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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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소설가 아이리스 머독을 철학자 로 분류해놓은 관점에 놀랐기 때문이다. 소설가로 유명하긴 하지만, 머독은 철학자로서도 업적을 쌓은 대가다. 특히 영미철학 전통에서 페미니즘 윤리학을 정립한 선구자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에는 더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흐름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귀담아들을만한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다. 내면으로 매몰되는 순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브링크만은 말한다. 인간은 온전히 개인(개별자)일 수 없고, 근본적으로 타인(타자)과 함께 맺어진 그물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지향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잊어버리고 타인을 내 뜻대로 움직여서 나만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뤄야한다는 "도구적" 관점을 취한다면, 타인은 언제나 지옥일 수 밖에 없다. 결코 그들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우리에겐 인정이 필요하다. 타인도 목적이며(칸트) 타인과 맺는 관계도 목적이라는(아리스토텔레스) 사실, 그리고 이 관계의 사실을 구성하는 요소인 약속(니체), 진실성(아렌트), 사랑(머독), 용서(데리다), 책임(로이스트루프)은 다른 목적에 대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추구할만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그래야만 내면에 침몰된 반쪽자리 자아(ego)가 아닌, 타인을 포함하는 진짜 자기(self)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키에르케고르). 진짜 자기를 대면하는 순간 나는 자아의 요구로부터 벗어나 나의 행동방식을 선택할 자유(카뮈)를 얻는다. 이 자유를 발판삼아 내 삶을 목적의 가치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죽음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우리가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최상의 존재양식이다(몽테뉴).


나는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니다. 타인 또한 타인이면서 동시에 타인이 아니다. 타인은 나를 만들고, 나 또한 타인을 만든다. 이 점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잊어버리면서 진짜로 가치있는 것들을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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