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 튜링 테스트, 인공 신경망에서 논리 학습까지 - 대화형 AI 만들기
카와조에 아이 지음, 하나마츠 아유미 그림, 윤재 옮김, 차익종 감수 / 니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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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시작합니다.


내가 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죠? 여러 기능을 각각 담당하는 여러 로봇이 있는 것도 좋지만, 내 생각을 말로 전달하면 척척 알아듣고 단박에 해결해주는 한 대의 로봇이 있다면 더욱 편하겠죠? 이 책에 등장하는 게으른 족제비들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게으른 족제비는 게으르기 때문에 그런 로봇을 직접 연구해서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동물 마을에서 개발해놓은 기술을 베껴서 이리저리 붙이면 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뿐이었죠. 족제비들은 그렇게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의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인간이 말을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것조차 어떤 현상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로봇이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사용하게끔 만들 수 있을까요? 답은 “진짜 이해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해한 것처럼 보이는 로봇을 만들면 된다”입니다. 물고기들, 개미들, 올빼미들, 두더지들, 카멜레온들, 담비들은 언어 사용의 핵심이라고 꼽을 수 있을만한 것들, 즉 언어로 된 자료 축적, 단어와 외부 세계 짝짓기, 구문 분석, 논리적 추론 같은 기능을 구현한 각각의 기계를 만들어서 이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족제비들에겐 이 모든 기능을 하나로 합쳐놓아 진짜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를 만드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게으른 족제비들은 이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와조에 아이의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에서 그 결말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자연언어와 인공언어’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게 만드는 작업은 일종의 번역입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아주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체계가,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0 아니면 전기가 통하는 1이라는 아주 분명한 상태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연언어란 특정한 공동체가 오랜 시간 동안 특정한 지역에서 살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만들어낸,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언어를 뜻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을 전달하고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발명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필요한 만큼의 정밀성만 갖고 있는 게 자연언어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언어의 “용도”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언어의 불투명성은 곳곳에서 드러나죠. 한 가지 단어가 서로 다른 수많은 뜻을 지닌다거나, 완전히 반대로 서로 다른 수많은 표현이 실제로는 거의 같은 뜻을 지니는 경우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맥락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같은 기호로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아주 다릅니다. “잘한다”와 “잘~한다”의 의미 차이, 우리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불명확함은 인간의 언어생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불명확한 의사소통의 구조를 몸서리치도록 싫어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철학자들입니다. 소크라테스는 특정 단어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사람들이 답변하기를 요구함으로써, 이를 이어받은 플라톤은 이데아라는 개념을 만들어 의미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와 떨어뜨려 새롭게 만들어냄으로써 위대한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고 새로운 정보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특정한 유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간의 언어를 “형식화”, “기호화”해서 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철학자들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의미의 정확한 표현을 언어의 목적으로 제시합니다.


나아가서 어떤 철학자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기호 자체를 거부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사회계약론 정치철학으로 잘 알려진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보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모든 정치적 논쟁은 동일한 의미를 지닌 공통의 기호를 사용하면 해결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라이프니츠는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호를 만들면 모든 철학적 문제는 기호의 계산에 의해 그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진법이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언어체계를 고안해냅니다. 20세기 초 철학자 프레게는 <개념표기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모든 자연언어의 구조를 표현할 수 있는 표기법을 개발했다고 선언합니다. 이렇게 자연언어의 애매성에 대항하는 철학자들의 노력은 “인공언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아주 멀게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할아버지들쯤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널리 알려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학문적 여정은, 마치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언어에 관한 철학의 역사 전체를 압축해놓은 것같아 보입니다. 프레게의 영향을 받아서 “대부분의 철학적 문제는 언어의 애매함을 갖고 치는 장난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던 젊은 시절의 비트겐슈타인은, 나이가 들어서는 초등학교 교사로 생활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철학적 통찰을 반영해 “애매함 그 자체가 언어의 핵심이며, 어떻게 활용하는지 확인하는 것 이외에 의미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환합니다. 그 어느 쪽이 됐든 언어에 관해선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언어를 인공언어로 번역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졌습니다. 수집 가능한 자료와 정보처리 속도의 폭발적인 증가, 처리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인간과 “꽤” 비슷한 언어를 구사하는 기계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죠. 이런 기술의 발달은, 이제 우리의 고민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한 “인공 언어의” 여러 방향과 기술이 바로 인간의 언어 이해의 본질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게 그다지 신기한 현상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혹은, 어쩌면 애매한 언어를 통해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 자체가 갖고 있는 모순 때문에, 언어를 이해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는 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영향평가원(KISTEP)의 보고서 <소셜 로봇의 미래>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선 매년 ‘기술영향평가’를 시행합니다. 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선보이는 여러 연구의 원리와 응용방식을 알아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보는 것인데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해서 매년 보고서를 냅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제도로서, 지금까지 평가의 대상이 된 기술은 ‘뇌-기계 상호작용’, ‘빅데이터’, ‘3D 프린팅’, ‘무인이동체(자율주행차)’, ‘유전자가위’, ‘가상현실, 증강현실’, ‘생물학적 인공장기’, ‘블록체인’ 등입니다. 인간과 의사소통하는 로봇, ‘소셜로봇’은 2019년 과제였습니다. 소셜로봇의 핵심기술 중 하나가 바로 ‘언어 사용’일텐데요, 우리가 읽은 책을 통해 그 원리를 알아보았으니까, <소셜 로봇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서는 이것이 실제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면 아주 훌륭한 컬래버레이션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인터넷 서점과 기술영향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또 올해 기술영향평가 주제는 ‘맞춤형 헬스케어’인데, 청취자 여러분도 온라인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각종 검색엔진에서 기술영향평가 검색하시면 홈페이지에 들어가실 수 있고요. 실제로 이 보고서가 정부 역점사업 등을 선정하고 기술을 검토, 평가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하니, 시민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내 의견을 보태는 일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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