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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 우리 민주주의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육훈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평점 :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시작합니다.
8번 바뀐 역사를 거쳐 1987년 10월 29일 전부개정되고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된 대한민국 헌법의 제1조는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을 한 단어 한 단어 뜯어보신 적이 있나요? 민주, 공화, 주권, 국민, 권력, 그리고 대한민국. 단 한 차례의 역접 없이 여섯 단어가 이어진 이 문장은,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땐 참 어색합니다. 인류의 역사엔 공화정도 민주정도 아닌 나라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민주정이지만 공화정이 아니거나 반대로 공화정이지만 민주정이 아닌 나라도 있었고, 국민의 일부만 주권과 권력의 원천으로 인정하는 나라도 있었습니다. 한반도는 역사시대 대부분이 왕에게 주권을 부여한 정치체제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그런 지역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에 걸쳐 이 여섯 개의 구슬을 느슨하게 꿰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념을 배우려 외국어를 익히고 외국문물을 배워야 했고, 왕정이 자연스럽다는 역사적 경험에 맞서야 했으며, 구시대의 체제에 알맞게 만들어진 정치경제적 힘의 구조를 바꿔야 했습니다. 즉,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성장하도록 우리 스스로를 훈련시켜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민주공화정 개념의 소개에서부터 민주공화국에 관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비전, 나아가 민주주의적 형식의 첫걸음인 선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어떤 길을 밟아왔을까요? 김육훈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에서 확인하시죠.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독립운동’입니다.
지난해, 2019년은 1919년 만세운동이 일어난지 딱 100년 되는 해였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많이 했던 농담 중에 하나가 “올해는 2019년이 아니라 민국 100년이다” 였거든요.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처럼, 그리고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취임식 때 ‘단기’니 ‘서기’니 하지 않고 ‘민국 30년’이라고 분명히 밝혔던 것처럼 말이죠. 저 혼자 이렇게 주접을 떠는 게 아니에요. 대만에서 서점 가보시면, 혹은 대만에서 출판된 중국어 번체 원서 보시면 책 맨 뒤에 다 ‘민국 XX년’ 이렇게 써있어요. 그만큼 대만은, 최소한 대만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은 1911년 신해혁명이 자기들의 뿌리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만세운동으로부터 민국 100년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 운동이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시작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당하게 차별하는 제국 정치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시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했고, 그 운동이 특정 몇몇 지역과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졌으며, 결정적으로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를 가진 평등한 주체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전에 있었던 정치운동과는 확연히 다른 이른바 근대적이고 민주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잘 생각해보면, “13도 창의군”이 “근왕병”이 되어 서울 진공을 해갖고 일본놈들을 때려잡네 마네 하는 순간에 총사령관이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 와중에 천민 출신 의병장은 상종 못하겠다고 차별하던 게 이로부터 딱 10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게, 이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만세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이 단순히 “쪽바리 싫어!” “우리 민족의 손으로!” 같은 구호로 축약되는 민족 개념 기반의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서슬퍼런 시대에 민족 개념 기반의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은 하나같이 독립 이후의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을 했던 시민들도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각자의 위치에서 투쟁을 이어나갔고요. 이들에게 독립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독립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 땅을 지배한 일본의 정치체제가 그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았고 결코 제공해줄 생각도 없다는 게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독립 뒤에 더 이상 왕정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데, 왕정이 더 이상 이 땅의 사람들의 경치/경제/사회/문화적 열망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도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세운동에서 표출된 열망이 결합해 모인 것이 바로 대한민국 임시헌장인데, 이 때에도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입니다. 그 모든 비전이 경합하고 충돌함에도, 이 나라에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가 바로 “민주공화국”이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해를 ‘민국 원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뜻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1948년 형식적으로도 갖춰진 국가인 대한민국의 제헌헌법 2조에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덧붙은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독립운동을 통해서 민주, 공화, 주권, 국민, 권력, 대한민국이라는 여섯 단어를 하나로 이은 문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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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헌법 전문부터 130조까지 한 번 쭉 읽어보십시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