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친구가 잠깐 귀국을 하였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 24시간 동안 함께 있었다. 금요일 비행기로 떠난다고 하니, 사실, 언제 다시 볼 지 알 수 없는지라, 1분이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세개의 술집을 돌고, 노래방을 가고, 친구의 집에서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점심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어느 카페에 들어가 또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함께 한 멤버가 여섯이다.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 다방커피에 얼음 몇 개 띄어 주었으면 족할 것을, 주인장은 원두커피에 얼음을 갈아서 갖다 주었다. 맛이 없어서 빨대가 스포이드인양, 조금씩 빨아 당겼다가 먹었다. 슬슬 장난끼가 발동하여 빨대에 담긴 커피를 받아 마시라고 친구에게 권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아리송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내 의도를 파악하고는 진저리를 쳤다. 침이 들어갔네 어쩌네.. 하며 말이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권했더니, 역시나 싫단다...
전에 나의 한 친한 친구는 내가 입으로 쪽 빨아서 음료수를 빨대에 담으면, 잘 받아먹었다. 어떨 땐 입속에서 한참을 굴리던 사탕을 주어도 받아먹었다. 물론, 진저리를 치긴 했지만... 그리고, 얼굴을 움켜쥐고 사진을 찍어도 잘 찍혀 주었고, 전화하라면 하고, 나오라면 나오고, 면도하라면 면도하고, 목욕하라면 목욕하고, 자라면 자고, 먹으라면 먹던.. 그런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 낮에 갑자기 빨대장난을 치다가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가 지적한 대로 나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다 기꺼이 받아준 그 마음이 새삼 고맙다. 그는 내 애인이다.
애인이었다,고 쓰다가 애인이다,라고 고쳐 넣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를 소개할 때면, 항상 그가 내 친구라고 했고, 나는 우리가 헤어진다고 해도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인관계는 그냥 좀 각별한 우정일 뿐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의 말이 유치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그를 더이상 내 친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내 방식 때문에 고생했을 그를 위한 배려이다.
빨대 하나 가지고 별 소리를 다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