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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체공녀 강주룡> 시작합니다.
여기 한반도에서 부유하게 살다가 몰락해 간도로 이주한 한 가족이 있습니다. 이 집 딸의 이름은 두루 주 자에 용 룡 자를 쓰는 여성, 강주룡입니다. 스무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하다, 아들 전빈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가정을 꾸리게 만들려는 옆동네 어느 집안에 팔리듯 시집을 갑니다. 하지만 다행히 전빈은 잘생기고 꽤 괜찮은 사람이었고, 둘 모두가 독립군에 가담하죠. 하지만 유일한 여성 일원이었던 주룡에 대한 수군거림을 이기지 못해 둘은 다투었고, 그 길로 주룡은 홀로 친정으로 돌아옵니다. 전빈은 일본군과 전투 중 사망하고, 시집에선 주룡을 팔자가 사나워 남편 잡아먹은 며느리라며 비난하고, 친정아버지는 그런 주룡을 감싸주진 못할 망정 더 어려워진 집안의 경제사정을 핑계삼아 소작할 밭을 떼어준 늙고 부유한 남자에게 다시 시집보내려 합니다. 분노한 주룡은 평양으로 탈출해 고무신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죠.
주룡은 아는 사람 하나 없지만 평양에서의 삶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번 돈으로 먹고 자고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세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늪이 조선에도 찾아오고, 경제가 어려워지자 평양의 공장지대에서도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집니다.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라는 요구사항을 걸고 파업에 돌입하는 노동자들의 대열에 들어서며, 주룡은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부당함을 온몸으로 외치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단식이었습니다.
1930년대 평양 공장지대의 여성 노조위원장, 을밀대 고공 단식농성의 주인공인 강주룡의 삶을 그려내 여성서사와 노동소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문제작,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여성의 노동”입니다. 이 책에서 강주룡의 삶을 통해 이 시기에 여성의 노동이 무시당하는 방식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주룡이 간도에 살던 시절을 생각해보죠. 흔히 여성은 집안일만 한다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이런 관점이야말로 산업화 이후의 시선에 가깝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농촌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한데, 여성은 주요 수입원인 농업노동에 전면적으로 개입합니다. 밭을 고르고, 먹거나 판매 가능한 형태로 농산물을 다듬고, 농기구를 수선하고, 텃밭을 가꿔 상품작물을 재배하는 등등. 여기에 전통적으로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집안일은 덤입니다. 즉, 단지 이른바 “재생산”이라는 영역에만 종사하지 않고, “생산”에도 종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은 논밭 농사일은 남성들만 한다는 우리의 “이미지”와 그다지 일치하지 않죠.
남자들은 오히려 농번기에 바짝 일하고, 그게 1년 수입 전체를 책임지는 일이니 나머지 일은 “아녀자”가 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결혼이라는 행사는 딸 보내는 집 쪽에서 “먹을 게 부족한 상황에서 입을 던다”는 의미보다는 아들 가진 집 쪽에서 “무급 노동 인원을 한 명 얻는다” 쪽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결혼의 조건으로 남성이 여성의 집에 돈을 얹어주는 건,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노비 거래쯤으로 이해하는 게 크게 무리는 아니다 싶습니다. 그 점을 이 소설 속에서 주룡도 너무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건 주룡이 평양에 간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주룡처럼 자기 한 몸을 건사하기도 하고, 딸로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기도 하며, 결혼한 여성들은 가정경제 전체를 책임지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조신하게 집에 있지 않고 밖에 나가서 일을 한다는 핀잔을 듣지만 동시에 집안의 남자 형제가 다른 걸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게 공부해서 출세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이 딸들이 벌어오는 돈이 필요하죠. 이렇게 도움을 받은 남자형제들이 출세한 뒤에는, “걔가 공부 잘해서 그런거지 너네가 한 게 뭐 있냐”며 자매들의 경제적 지원과 희생이 지워집니다. 결혼한 여성들은 출산의 압박을 받는데, 아이를 낳은 뒤엔 그 누구도 육아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요구 속에서 여성 노동력의 가격은 최저 생계유지 비용 이하로 내려갑니다. 노동의 필요성 때문에 공급은 넘쳐나고 그 누구도 여기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벌이는 파업은 이 지점에서 독특한 의미를 지닙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 요구인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연대, 즉 자매애를 표출하는 과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여성의 노동의 공을 지워버리는 현실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면, 강주룡의 이야기는 단순히 일제시대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역사적 거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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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하는 콘텐츠는 <전태일 기념관>입니다. 소라기둥에서 청계천변을 따라 15분정도 걸어내려가면 있습니다. 전태일이 일하던 동대문 평화시장에 약간 못간 지점입니다. 산책하다가 우연히 알게 돼 들른 곳인데요. 층별로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로 나뉩니다. 상설전시실은 전태일의 육필 원고, 1970년대 당시 피복공업계의 현실을 알아볼 수 있는 시설물 등을 타임라인을 따라서 볼 수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등 노동/사회문제 관련 책을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도서열람실도 있어요. 1970년대 피복공업계 역시 실제 최전선에는 여공들이 많았던 만큼, 강주룡이 어떤 환경에서 일했을지 추정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획 전시실은 주기적으로 노동 관련 예술작품을 전시합니다. 주변 완전 시내 한복판이라 주변 건물들이 워낙 크고 웅장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작고 아담하게? 초라하게? 보이는 면이 없진 않은데, 청계천을 산책하시다가 발견하신다면 한 번 들어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