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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0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평점 :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 지금 쳐다보지 마> 시작합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 여름을 보낼 단 한 권의 소설로 추천드립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숭고”입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 우선 소개해주신 최쌤에게 감사드리고. 정말 속도를 올려서 페이지가 죽죽 넘어가는데도 다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고, 항상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기다리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로서 미덕은 다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단편집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지”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실린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으스스함을 안겨주는 요인이죠.
주인공이나 주요 캐릭터에게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게 왜 벌어지는지 몰라요. 그러면 우리는 그 원인을 알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그 대상에게 해를 입어서 심지어 죽을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그걸 충분히 탐구할만한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알아야 하지만 알 수 없고, 다가가야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대상에게서 인간은 독특한 미적 쾌감을 느낍니다. 작가와 예술가들은 적극적으로 이 쾌감을 일으키는 작품을 만들어왔고, 그래서 이 쾌감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바로 “숭고”입니다. 아주 많은 학자가 숭고에 대해서 논의해왔는데, 이걸 “앎”과 이어서 논의한 사람으로는 버크와 칸트가 대표적입니다. 두 사람이 하는 말이 비슷하니 엮어서 잠깐 소개를 해보도록 하죠.
버크는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는 책에서 숭고의 기원은 공포라고 말합니다. 버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를 대면하면 쾌락을 느끼고 반대로 해를 끼칠 것 같은 존재를 대면하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위해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시각적 기준이 바로 크기인데요. 그래서 작은 것을 보면서 느끼는 쾌락은 귀여움 내지는 아름다움, 커다란 것을 보며 느끼는 불쾌가 공포라고 합니다. 커다랗긴 한데 나에게 아직은 해를 끼치지 않은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가 바로 숭고인데요. 이 숭고를 느끼는 상황을 버크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눕니다. 커다랗다는 건 알았는데 그로부터 해는 입지 않은 상황과, 커다란 것인지 아닌지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숭고가 “앎”과 연결됩니다.
이 논의에서 영향을 받은 칸트는 자기 철학 체계에 버크의 논의를 집어넣습니다. 인간에겐 사물을 이해하는 체계인 이해력(오성)이 있습니다. 바깥의 사물이 이해력을 통해 우리가 아는 세계로 탈바꿈한다는 게 칸트의 생각입니다. 우리 눈 앞에 있다, 떠올린다, 그건 이미 이해력을 통과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대한 예외가 있는데, 바로 사물이 너무 커서 우리의 이해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입니다. 이때 우리의 이해력은 사물을 세계로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사물 전체를 완전히 세계로 번역하지 못하죠. 이런 "알지 못함"의 상황을 칸트는 숭고라고 하는데, 칸트 자신이 드는 예로는 큰 산이나 폭포 같은 것이 숭고를 일으키는 대상이라고 하네요. 물론 어떤 식으로든 이런 상황을 창출해내기만 하면 우리는 숭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버크와 칸트는 숭고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미학적 쾌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그걸 쾌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어떤 느낌적 느낌 같은 것이죠. 이 개념은 특히 청취자 여러분이 미술관을 가셨을 때, 대체 작가가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을 때, "나는 이 작품으로부터 숭고미를 느꼈어"라고 말씀하시는 방식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김지운 감독의 2002년 영화 <장화, 홍련>입니다. 공포나 미스테리, 이런 쪽은 글로 보는 것만큼이나 영상으로 보는 게 재미가 쏠쏠하죠. 안타까운 것은 한국에서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 공포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영화의 역사에 남을 걸작을 꼽으라면 이 작품은 꼭 들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목과는 달리 장화 홍련 설화와는 별 관련이 없고,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관람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솜씨가 일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