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민경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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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민경주 지음, 쌤앤파커스, 2020.


 

책을 덮고 나니 가난한 회사의 산전, 수전, 공중전에도 살아남은 역전노장 마케터 매뉴얼’이라고 읽히는 건 기분 탓일까.


 

마케팅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제품의 일생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무다. 대표적인 기획 업무인데, 이 업무는 못하면 내 탓, 잘하면 상사 덕분이 되고, ‘맨땅에 헤딩이 매번 좋은 결과만 나올 수 없으니 이마와 마음에 피가 철철 흘러도 다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로 제약회사 홍보팀에서, 쇼핑몰 솔루션사 마케팅 팀장을 거치며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저자가 어쩌다 보니 마케팅을 하게 된 사람들을 위해 펴낸 마케팅 업무 실용서이다.


 

마케팅을 위한 환경 분석부터, 콘텐츠 제작, 광고와 홍보, 그리고 멘탈관리까지 다루고 있다. 작은 회사의 마케터가 겪게 되는 상황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산전, 수전, 공중전에서 얻은 영광의 상처 몇 개쯤 꺼내 보여주며, 어디선가 남모르게 상처 받고 있을 마케터들을 다독여주기까지 한다.


 

당신의 컨텐츠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발견되는가는
당신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요소입니다.(67)


 

마케터에게는 오운드 미디어와 페이드 미디어를 이용해
긍정적인 언드 미디어를 획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됩니다.
3가지 미디어를 이용해 점차 알려지는 것이 미디어 믹스 전략으로,
결국 콘텐츠를 어떻게 뿌리느냐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75)


 

어떤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어느 채널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는지,
이벤트 진행기간 동안 해당 이벤트 때문에 방문한 고객은
전체의 몇 %였는지 등을 파악해야
당신의 마케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을 했을 때 어떤 결론을 냈는가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실패했을지언정 결과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일을 한 것이 됩니다.(102)

마케터는 세상에게 두들겨 맞는 것이 일상입니다.
프로모션 계획은 늘 생각한 일정대로 굴러가지 않고,
내부 테스트까지 거친 콘텐츠는 꼭 업로드 이후에 문제점이 발견되죠.
내 편인 줄 알았던 회사 사람들은 상황이 불리해지면
잘못의 이유를 마케팅팀에서부터 찾기 시작합니다.(192)


 

회사 업무 실용서나 자기개발서 중에는 앞에는 흡입력 있게 전개되다가 뒤로 갈수록 중언부언되어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은 뒤로 갈수록 더욱 빠져들게 된다.


 

바쁜 현업으로 읽을 시간 조차 없다면 맨 뒤 챕터부터 읽으시라. 어려움에 처한 후배들에게 전하는 편지와 같이 격려와 함께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놓았다. 마케터 고수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내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영역을 만들어버리세요.
그걸 회사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229)


 

지금하고 있는 업무가 마케팅 업무는 아니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니,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을 통해 알게 된 콘텐츠 제작, 웹브라우저 파라미터나 퍼널 분석, 고객 관리 등을 임직원, 즉 내부고객을 대상으로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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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시네마 던전 : 김봉석 영화리뷰 범죄·액션 편 - A♭시리즈 013 A♭시리즈 13
김봉석 지음 / 에이플랫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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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던전 : 범죄 액션 편, 김봉석 지음, 에이플랫, 2020.


<씨네마 던전 : 범죄 액션 편>은 영화평론가 김봉석이 격주간지 <씨네필>과 주간지 <씨네21>의 기자로 있으면서 쓴 리뷰를 긁어 모아출판한 책이다. ‘좋은 작품이지만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의 리뷰를 찾으면 몇 개 없는 것에 주목해 기존에 쓴 리뷰이지만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로 출판했다고 한다.


의외로 리뷰를 찾아보려면 도움이 되는 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인기작이나 거장의 영화들은 수없이 많은 리뷰가 있지만
유명하지 않은 영화들, 잠깐 스쳐간 영화들,
좋은 작품이지만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의 리뷰는
겨우겨우 찾으면 두어 개 있는 정도다.
과거에 쓴 리뷰들을 묶어 내자고 했을 때 동의한 이유는 그런 것이다.
일단 기록으로서 남겨두자는 것.


범죄 액션편에는 총 96편의 갱스터 영화와 필름 누아르, 복수영화, 무술영화, 재난영화 등이 담겨있다. 단지 영화의 리뷰를 보는 것을 넘어 영화를 보던 시절로 강제 소환되었다. 영웅본색 등 홍콩 누아르 영화는 너도 나도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폼을 잡던어린 시절로 소환됐고, 대부 등 갱스터 영화는 사랑 보다는 우정이 우선이고, 의리가 우선이라고 외치던 학창 시절로 소환됐다.


<씨네마 던전 : 범죄 액션편>은 진한 사골국물과 같이 96편 영화의 엑기스만 담겨있다. 96편의 엑기스만 섭렵하면 범죄 액션 영화의 고수가 되면 좋으련만, 엑기스이기에 갈증만 커진다. 그래서 하나하나 모두 보고 싶은데 런닝타임을 모두 더하니 11,355분이다. 189시간 15. 721시간 15분을 연속으로 봐야 다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명절 특선영화 상영표 처럼 든든한 영화 목록이 생긴 기분이다. 가끔 옛날 영화를 보고 싶은데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제는 범죄액션 영화는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음 <씨네마 던전>도 기대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보고 나면 되묻게 된다.
과연 어디까지가 타락이고, 어디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인가.
각자에게 달린 선택이기는 하지만 궁금하다.
중용한 것은 이 세상이 천국인가, 지옥인가가 아니다.
내가 선택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결국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 패밀리다.
범죄 조직 역시 그들을 패밀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족을, 친구를 지키고 생존하기 위해
또 하나의 패밀리를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패밀리가 견고해질수록
진짜 가족은 시들고 붕괴되어간다.
범죄자의 활극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과 집단의
필연적인 붕괴를 그리는 것이 바로 갱스터 영화다.


빈민가에서 성공하려면 갱단이나 경찰이 되어야 하지만,
그들은 언젠가 거리에서 개처럼 죽어갈 것이다.
대부분의 빈민가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는 것만을 택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그들은 파벨라를 떠나야만 한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거나,
되도록 갱단의 다툼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조심한다해도 결말은 같다.


냉전이 해체된 이후의 첩보전은 더욱 삭막하다.
회의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냉전 시대에는
민주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수호할 가치가 있었다.
이제는 어디에도 대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80년대 이후 여전사의 계보를 한번 찾아보자.
<
에이리언>(1979)<터미네이터>(1984)의 중성적인 여전사,
뤽 배송이 창조한 고혹적인 킬러 <니키타>(1990),
<
툼 레이더>(2001)의 안젤리나 졸리, <레지던트 이블>(2002)의 밀라 요보비치,
<
언더월드>(2003)의 케이트 베킨세일로 이어지는
여성적이고 섹시하면서도 남성을 압도하는 여전사,
<
킥 애스: 영웅의 탄생>(2010)의 귀엽고 살벌한 소녀 히어로 힛걸.
그리고 살인 병기로 키워진 16살의 소녀 한나 역시
여전사 계보도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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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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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쌤앤파커스, 2020.


2020 에서용, 신, 정’에서 고 했다. 또한 주요 주요 들도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이나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뉴노멀의 저성장 시대에 혁신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절박감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사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이제는 진부해보이기 까지 한다. 누군가가 혁신을 한다고 하면 크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가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구잡이 토건개발을 함으로써 녹색이라는 단어의 좋은 의미를 훼손하고 퇴색시킨 것과 같이, ‘혁신이라는 단어도 여기저기 차용하며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혁신은 사전적으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한다. ‘바꾸어 새롭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조직에서 회자되는 혁신은 개선이나 보수도 넓은 범주의 혁신에 해당한다며 모든 것에 혁신을 오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대기업에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정치적으로 힘을 키우되 회사의 실적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것 등이
일의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고 혁신적이기 위해 필요한 것과 정반대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회사를 위해 새로운 기회를 생각해내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지 않아요.
-
캐시 해넌( (133)


<와이어드> 영국판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고 기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로완은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을 통해 넓은 의미로 오용하는 혁신혁신 연극이라고 명명하고,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교란자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규모 조직 내에서 혁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사실 혁신 연극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것은 정해진 규칙대로 혹은 PR부서에서 하라는대로
사고방식과 문화의 급진적 변화에 대비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추진하는 혁신에 불과하다.(13)


많은 기업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또 그 과정을 틀에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나는 그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혁신도 책상 위에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을 구조화하려는 사람은 혁신할 수 없지요.
혁신은 운 좋게 발견하는 거예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온 영향력이나 아이디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겁니다.
아주 오래도록 문제를 째려보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나올 리는 없지요.”
-
다니엘 엑 (소포티파이 공동창업자)(15)


교란자들이란 호텔 사업은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세운 에어비앤비와 같이 시장을 흔드는 혁신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고, 이 책을 통해 교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업 중인 특급호텔에서 지하 5층 규모의 공간을 조성하되, ‘투숙객이 굴을 뚫거나 땅을 파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해야 하고, 페기물이나 장비 반입은 건물 뒤쪽의 2 짜리 창으로만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불가능한 공사삽만으로 트럭 500대 분의 흙을 파내며 성공시킨 맥기 그룹과 엔지니어링 기업 아룹.


회사는 반드시 크고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친근해야 합니다.
모든 직원은 지휘 계통의 연결고리나 관료 기구의 한 톱니바퀴가 아니라
모든 관심사의 초점이 자신의 행복인 한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또 수단뿐 아니라 목적으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
오베 아룹(28)


수많은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일을 하려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35)


미 국방부 펜타곤의 웹사이트 보안을 위한 펜타곤 해킹프로젝트를 수행한 DDS(Defense Digital Service, 국방부 디지털 서비스). 해커들로 구성된 이들은 국방부 사이트를 해킹하며 보안 취약점을 식별함으로써 국방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파병 부대의 시스템 개선으로 영역을 확장했다고 한다. 팀의 리더 린치는 시스템에 불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63)’고 이야기 한다.


혁신은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것이 아닙니다.
혁신은 문화 변동이죠.
뒤로 열 걸음을 돌아와 실제로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우리 팀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다 필요에 따라 태어난 겁니다.”
-
크리스 린치(68)


우리는 필연적으로 장벽에 부딪힙니다.
그게 과정이든 사람이든 예산이든 말이에요.
그래서 맨 위에 투사가 버티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레이나 스탈리(68)

이외에도 핀란드 최대 금융 그룹 OP가 디지털화되는 시대흐름에 맞춰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와 동시에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에게 통합 이동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과 웰빙 산업으로 확장하며 병원과 건강보험 사업에 진출한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자정부를 선언한 에스토니아와 로봇과 인간의 협업 모델을 만들어낸 오토데스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빌딩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코워킹 공간으로 만든 건축가 데이비드 킹 등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을 만들어 낸 교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구글X 프로젝트에서 혁신을 제도화하며 도입한 멍키-퍼스트(Monkey-first)’ 방법론은 우리가 어려운 문제와 마주했을 때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깨워 준다. 조직 내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일이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사소한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가장 중용한 것을 먼저해야 한다고 일침한다.


멍키-퍼스트방법론
우리가 기둥 위에 앉아 있는 원숭이에게
셰익스피어를 암송하라고 가르치는 상상을 해보자.
돈과 시간을 어떻게 할애해야 할까?
주주나 상사들이 진척 증거를 초기에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조직은
대부분 기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는 진척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내는 그릇된 선택이다.
올바른 선택은 가장 어려운 부분,
즉 원숭이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다.(113)


<디슾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에서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혁신 연극이 아닌 진정한 혁신을 위한 방법과 교란자가 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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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의 한국사 - 가뿐하게 읽는 역사
박강리 지음 / 북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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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의 한국사, 박강리 지음, 북하우스, 2020.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참 다양한 것 같다. 교과서와 같이 국가와 통치자를 중심으로 연대기순으로 이해하는 방법과 위인전과 같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서울, 부산, 대구 등 지역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방법도 있고, 특정 사물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갑 속의 한국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고, 그것을 통해서도 인물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폐는 일상에서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지폐 속의 숫자나 색깔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우열을 가르기도 한다. 때로는 지폐의 가치를 지폐 속에 담긴 인물이나 색깔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지폐에는 인물 외에도 다양한 유물이 담겨있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지갑 속의 한국사>는 지폐에 담긴 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지폐에 담긴 다양한 유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원권에는 세종대왕과 함께 앞면에는 일월오봉도, 용비어천가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이 그려져있다. 이 그림이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인줄 몰랐다. 조선시대 천체관측기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넘겼는데, 1996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광학망원경이라고 한다.


 

천원권에는 퇴계 이황과 매화나무, 성균관 명륜당,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담겨있다. 정선은 노년에 퇴계를 떠올리며 <계상정거도>를 그렸다고 하는데, 그림 속 정자 안에 사람이 앉아 있는데, 퇴계 이황을 그린 듯하다고 한다.


 

2009년에 발행된 오만원권에는 신사임당과 사임당의 그림 <포도>와 가지 그림, 뒷면에 어몽룡의 <월매>와 이정의 <풍죽>이 함께 그려져 있다. 다른 지폐들이 인물과 관련된 유물이 그려져 있기에 이 그림들 또한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오해했다. 이유가 궁금했으나,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명확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끝으로 오천원권에는 율곡 이이와 오죽헌,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담겨있다.


 

<지갑 속의 한국사>와 함께 지폐 속에 담긴 인물의 삶의 궤적을 따라 가볍게 역사 여행을 하는 듯하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그래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지폐 속 그림들의 인물과 그림들이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앙부일구는 지금 여기의 시간을 알려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시계 속 시간(한국 표준시)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사람이 약속으로 정한 시간이다.
그래서 앙부일구의 시각과 우리가 보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40)


 

맹자의 사단설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이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이 있고,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인 사양지심()이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인 시비지심()이 있다.(
)
퇴계는 사람의 마음은 처음부터 두 갈래가 있다고 보았다.
한 갈래는 사단이 주도하고, 또 한 갈래는 칠정이 주도한다.(
)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마음이다.(71~72)


 

사임당은 사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지은 당호이다.
사임은 태임을 본받다라는 뜻이다.(
)
태임은 <소학>, <내훈>, <시경>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이다.(119)


 

사임당은 자녀들에게 직접 학문을 가르쳤다.
학문을 잘하는 것보다 왜 하는지를 깨닫는 것,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도록 가르쳤다.(138~139)


 

사임당을  따라다니는 또 다른 이미지는 현모양처이다.
현모양처가 어진 어머니, 착한 아내를 말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와 헌신, 희생의 아이콘으로 현모양처를 주장한다면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사임당의 삶은 현모양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143)


 

율곡은 감정 자체에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고 보았다.
기뻐해야 할 때 기뻐하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수 있으면 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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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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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지음, 상상출판, 2020.


연애를 1년하고 결혼한지 7년이 되어가는 우리 부부는 서로 죽이 잘 맞는 편이다. 연애를 할 땐 몰랐던 아내의 장난끼가 결혼후에 시동이 걸렸고 내 눈에는 그 장난스러움이 한없이 귀여워 잘 받아주는데 남들이 보는 데서 그러면 닭살스럽게 군다고 한소리 들을 테니 둘이 있을 때만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그렇게 별 일 없이도 웃을 일이 많은 우리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괜찮은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만났다.


수많은 일본 현대 작가의 작품을 우리 말로 옮긴 28년차 권남희 번역가가 쓴 이 책에는 평범한 일상이 주는 찬란한 위대함이 따뜻하게 녹아 있다. 유년시절 일기장을 뒤적일 때처럼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이 문장들 곳곳에 숨어 있고 읽다 보면 비 온 뒤 만난 무지개처럼 반가운 기분이 든다.


이렇게 운 좋게 서로 오해를 풀고 웃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
끝내 풀리지 못한 채 묻혀 버린 세상의 오해들이 얼마나 많을까.
알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문제로 얼마나 많은 관계가 파투 났을까.
조병화 시인의 시
남남
오해로는 떠나지 마세. 오해를 남기고는 헤어지지 마세하는 구절이 있지만,
애초에 오해인 줄 알았으면 떠났겠습니까요. (54)


추억 속의 사람들은 잠시 소환했다가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게 좋다.
긴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한다.

안부는 바람을 통해 듣도록 하자. (125)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말한다.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그 바다를 건너는 누군가에게, 한 줄 쯤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한 줄 한 단락에 밑줄을 긋기 보다는 이야기를 통째로 마음에 담고 싶어진다. 그리고 점점 나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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