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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 - 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한 뇌 과학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운명의 과학> 시작합니다.
전반적으로는 뇌에 관한 연구와 그 의미에 관한 소개로 이뤄져있어서 인간에 관한 자연과학적 접근에 관심이 많다면 중학교 1학년, 책읽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2~3학년부터는 읽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연구성과가 많이 반영돼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가장 마지막 챕터에서 다양한 실용적/윤리적 함의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약간 난이도가 높아서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업데이트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보통 베스트셀러나 고전을 찾게 됩니다. 과학 분야에도 <코스모스>나 <이기적 유전자>같은,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과학 분야 책을 읽으면서 고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급적 최신의 연구성과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논문이지만, 우리가 오늘 보는 <운명의 과학>처럼 그래도 최근 4~5년 동안 발전한 현황을 재빠르게 보여주는 책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신경과학과 자유의지 이론 사이의 관계, 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얼마만큼 개입할 수 있고 책임져야 하는가 뭐 이런 얘기, 인문계열 논술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 아니겠습니까? 저 또한 제 공부를 위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한동안 열심히 팠던 주제인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많이 뒤쳐졌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제 경험에 기반해서 말씀드리면, 10년 전만 해도 뇌를 관찰하는 가장 정밀한 방법은 fMRI였어요. 무슨 생각을 하면 뇌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고 이런 거 판독하는 기계입니다. 이게 해상도가 1세제곱밀리미터에요. 그래서 뇌에 대해 아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비다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 시기에 봤던 철학 책 중에서 두뇌 연구를 통해서 철학의 거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철학자인 패트리샤 처칠랜드 UC 샌디에이고 교수가 2011년에 쓴 책 <브레인 트러스트>에도 fMRI 연구에 대해 이렇게 비판하는 구절이 있었어요. “1세제곱밀리미터면 그 안에 뉴런이 10만 개도 더 들어간다. 뉴런끼리 연결 가능한 경우의 수까지 따지면 형태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올라간다. 겨우 그 정도 정밀도로 어떻게 뇌 연구를 할 수 있겠나? 우린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에 보면 재미있는 연구방법이 나오죠. 유전자를 조작하는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서 신경세포에 형광물질을 입히고 그게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보면서 뇌를 연구하는 기법을 개발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신경세포 회로의 모양을 더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아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밀도가 올라간 것은 그 자체로 연구에 대단히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후에 이 연구방법을 이용한 후속연구들이 막 쏟아지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이런 업데이트는, 이 책이 강조하는 것처럼 다소 맥빠지는 결론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유전과 뇌가 다 결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식이죠. 저는 이것이야말로 첨단의 연구와 가장 과학적인 시각이 보여줄 수 있는 겸손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느 한 쪽의 편을 들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것이야말로 비과학적인 태도라고 봐야겠죠. <운명의 과학> 저자인 크리츨리는 이런 업데이트된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론이냐 자유의지냐 하는 철학적 논쟁에 매이기보다는 실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실용적 고민을 해야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책은 이상희의 <인류의 기원>입니다. 이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의견이지만, 인간의 현재를 이야기하면서 이 현생인류가 만들어진 과정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우주나 세포의 탄생부터 시작하기엔 이야기가 너무 길고 방대하고, 그렇다고 현대와 미래까지 예측하겠다고 달려드는 <사피엔스>같은 책을 읽자니 너무 두껍고. 딱 현생인류의 기원 전후 시기로 끊으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인류의 기원>입니다. 우선 잡지 연재분을 묶은 책이라 쉽게 읽히고요. 저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부모님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데, 부모님 세대에 배웠던 인류의 기원과 생활방식에 관한 지식 가운데 수정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기원설만큼이나 다지역 기원설이 힘을 얻고 있다는 내용이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게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와 짝짓기를 해서 그 유전자가 현생인류에 남아있다는 내용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마치 공룡에 깃털이 있는 것처럼,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는 부모님들이 배웠던 게 더 이상 과학적 진실이 아닌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건 우리 인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