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냉장고의 탄생> 시작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전자제품 중에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걸 선택하실건가요? TV? 스마트폰? 컴퓨터? 지금은 여름이니까 에어컨을 선택하실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방 한 켠을 묵묵히 지키고 서있는 냉장고를 선택하실 생각은 없나요? 냉장고 없는 삶을 상상해보세요. TV가 없으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되고,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으면 책을 보면 되지만, 냉장고가 없으면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인류가 냉장고를 사용한지는 고작 20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차가움"이라는 성질을 잘못 이해했던 과학적 무지 때문이기도 하고, 차갑게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지 못했던 기술적 한계 때문에 냉장고는 역사의 끄트머리에 와서야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냉장고가 없었다고 인류가 시원함을 만끽하지 못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고대 페르시아 귀족들은 집에 창고를 만들어 샤베트를 즐겨 먹었고, 1800년대 중반엔 이미 아메리카에서 중국에 이르는 국제적인 "얼음 무역"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었다고 하네요. 신기하지 않나요?


이렇게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차가움을 가둬두려 노력한 공학의 역사와, 자연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는 열역학의 발전, 뉴욕의 얼음을 떼다 자메이카에 팔아야겠다는 꿈만으로 시작한 벤처 스타트업 기업가의 모험담과 인류의 미래 기술에 대한 전망이 한데 모여있는 다채롭고 풍성한 책, <냉장고의 탄생>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선택한 키워드는 환경오염입니다.


몇 년 전 이야기입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익숙한 이름일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강신주 선생의 신문 칼럼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냉장고에 가득 쌓여있는 음식이 사람들을 소비지향적으로 만들고 쓰레기를 양산하며 결국엔 인간성과 환경을 파괴해버리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니 냉장고를 버려야 한다는 게 글의 요지였는데요. 이 칼럼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생태/환경주의자들은 대체로 공감하실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어느 정도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음식을 장기간 보관해서 싱싱하고 맛있게 먹으려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건 인류의 역사적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냉장고는 그 과제를 상당부분 해소해주기도 했고요. 그러니 냉장고에 쌓여있는 음식을 보며 자신을 탓하기보단 허기졌을 때 충동구매했다가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는 일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쪽이 훨씬 더 건설적이겠죠.


저는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전기"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초기의 냉장고, 그러니까 냉각시설은 증기기관을 이용했습니다. 증기로 열을 식힌다니,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냉장고는 이 증기기관을 전기모터로 바꾼 물건이고, 전기모터로 바뀐 덕분에 우리집 부엌에 들어올 만큼 크기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발전과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기와 열과 운동이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이 서로 다르게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하는 열역학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가 18세기를 전후해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밥솥도 전기로 돌리고 냉장고도 전기로 돌리고 심지어 자동차도 전기로 돌리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기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하지만 전기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물을 댐에 가뒀다가 흘려보내는 건 얌전한 축에 속합니다. 석탄, 석유, 가스를 태우고 원자를 쪼갭니다.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지구가 뜨거워지고, 원자를 쪼개면 방사능이 발생해 언제 잠잠해질지 알 길이 없는 부산물이 만들어집니다. 신재생 에너지가 대안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태양열을 이용해서 최신 원전 한 기만큼의 전기를 만들려면, 집광판 놓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어버려야 할 지도 모릅니다. 발전효율이 무척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게 친환경인가요? 냉장고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맞다면, 그건 음식 때문이 아니라 전기 때문일 겁니다.


정리하면, 지금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인류 전반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 전기 사용량은 줄어들기는커녕 폭증할 게 뻔하고, 편의성 때문에 앞으로도 점점 많은 제품이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이른바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향은 더 심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린 어떡해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우리가 어떤 길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그 역사에서 지혜를 구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선정한 건 장하석의 <온도계의 철학>입니다. 제가 예전에 이 분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두번째로 추천드리네요.


<냉장고의 탄생> 중반부가 조금 어려운데, 열역학과 온도 개념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아주 짤막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시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책에서 한 7~80페이지로 다루는 부분을 500페이지로 확장하면 <온도계의 철학>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마치 "착하다"나 "나쁘다"처럼 질적 특성으로 간주되던 "뜨겁다" "차갑다"가 양적 특성으로 바뀌어 측정되고 지금 우리가 거의 매일 하는 "정상체온 섭씨 36.5도"라고 표시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연구한 책입니다. 두께도 있고 상세한 내용이라 중학생인 친구들에겐 다소 어려울 것 같고, 과학에 관심이 있는 중3이나 이과 계열로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읽으면 아주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