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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우화 -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맨드빌의 말은 어떤 부분에선 현실에 대한 설명으로 받아들일만 하지만, 다른 부분에선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제언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또 다른 부분에선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맨드빌의 세계에는 착한 사람이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애의 원리에 따라 마음을 먹고, 행동한다.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는데, 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단 들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들키면 자기애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명예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들 하는 거짓말은 오히려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 준 동력이 되기 때문에, 이 국면에선 도덕적 고결함보다는 우리가 현재 영위하는 삶의 상태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이런 삶의 모습이 형성되는 더 근본적인 동기는, 자기애가 이해타산이 아니라 감정이기 때문이라는 게 맨드빌의 생각인 것 같다. 심지어 이것은 물욕마저도 초월하는데, 자기애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때로 인간은 어떠한 종류의 막대한 지출도 감수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칭찬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죽어서도 칭찬받길 원한다. 그래서 맨드빌의 세계는 물질과 이익의 세계가 아니라 감정경제의 세계인 것 같다.
하지만 몇 가지 잘못된 전제와 더불어, 국가 운영의 관점에서 정책을 제시할 때는 자주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시대적 한계 때문에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은 책의 각주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인데다가, 결정적으로는 감정경제의 팽창을 위해서 필수적이어야 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계층인 하층계급(일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일정한 수준에서 묶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냄으로써 자기가 했던 말과 스스로 충돌하고 마는 것이다. 자선사업에 대한 비판은 현재 (이른바) 우파들이 동원하는 복지축소 논리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원형인 만큼, 그 견해는 훨씬 날것이며 공격적이다.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사람이 아니라 거의 기계처럼 보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물론, 그가 설명하는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그렇게 많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도 그러하고, 비슷한 의견이 마치 인간을 통찰하는 진리인 양 아직도 떠돌아다니고 있으니까.
그래서 궁극적으로, 나는 자기애를 사회 구성의 중심원리로 삼는 맨드빌의 견해에 의문을 갖게 된다. 정말로 번영하는 사회는 맨드빌의 의견처럼 자기애를 중심으로 구성되는가? 지금까지 그런 사회가 번영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조금 덜 풍요로워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정말로 그의 말처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아직 이런 질문들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럴 때는 확고한 의견을 가진, 특히나 이 책처럼 그 주장의 원형을 날 것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책을 읽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기와 사치와 오만은 그 이득을 우리가 누리는 한 남아있을 것이다. - P119
실제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마음에 그려볼 수 있을만큼 상상력이 강하고 생생한 사람은 동정심을 닮은 감정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술로 그리되는 것이며 때로는 애를 좀 써야 하는 것으로, 연민을 그저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 P187
노예가 허용되지 않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가장 확실한 부는 부지런한 가난뱅이가 많다는 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P200
관습은 힘으로 자연을 비틀기도 하면서 자연을 흉내내기도 한다. - P218
대화를 나누는 모든 모임에서 다들 제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말싸움하기보다는 맞장구나 쳐주는 무관심한 사람, 쏘아대지도 않고 남이 뭐래도 기분 상하지 않는 성격 좋은 사람, 논쟁을 싫어하여 말로 이기려 들지 않는 속 편하고 게으른 사람, 이런 사람들이 어느 모임에서나 인기 있다는 것이다. - P232
배고픔과 목마름과 헐벗음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첫째가는 폭군이며, 그 뒤를 이어, 자존심, 게으름, 관능, 변덕스러움 같은 것들이 모든 예술, 과학, 상거래, 공예, 직업을 북돋는 위대한 후원자가 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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