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혁 단편선 화점
오민혁 지음 / 거북이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오민혁 단편선 화점> 시작합니다.


<화점>, <달리와 살바도르>, <룰렛>, <아이스크림>, <매듭>, <우주어> 등 6개의 단편이 실린 책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같은 것을 찾기는 쉽지 않고, 작품 별로 약간 편차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6개 중 <매듭>을 최고로 꼽고 싶어요. 표제작인 화점은 물방울로 바둑을 둔다는 상상력이 재미있었고, <룰렛>은 긴장감을 살리는 컷 처리가 돋보입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우주어>는 다소 평이하고, <달리와 살바도르>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식상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그림과 글쓰기”입니다. 참, 제가 만화를 잘 볼 줄 몰라서요. 오늘은 책 자체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이 방송을 보고 들으시는 시청자 분들께 제 평소 생각을 그냥 흐름에 따라서 다소 두서없이 풀어놓아볼까 합니다.


제가 <매듭>이라고 하는 작품을 최고로 꼽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괴해서 그렇습니다. 아, 이게 그림으로만 설명드릴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뭔가가 있는데, 직접 보셔야만 알 수 있어요. 기괴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처한 어떤 특정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저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오늘 최쌤이 선정하신 키워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최쌤께 듣는 것으로 하고요.


<매듭>이 시작하는 장면을 보면 알베르 카뮈를 인용하거든요. 저는 이런 종류의, “본질”을 포착하는 그림이 그냥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배경이 될 어마어마한 양의 독서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설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심지어 특정 전문분야의 연구가 됐든 말이죠. 제 생각에 오민혁 작가 이 분 분명히 카뮈를 비롯해서 이른바 “실존주의”로 분류되는 소설이나 철학책 읽어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 중에도 예중을 다니는 친구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춤을 출 수도, 음악을 만들 수도 있고, 기타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직업을 바라면서 공부를 하고 있을텐데요. 그 친구들이 훌륭한 기능인으로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그 기능으로 무엇을 표현할지도 동시에 깊게 생각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 자기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자신이 가진 기능 뿐만 아니라 “말”로도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예술계 대학원에 가면 자기가 만든 작품 해석한 걸 논문으로 내서 학위 받고 그러거든요. 그 표현의 내용을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읽기”입니다.


그보다 더 많은,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포함해서 예술이 아닌 분야에 종사하시는 더 많은 분들을 위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글이 아닌 방식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났을 때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글로 표현해보는 연습 그러니까 글쓰기를 틈틈이 해보시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최근 느끼는 답답함은, 이런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좋다”와 “구려” 말고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 작품을 어떻게 해석했고 그게 왜 좋은지 혹은 나쁜지를 합리적으로 해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면 오히려 “아니 좋은 데 이유가 어디있어요? 내가 받은 느낌이 그렇다는데”라거나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게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거 좋아”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도 그걸 감상하고 나와 같이 좋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는 발언이죠. 그런데 그 작품이 왜 좋은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의 발언에 귀를 기울일까요? 게다가 “좋다”거나 “싫다”는 말은 평가를 포함하기 때문에 내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해요. 이렇게 내 생각과 가치관을 세계로 꺼내놓는 작업이라는 의미에서 저는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쓰는 게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쪼록, <오민혁 단편선 화점>이 아니더라도, 예술작품을 감상하셨다면 그 뒤에 꼭 글쓰기를 해보시길, 강사로서 권해드립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정말 추천을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작가가 언급하니 그냥 알베르 카뮈로 가야겠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실존주의 철학자고, 최쌤이 다룬 주제인 “고독”에 관해서도 의미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죠. 실존주의 계통의 작품이 세계와 자기 사이의 관계라는 주제에 집중하면서 고독이라는 테마를 많이 다루는데요, 대체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작품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카뮈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느낌있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보자면 SNS에 허세로 남길 만한 울림있는 구절을 잘 만듭니다. 소설가로서 카뮈의 재능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페스트>에서 시작하시면 좋겠고, “고독”이라는 주제에 관한 현학적 접근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시지프 신화>부터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감상은, <페스트>는 정말 재미있고 <시지프 신화>는 정말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