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 - 상 - 고대와 중세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시중에 나와있는 철학사 책 중에 여러 가지 의미로 가장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철학의 본령으로서의 형이상학 부분에 충실하다는 점은 다른 어떤 철학사 책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철학 안에서도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많은 설명이 필요한 역설적 분과가 바로 형이상학인데, 그 부분을 이만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세철학의 현재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신"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형이상학이라는 분야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고, 형이상학에 충실한 이 책의 성향과 잘 들어맞는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철학적 "활동"이 과거의 철학자들이 남긴 유산에 얼마나 빚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빚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변용)됐는지를 강조하는 철학"사"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철학적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왜 반드시 철학의 역사를 공부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아주 길고 상세한 답변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장점을 뛰어넘는 단점이 있다면, 어렵고 낡았고 무성의하다는 것. 원본 독일어 초판이 1948년(...)에 나왔고 첫 번역은 1983년(...), 물론 분야 특성상 오래 읽히면 일단 클래식 취급을 받는 경향이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는 책이긴 한데... 흠.


형이상학에 치중하는 서술 스타일 또한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서 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라질텐데,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은 철학에 질려서 다시는 안보게 만들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성의 문제. 번역의 개정판은 1999년인데 대체 뭘 개정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타, 오역으로 추정되는 이상한 문장들, 일어번역본을 베낀 것이 거의 확실한 이상한 표기법 등등 완성도 측면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인데, 앞으로 사람들에게 계속 읽히려면 언젠간 통으로 새로 번역/출판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안 될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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