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의 한국사 - 가뿐하게 읽는 역사
박강리 지음 / 북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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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의 한국사, 박강리 지음, 북하우스, 2020.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참 다양한 것 같다. 교과서와 같이 국가와 통치자를 중심으로 연대기순으로 이해하는 방법과 위인전과 같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서울, 부산, 대구 등 지역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방법도 있고, 특정 사물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갑 속의 한국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고, 그것을 통해서도 인물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폐는 일상에서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지폐 속의 숫자나 색깔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우열을 가르기도 한다. 때로는 지폐의 가치를 지폐 속에 담긴 인물이나 색깔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지폐에는 인물 외에도 다양한 유물이 담겨있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지갑 속의 한국사>는 지폐에 담긴 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지폐에 담긴 다양한 유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원권에는 세종대왕과 함께 앞면에는 일월오봉도, 용비어천가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이 그려져있다. 이 그림이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인줄 몰랐다. 조선시대 천체관측기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넘겼는데, 1996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광학망원경이라고 한다.


 

천원권에는 퇴계 이황과 매화나무, 성균관 명륜당,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담겨있다. 정선은 노년에 퇴계를 떠올리며 <계상정거도>를 그렸다고 하는데, 그림 속 정자 안에 사람이 앉아 있는데, 퇴계 이황을 그린 듯하다고 한다.


 

2009년에 발행된 오만원권에는 신사임당과 사임당의 그림 <포도>와 가지 그림, 뒷면에 어몽룡의 <월매>와 이정의 <풍죽>이 함께 그려져 있다. 다른 지폐들이 인물과 관련된 유물이 그려져 있기에 이 그림들 또한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오해했다. 이유가 궁금했으나,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명확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끝으로 오천원권에는 율곡 이이와 오죽헌,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담겨있다.


 

<지갑 속의 한국사>와 함께 지폐 속에 담긴 인물의 삶의 궤적을 따라 가볍게 역사 여행을 하는 듯하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그래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지폐 속 그림들의 인물과 그림들이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앙부일구는 지금 여기의 시간을 알려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시계 속 시간(한국 표준시)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사람이 약속으로 정한 시간이다.
그래서 앙부일구의 시각과 우리가 보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40)


 

맹자의 사단설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이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이 있고,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인 사양지심()이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인 시비지심()이 있다.(
)
퇴계는 사람의 마음은 처음부터 두 갈래가 있다고 보았다.
한 갈래는 사단이 주도하고, 또 한 갈래는 칠정이 주도한다.(
)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마음이다.(71~72)


 

사임당은 사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지은 당호이다.
사임은 태임을 본받다라는 뜻이다.(
)
태임은 <소학>, <내훈>, <시경>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이다.(119)


 

사임당은 자녀들에게 직접 학문을 가르쳤다.
학문을 잘하는 것보다 왜 하는지를 깨닫는 것,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도록 가르쳤다.(138~139)


 

사임당을  따라다니는 또 다른 이미지는 현모양처이다.
현모양처가 어진 어머니, 착한 아내를 말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와 헌신, 희생의 아이콘으로 현모양처를 주장한다면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사임당의 삶은 현모양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143)


 

율곡은 감정 자체에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고 보았다.
기뻐해야 할 때 기뻐하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수 있으면 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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