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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공 - 공놀이는 어떻게 인류를 진화시켰나 ㅣ 세계사 가로지르기 19
김은식 지음 / 다른 / 2016년 9월
평점 :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세상을 바꾼 공> 시작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포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종목을 말해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공을 갖고 노는 게임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축구, 야구, 농구를 비롯해 테니스, 골프, 탁구, 미식축구 등등등. 우주인이 지구에 와서 우리들을 본다면,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는 둥글고 탄력있는 물체를 보면 매우 흥분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왜 “그깟 공놀이”에 미쳐있는 것일까요? 이 종목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우리 곁에 있는 공놀이들의 기원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가 궁금하신가요? 공을 만드는 소재의 발전에서부터 민주주의 평등사회와 민족주의와 연관된 정치적 상징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그깟 공놀이”가 아닌 인류와 함께해온 공놀이의 여정이 궁금하신가요? 아이와 함께, 부모님과 함께, 공놀이 뒤에 잠깐 쉬며 <세상을 바꾼 공>을 읽어보세요. 이 책을 읽은 뒤엔, 공과 공놀이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선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과 이 책을 읽으며 수업을 해보았는데, 정치와 스포츠가 연관되는 부분이 어렵다는 의견이 꽤 많았고, 저도 학생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추상적이지만 소속감이 느껴지는 “사회”라는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시점이 되어야 이 책의 내용이 수월하게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아마도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해태 타이거즈”입니다. 기아 타이거즈 아니고, 해태 타이거즈입니다. 저는 기아 타이거즈도, 해태 타이거즈의 팬도 아니지만, 이 팀에서 오래 뛰었던 투수 이강철 선수, 현 KT 위즈 감독님의 팬입니다. 또한 5월 광주 민주화운동 주간에, 광주를 연고로 삼고 있는 해태 타이거즈를 다루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가 소속돼있던 팀,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헌정방송으로 2종 보통 키워드를 꾸려볼까 합니다.
외국에 민주주의와 저항의 상징인 팀으로 FC바르셀로나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상징이 강한 구단을 꼽는다면 누가 뭐라해도 해태 타이거즈일 것입니다.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촉구 시위를 무력으로 짓밟고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라고 쓰고 환심을 사기 위해 라고 읽는) 이전 박정희 정부에서 채택해왔던 강력한 문화적 억압정책을 서서히 완화하기 시작합니다. 책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이른바 영화, 스포츠, 성을 줄여서 말하는 3S 정책으로 유명한, 통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적 전략이었죠. 프로야구의 개막도 3S 정책의 일부였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광주를 연고지로 삼고 출발한 해태 타이거즈는, 지역차별과 정치적 억압을 스포츠로 넘어서고자 하는 호남인들의 열망 전체를 담은 상징이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전라남북도를 다 합쳐도 광역시도 하나, 프로야구팀도 하나인 것을 보면 다른 지역과의 경제적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있는지 알 수 있죠. 프로야구 출범 이전 아마추어 야구에서 강팀으로 손꼽혔던 광주일고 야구부의 인력을 거의 그대로 흡수한 해태는 82년 창단 이후 97년까지 15년 동안 무려 9번이나 우승팀이 되어 호남 사람들의 마음을 약간은 어루만져주었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해태 타이거즈 시절 응원가 중에 하나가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이었다고 합니다. 원곡은 잘 모르지만 리메이크 곡을 통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루시드 폴의 리메이크 버전을 제일 좋아하는데, 배경음악으로 깔아주시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같이 보시면 좋을 영화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2002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YMCA 야구단>입니다. 네이버에서 1천원에 구매하실 수 있고요, 이 책의 4장에 등장하는 한국 최초의 야구팀인 YMCA팀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감독은 김현석인데, 연출작품 중에 야구 영화가 세 편이나 있고,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연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영화의 주연은, 지금 관점에서 보면 정말 화려한데요, 김혜수, 송강호, 황정민, 고 김주혁 배우입니다.
스포츠와 함께 근대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이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주요 주제 중에 하나인데요, 이 “근대”라고 하는 것이 어떤 특성을 지니는 시대인지를 이 영화 속에서 그럴듯하게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왕조국가 조선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는 양상, 신분 없는 평등 사회, 엄격한 규율과 규칙에 따라 훈련하고 움직이는 “스포츠”로서의 운동, 구성원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넘어서 하나의 유기체로서 움직인다는 팀 스피릿, 일제강점기에 식민통치를 당하는 한국인들의 민족 감정을 대변하는 상징적 집단으로서의 야구팀 등 여러 복잡한 요소를 편향 없이 세련되게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 2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인데다, 명작이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부족해서 약간은 오글거리고 낡은 티가 나긴 합니다. 이런 점들만 약간 참고 넘기신다면 여러가지 면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