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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쌤앤파커스, 2020.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신년사에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주요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들도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이나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뉴노멀의 저성장 시대에 ‘혁신’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절박감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사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이제는 진부해보이기 까지 한다. 누군가가 혁신을 한다고 하면 크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가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구잡이 ‘토건개발’을 함으로써 ‘녹색’이라는 단어의 좋은 의미를 훼손하고 퇴색시킨 것과 같이, ‘혁신’이라는 단어도 여기저기 차용하며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혁신’은
사전적으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한다. ‘바꾸어
새롭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조직에서 회자되는 혁신은
개선이나 보수도 넓은 범주의 ‘혁신’에 해당한다며 모든 것에
‘혁신’을 오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대기업에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정치적으로 힘을 키우되 회사의 실적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것 등이
일의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고 혁신적이기 위해 필요한 것과 정반대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회사를 위해 새로운 기회를 생각해내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지 않아요.
- 캐시 해넌( (133쪽)
<와이어드> 영국판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고 기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로완은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을 통해 넓은 의미로 오용하는 ‘혁신’을 ‘혁신 연극’이라고
명명하고,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교란자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규모 조직 내에서 혁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사실 ‘혁신 연극’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것은 정해진 규칙대로 혹은 PR부서에서 하라는대로
사고방식과 문화의 급진적 변화에 대비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추진하는 혁신에 불과하다.(13쪽)
“많은 기업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또 그 과정을 틀에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나는 그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혁신도 책상 위에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을 구조화하려는 사람은 혁신할 수 없지요.
혁신은 운 좋게 발견하는 거예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온 영향력이나 아이디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겁니다.
아주 오래도록 문제를 째려보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나올 리는 없지요.”
- 다니엘 엑 (소포티파이 공동창업자)(15쪽)
‘교란자들’이란
‘호텔 사업은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세운 에어비앤비와 같이 시장을 흔드는 혁신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고, 이 책을 통해 ‘교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업 중인 특급호텔에서 지하 5층 규모의 공간을 조성하되, ‘투숙객이 굴을 뚫거나 땅을 파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해야 하고, 페기물이나
장비 반입은 건물 뒤쪽의 2㎡ 짜리 창으로만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불가능한 공사’를 ‘삽만으로 트럭 500대
분의 흙을 파내’며 성공시킨 맥기 그룹과 엔지니어링 기업 아룹.
“회사는 반드시 크고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친근해야 합니다.
모든 직원은 지휘 계통의 연결고리나 관료 기구의 한 톱니바퀴가 아니라
모든 관심사의 초점이 자신의 행복인 한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또 수단뿐 아니라 목적으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 오베 아룹(28쪽)
수많은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일을 하려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35쪽)
미 국방부 펜타곤의 웹사이트 보안을 위한 ‘펜타곤 해킹’ 프로젝트를 수행한 DDS(Defense Digital Service, 국방부
디지털 서비스). 해커들로 구성된 이들은 국방부 사이트를 해킹하며 보안 취약점을 식별함으로써 국방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파병 부대의 시스템 개선으로
영역을 확장했다고 한다. 팀의 리더 린치는 ‘시스템에 불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63쪽)’고 이야기 한다.
“혁신은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혁신은 문화 변동이죠.
뒤로 열 걸음을 돌아와 실제로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우리 팀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다 필요에 따라 태어난 겁니다.”
- 크리스 린치(68쪽)
“우리는 필연적으로 장벽에 부딪힙니다.
그게 과정이든 사람이든 예산이든 말이에요.
그래서 맨 위에 투사가 버티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레이나 스탈리(68쪽)
이외에도 핀란드 최대 금융 그룹 OP가 디지털화되는 시대흐름에
맞춰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와 동시에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에게 ‘통합 이동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과 웰빙 산업으로 확장하며 병원과 건강보험 사업에 진출한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자정부를 선언한 ‘에스토니아’와 로봇과 인간의 협업 모델을 만들어낸 ‘오토데스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빌딩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코워킹
공간으로 만든 건축가 데이비드 킹 등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을 만들어 낸 ‘교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구글X 프로젝트에서 혁신을 제도화하며 도입한 ‘멍키-퍼스트(Monkey-first)’
방법론은 우리가 ‘어려운 문제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깨워 준다. 조직 내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일이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사소한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가장 중용한 것을 먼저해야 한다고 일침한다.
‘멍키-퍼스트’ 방법론
우리가 기둥 위에 앉아 있는 원숭이에게
셰익스피어를 암송하라고 가르치는 상상을 해보자.
돈과 시간을 어떻게 할애해야 할까?
주주나 상사들이 진척 증거를 초기에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조직은
대부분 기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는 진척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내는 그릇된 선택이다.
올바른 선택은 가장 어려운 부분,
즉 원숭이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다.(113쪽)
<디슾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에서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혁신 연극’이 아닌 진정한 ‘혁신’을
위한 방법과 ‘교란자’가 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