린 트로트 경연방송에서 나오는 노래가 예술적으로 비평할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노래라는 건데요. 유치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고, 아무런 예술적 장치 없이 그저 감정을 쏟아내기만 할 뿐이라는 게 글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한 편으론 공감이 갔어요. 트로트를 더 이상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없고, 그러다보니 멜로디나 리듬 같은 형식도 그렇고 노래가 드러내는 감정도 그렇고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게끔 만드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트로트는 주로 어른들이 듣는 노래라서 "성인가요"라고 부르는데, <무조건> 같은 노래가 성인의 사랑이라는 생각은 잘 안들거든요. 신경쓰고 고려할 거 많은 어른의 삶에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건너서 사랑을 향해 달려갈" 여유가 정말 있을까요?
물론 많은 분들께서 반론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좋은 점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아니냐. 사람이 많이 들으면 그게 훌륭한거지. 저는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예술적으로 훌륭한 노래, 이거 세 개가 다 다르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는 내가 그 노래를 좋아해도 되는 이유, 사람들이 그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 그 노래가 예술적으로 훌륭한 이유 모두를 가려낼 수 있는 감각을 갖는 게 바람직하겠죠.
이 책에서 다루는 비평이론, 미학, 이런 것들은 제일 마지막 부분인 "예술적으로 훌륭한 이유"를 생각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일종의 도구들이에요. 또,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향유하도록 설득하는 데에도 써먹을 수 있는 지적 도구죠. 또, 다른 사람들이 내 감식안을 의심하게 하지 않도록 "미학적으로 파산한" 작품을 피해가게 해주는 데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예술이론, 비평이론, 미학 같은 걸 공부하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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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진중권”입니다. 시사칼럼니스트로서의 진중권이 아닌 미학연구자, 미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진중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사칼럼니스트로서의 명성 때문에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이 가려진다고 생각해요. 쉬운 개념은 쉽게, 어려운 개념은 적당히 어렵게,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고 위트있게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죠. 우리나라에 미학 분야에서 이만한 사람이 있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습니다. 활동 기간이 길다보니 책을 엄청 많이 써서 뭘 이야기해야 하나 싶은데, 한번 죽 늘어놔 볼게요. 이제는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른 <미학 오디세이>라든가, 심화버전인 <현대미학강의>도 좋고요. 본격적으로 통사에 도전한 <서양미술사>도 썼고, 개별 그림에 대한 칼럼을 모은 <앙겔루스 노부스>나 <미학스캔들> 같은 책도 있고요. 인터뷰 모음인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이나 <진중권이 사랑한 호모 무지쿠스>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작인 <감각의 역사>도 꽤 두툼하지만 “감각”이라는 관점에서 철학의 역사를 훑어보는 좋은 시도인 것 같아서 관심과 기대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