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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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지음, 상상출판, 2020.


연애를 1년하고 결혼한지 7년이 되어가는 우리 부부는 서로 죽이 잘 맞는 편이다. 연애를 할 땐 몰랐던 아내의 장난끼가 결혼후에 시동이 걸렸고 내 눈에는 그 장난스러움이 한없이 귀여워 잘 받아주는데 남들이 보는 데서 그러면 닭살스럽게 군다고 한소리 들을 테니 둘이 있을 때만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그렇게 별 일 없이도 웃을 일이 많은 우리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괜찮은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만났다.


수많은 일본 현대 작가의 작품을 우리 말로 옮긴 28년차 권남희 번역가가 쓴 이 책에는 평범한 일상이 주는 찬란한 위대함이 따뜻하게 녹아 있다. 유년시절 일기장을 뒤적일 때처럼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이 문장들 곳곳에 숨어 있고 읽다 보면 비 온 뒤 만난 무지개처럼 반가운 기분이 든다.


이렇게 운 좋게 서로 오해를 풀고 웃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
끝내 풀리지 못한 채 묻혀 버린 세상의 오해들이 얼마나 많을까.
알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문제로 얼마나 많은 관계가 파투 났을까.
조병화 시인의 시
남남
오해로는 떠나지 마세. 오해를 남기고는 헤어지지 마세하는 구절이 있지만,
애초에 오해인 줄 알았으면 떠났겠습니까요. (54)


추억 속의 사람들은 잠시 소환했다가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게 좋다.
긴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한다.

안부는 바람을 통해 듣도록 하자. (125)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말한다.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그 바다를 건너는 누군가에게, 한 줄 쯤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한 줄 한 단락에 밑줄을 긋기 보다는 이야기를 통째로 마음에 담고 싶어진다. 그리고 점점 나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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