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 악마 편집자가 신랄하게 알려준다! - 책 기획, 책 쓰기, 글쓰기, 마케팅, 저작권을 한 권에
최현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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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최현우 지음, 한빛미디어, 2020.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실용서 작가를 위한 실전 출판 안내서이다. 저자 최현우는 한빛미디어 편집자로 10년간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시중에 출판 전반을 이해하고 저자와 편집자가 협업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없어 직접 펴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이 독자와 만나기까지의 전 과정, 즉 책쓰기와 실용서집필에 적합한 글쓰기도 함께 다루고 있다. 먼저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이 책쓰기 적성에 맞는지 여부를 자가 진단해보고, 출판 시장, 인세 수입, 편집자의 역할 등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을 바로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편집자가 하는 일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기획 주제를 찾고, 저자를 섭외하고,
콘셉트와 포지션을 정하고, 목차를 제안하고, 글을 교정/교열/윤문하고,
표지 디자인을 고안해 원하는 표지를 도출하고, 심지어 제작이나 홍보에도 관여합니다.(23)


책쓰기는 투자 대비 효과가 낮습니다.
그래서 책을 처음으로 쓰시려는 분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친구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올 돈을 버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집필하시겠습니까?”(39)


좋은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에 투고하세요.”
그럼 좋은 편집자가 여러분을 멘붕에 빠트릴 겁니다.
왜냐하면 좋은 편집자는 여러분이 더 좋은 책을 쓰도록
끝없이 잔소리를 하거든요.(46)


글쓰기 이것만은 지키자
1.
쉼표를 남용하지 마세요.
2.
묶음 표시를 오용하지 마세요.
3.
서술어를 짧게 쓰세요.
4.
독자에게 자랑하지 마세요.(54)


좋은 글을 쓰는 방법
1.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구성하라.
2.
읽기 쉬운 말로 문장을 작성하라.(114)


편집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처음 계획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절대 다 쓴 원고를 넘기지 말라고 한다. , 글을 다쓰고 투고하는 것이 아니라 집필계획서와 샘플 원고 정도 쓰고, 집필 제안을 하라고 거듭해서 강조한다.


또한 경쟁력 있는 책을 출판하기 위한 기획과정과 집필 계획서를 작성해 출판사에 투고하고, 출간 후 마케팅 과정까지 소개하고 독자가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과 출판계약서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를 통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표지에 편집자의 이름이 표기되지 않지만, 책을 출판하는데 있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 하나 내는데 편집자의 요구가 너무 많고 까다로운 것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좋은 책을 독자에게 전달하기위한 노력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출판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두려움을 깨고, 출판, 편집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좋은 책을 내기 위한 악마 편집자와의 만남은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악마와의 계약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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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시대의 탄생 - 1980년대의 시간정치
김학선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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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시대의 탄생, 김학선 지음, 창비, 2020.


세슘 원자(133-55Cs)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

1.


왜 이렇게 복잡하게 정의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를 24시간으로, 1시간을 60분으로, 1분을 60초로 나누는 규칙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12진법과 60진법을 사용하던 문명에 의해 정해졌다고 하는데, 어쨌든 지금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시간이 되었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이란 생각이 든다.


흔히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시간이라고 한다. 부자든 가난한자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으로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시민이 시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간은 통치자의 것이었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통치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를 시도하는 것은 역모였다.


한 국가의 표준시는 국민의 생체리듬에 맞아야 하고,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세계협정시(UTC)와의 시간 환산이 용이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표준시는 학문적 연구나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과 정권의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곤 했다.(176)


국경일, 법정기념일 제도는 근대적 국민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시간이라는 차원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국가와 국민의 일체감을 기념하고 상징화하는 기제이다.(195)


국경일은 법률로 제정되는 데 비해
법정공휴일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법정공휴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지도자의 통치철학과
정권의 필요에 의해 변화를 보여왔다.
그런데 명절의 경우는 일관되게
근대적 국민국가의 시간제도인 법정공휴일에 공식적으로 편입되지 못했다.(200)


전제군주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건국부터 지금까지 시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살았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책이 <24시간 시대의 탄생>이다. 대한민국 70여 년의 역사에서 24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진 것은 불과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권력을 가진 통치자에 의해 시간은 통치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야행통행금지 시간부터 표준시, 국경일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간이 어떻게 정해졌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시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간 빈곤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게으름이나 나태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시간과 돈의 구조적 연결에 기인한 것이다.(23)


1981930일에 1988년 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결정된 이후,
야간통행금지제도의 해제 문제가 공론화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15일 자정부로
대한민국 사회는 야간통행의 자유를 얻어 하루 24시간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42)


야간통행금지 해제 초기에는 심야시간 네시간에 대한 규제가 사라짐으로 인해
그만큼 여유시간과 자유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망과 달랐다.
노동자들의 자유시간은 조국 선진화에 동원되거나 소비 열풍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시간은 입시를 위한 경쟁의 시간에 잠식되었다.(60)


심야 활동시간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자 야간통금 해제 이전보다
야근, 야간자율학습 등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야간통금 해제 이전에는 대부분의 노동이 자정 이전에 끝나야 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심야작업과 철야근무 등도 가능해졌다.
24시간 멈추지 않고 2교대나 3교대로 작업이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61)


1980년대에 극장에서의 애국가 상영, 국기에 대한 맹세, 국기 하강식은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을 국가에 대한 충성과 등치시키고,
국가에 대한 충성이 현 정권에 대한 동의나 협력과
동일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제였다.
이렇게 애국심을 강제하는 국기하강식 등은 신군부 정권이
개방과 자율을 표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국가주의를 강화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103)


1980년대에 일상적으로 요구되었던,
애국심을 표현하는 시간으로서의 국기하강식은 그 획일성과 의례성 때문에
정부에서 불허하는 시위를 할 때 시위의 시작시간을 정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1987
6월 민주화운동 때 시위의 시작시간은
국기하강ㅇ식이 있는 오후 6시로 정해지곤 했다.(111)


당시 텔레비전 방송은 소위 땡전뉴스라고 지칭될 만큼
뉴스시간을 통해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일정 장면을 주기적으로 안방에 전달함으로써
전두환 대통령을 새 시대의 정치지도자로 각인되게 했다.(
)
당시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체제에서 상업광고가 계속되고
일명 땡전 뉴스라고 칭해지는 뉴스프로그램의 보도양태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했는데, 그 방법은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986년에 이르러서는 범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면서
야당
ž재야ž시민단체 등이 협력해서 전국민운동이 되었다.(163~165)


흑백텔레비전 시기에는 수신료가 800원이었지만 컬러방송이 시작되면서
컬러TV 수신료로 2500원이 부과되었다.
이전과 비교해서 3배가 넘는 수신료였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신군부 정권의 언론 통제로 인해 공영방송의 편파성이 심해지고
수신료 징수에도 불구하고 상업광고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항의(
)
시청자들은 수신료시청료라고 명명하고 KBS 시청을 거부했다.
이로써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건전성은
수신료를 받기 위해 필요조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166)


1988년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청문회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다.()
첫 국회청문회는 5공 청문회였다.
처음에는 녹화방송이었는데 이후 생중계로 바뀌면서 시청률이 62%까지 치솟았다.
이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주목은 서울올림픽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169)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것이 1982. 그 이후에는 TV, 라디오 등 언론통제를 통해 24시간을 동원했다고 한다. ‘땡전뉴스’. TV 뉴스 시보가 하고 울리면 전두환 각하께서는으로 시작하는 뉴스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언론이 부르는 용비어천가이다. 80년대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기레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4035003

https://www.youtube.com/watch?v=jrO6ix3Px8M

https://www.youtube.com/watch?v=8TGPsqT0zL8

https://www.youtube.com/watch?v=N-ME8dkhLSI

‘5공 시절의 옛일이라고 웃어넘기기 쉽지 않다. 현재의 언론 구조라면 언제든 정권을 향한 용비어천가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또한 1989TV를 통해 외친 무전유죄, 유전무죄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고, 아니 보다 더 심해졌으니 과연 우리 사회는 진일보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


탈주범 중 한명인 지강헌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요구했고,
방송사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탈주범들의 인질극을
일요일 아침시간에 각 가정의 안방으로 생중계했다.
그때 지강헌이 한 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
그 전해에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새마을 비리로 인해
70
억원대의 횡령과 탈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는데,
지강헌은 500여만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었다.(
)
5
공 비리와 올림픽 이후 심화된 사회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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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지 않는다 - 세상에 가려지기보다 세상을 바꾸기로 선택한 11명의 이야기
박희정.유해정.이호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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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지 않는다, 박희정/유해정/이호연 지음, 한겨레출판, 2020.


인권의 역사는 예외적 존재로 여겨져 보이지 않았던 존재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새로 쓰였다.(219)


<나는 숨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지만 소수라는 이유로 가려진 이들, 한부모 여성’, 장애 여성’, 북한이탈 여성’, 홈리스 여성’, 탈학교 여성’, 조현병 장애 여성’, 스쿨미투 여성들이 온몸으로 겪은 차별에 맞선 이야기이다. ‘세상에 가려지기보다 세상을 바꾸기로 선택한이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세상을 향해 끈임 없이 외쳤지만,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우리 사회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는 자각과 함께 이들의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생겼다. 무반응의 사회로부터 무지의 나를 분리했지만, 결국은 무반응의 사회안에 나의 무관심과 무지도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11명의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개인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는다. 가정 폭력, 성폭력과 차별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하지만 물 속에 잠긴 빙산처럼 시스템의 문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개인의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나니 선명해 보인다. 눈에 보이는 개인의 문제에 주목할수록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는 더욱 불분명해진다.


이 책의 구술자들은 자기를 둘러싼 일상을 바꾸려 투쟁한다.
학교, , 직장, 친구 관계, 마을
…….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바꾸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두렵고 힘든 일이다.(
)
세상의 변화를 택한 사람이 가장 크게 바꾸는 건, ‘자기 자신이다.(9)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삶에서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힘은 개인에게 달린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20)


애 아빠가 바람이 나서 갈라선 건데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조차
나를 더는 모임에 안 부르는 거야.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고.
지인들이 나를 그렇게 쳐내니까 너무 상처가 되는 거야.
이혼한 게 내 죄야?(27)


마을 사람들이 열악하니까 근처에 한의원 원장님하고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번갈아 가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의료지원을 해줬어.(
)
가면 원장님들이 진찰하고 처방해주고. 근데 엄청 친절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짜라고 하면 남는 거, 나쁜 거 준다고 생각하는데,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동기들에게 후원받아서 질 좋은 약으로만 챙겨줬어.(33)


힘든 일 많이 겪어오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 생기면 어설픈 말 한 마디보다
그냥 밥 한 끼 사주고, 손 잡아주고 다독거려주는 게 좋구나.
가족이라도 어설프게 말을 모태면 상처가 되고 힘들구나하는 거.
사람은 힘들 때 가족도 필요하지만 친구도 필요하고
지원해주는 기관도 필요하구나하는 거야.(49)


한국사회에서 북한 이슈를 다룰 때 보면,
과연 진짜 다루고 싶어서 다루는지
아니면 서로 당파 싸움에 이용을 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만 세뇌됐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한국 사람들도 남북문제에 관해서는 세뇌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미디어를 통해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이미 받아들여버린 거예요.(92~93)


중요한 건 부모의 장애가 아니구나.
부모가 장애를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도 달라지는구나.’(127)


쓸쓸하고 서운하고 한편으로 내 신세가 처량하다 생각도 하다가,
그래도 이렇게 구루마 끌고 지나가면 먹을 것도 주고 점심 사 잡수라며
몇 천 원씩 돈도 주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가지 이렇게 버티고 살아왔나 봐.(169)


나보다 못사는 사람도 내가 이렇게 내려다보고 아휴……’,
이렇게 생각해본 역사가 없어요.
내 몸땡이가 이렇게 되기 전에는 지나가다가 깡통 놓고 앉아 있는 사람 보면은
내 수중에 돈 있으면 주고.(170)


홈리스 문제의 해결을 모색해온 사람들은
이 법안의 노숙인 등으로 표기된 개념을 홈리스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홈리스는 단지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상태 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거빈곤 상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쪽방, 고시원, PC, 만화방, 찜질방, 무허가 건물 등
안정적인 주거의 형태로 보기 어려운 곳을 전전하거나
친구의 집을 전전하는 이들의 현실을 드러내기에는
노숙인이라는 개념은 충분치 않다.(176)


청소년들은 그런 걸 귀신같이 잘 안다고 하거든요.
나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쉼터에서 우리를 관리 대상으로 대하는 거랑
한 명 한 명 품어주고 마음을 위로하면서 다가오는 건 달라요.
쉼터를 운영하는데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은
잘 보이거든요.(194)


저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거든요.
저를 호의적으로 대해주고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제 곁에 가까이 있는 거에요.
제가 이빨을 드러낼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날카롭고 경계심도 많았는데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되는 거죠.
낯선 경험이었이요.
주거가 안정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수면 아래에 깔려 있던 말랑말랑한 감정이 새살 돋듯 나오기 시작했어요.(201)


조미경에 따르면 시설화는 지배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보호/관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회와 분리해 권리와 자원을 차단함으로써
무능화/무력화된 존재로 만들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제한하여 주체성을 상실시키는 것이다.(
)
시설화라고 하면 시설만을 상상하지만 시설화된 집도 있을 수 있다.(217)


정신장애의 원인에 관한 대표적 오해로 마음이 약해서라는 게 있다.
한 개인에게 가해진 스트레스가 커서가 아니라,
그걸 견디는 마음이 약해서라는 인식은 아직 굳건하다.
그런 식으로 병원 원인을 아픈 사람에게 몰고
낙인화하는 힘이 거세기 때문에 반대로
이것이 뇌의 질환이라고 강조하게 되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정신장애가 사회구조적 문제와 무관한 것 같은 인식이 생기기 쉽다.(251)


태어날 때부터 여자애들은 순종적이고 단정해야 한다는
사회의 시선을 받고 자라면서 자기를 계속 검열하는구나.
남자애들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구나.
저렇게 맘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성별 권력이구나.(281)


인류가 전제 군주 시대를 넘어 민주주의를 선택한 건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모두가 다수가 되고자 할 때 인간은 짐승보다 무섭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로 경험했다. 소수는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프레임에는 다수의 아량을 전제한다. 개개인은 모두 소수일 수밖에 없으니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각자 존중받아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듯이, 사회 서비스도 각 개개인에 맞춤화되어야 한다.


소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믿는다. 조금 더 귀를 열고 눈을 열고 살아야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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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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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박 지음, 포르체, 2020.


잘 구성된 정원을 산책하듯 명시를 산책 할 수 있게 구성된 <내가 사랑한 시옷들>에는 사랑, 존재, 삶을 테마로 총 서른편의 시가 소개되어 있다.


시인의 펜 초상화, 간단한 약력, 영문본 시, 번역본 시, 저자의 시 해설, 영시로 배우는 영어까지 명시 한 편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가 조금은 가깝게 다가와 가슴에 묵직한 여운을 툭 남기고 간다.  


산을 넘을지라도 그대 앞에서 길이 늘 열리기를.
샴페인 케이스를 들고
밤거리를 걷는 일들이 계속되기를.
동물들과 늘 더불어 살고 소들과 까마귀들에게 노래해주시기를.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늘 책을 읽으시기를.
난파할 때조차, 일순 번쩍이는 번개가
그대 얼굴에 번뜩이는 기쁨의 빛을 드리우기를.
강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절망의 낚시 갈고리를 피하시기를.
-
앤 마이클스의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 중에서


그러므로 시는 사랑에 온전히 붙잡힌 사람의 삶을 나열한다.
산을 넘을지라도 그대 앞에서 길이 늘 열리기를이라는
구절은 그대가 막다른 길에 한번도 다다르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막다른 길 앞에 서서 괜찮아, 돌아 나가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라고
중얼거리며 새 길을 열어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삶의 길을 여는 태도를 기원하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발이 미치는 곳마다
그렇게 길이 열리기를 소망하는 마음과 같다. (313)


자극적인 매체들이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시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삶을 살다 보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를 일부러 찾아 읽고 삶에 녹여내는 일이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되기를 소망하며 더 많은 시를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나 반갑다.


진정한 강인함은
자신의 연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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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마법 - 펜 하나로 만드는 가장 쉽고 빠른 성공 습관
마에다 유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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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마법, 마에다 유지 지음, 김윤경 옮김, 비즈니스북스, 2020.


이제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상상되지 않는다. 전화 기능 외에도 주소록, 일정관리, 시간관리, 사진, 장소 검색, 정보 검색 등 많은 부분을 스마트폰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갬성(?)이 남은 부분은 종이책과 자필 메모 정도이다.


책 읽기와 메모는 상호 보완의 관계라 생각한다. 책을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좋은 책 읽기방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자필로 메모하는 것도 좋아해서 여기저기 메모도 많이 적는 편이다. 문제는 정말 여기저기적다 보니 너무 흩어져 있고 체계적이지 않아 다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메모의 마법>은 스스로도, 주변 사람들도 메모광이라 불릴 정도로 메모를 많이 하는 저자가 메모를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저자의 메모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8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한 환경에서 성공을 위해 메모하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메모방법으로 인생의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메모는 성공으로 안내한 나침반이었다고 한다.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엄청난 분량을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메모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나 자신에게 ‘Why’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렇게 얻은 답은 단순했다.
그저 맹렬하게 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생명을 깎아내는 한이 있더라도,
내 인생을 걸고라도 실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128)


이 책은 메모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일반화하고, ‘전용하는 메모를통해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생의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성공에 이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메모의 기술보다는 메모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일상의 어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언어로 표현하는 습관이 관건(107)


나는 메모의 저력은 완전히 다른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정보 전달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지적 생산을 위한 도구로서
메모를 활용할 때 비로소 메모의 진가가 발휘된다.(25)


사업에서뿐만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아이디어는
평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에 눈을 돌려 이를 놓치지 않고
언어화하는 작업에서 나온다.
나는 이런 지적 생산 과정을 통틀어 메모라고 일컫는다.(26)


메모의 장점
1.
지적 생산성이 증가한다.
2.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이 늘어난다.
3.
경청하는 태도가 길러진다.
4.
구조화 능력이 발달된다.
5.
언어 표현력이 향상된다.(35)


사실을 바탕으로 일반화하고, ‘전용하는 과정은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이라는 ..적 독서법과 같다. 질문을 통해 깨닫는(일반화) 과정도 같다. 노트의 좌/우 페이지에 3단계 과정을 기록하고, 생각의 확장을 화살표로 연결하는 과정은 마인드맵과도 유사하다.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알게 된 여러 개의 사실들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나가 실제 적용할 것을 찾는 과정을 연결함으로써 생각의 과정을 이미지화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메모의 마법>에도 저자의 메모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도 이야기하듯 기술적인 부분에중점을 둔 책이 아니라서,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한 사람은 다른 메모 관련 책들을 참고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메모는 생각하기 à 언어로 표현하기 à 메모하기순으로 이뤄진다.(34)


왼쪽 페이지에는 좌뇌 역할에 해당하는 사실을 적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우뇌 역할에 해당하는 발상을 적는 식(37)


메모법
1.
노트에 적은 사실을 바탕으로
2.
깨달은 점을 응용 가능한 크기로 일반화하고
3.
실제 행동으로 전용한다.(43)


메모를 하는 데는 크게 현상을 언어화하는 What 유형과
특징을 추출하는 How 유형, 일반화해서 본질을 알아보는 Why 유형이 존재한다.
(
) 지적 생산과 관련해서는 How 유형과 Why 유형이 좀 더 중요하다.(80)


체계적인 메모하기는 나에게 숙원사업과도 같다. 매년 새해가 되면 어학’, ‘운동과 같은 다른 숙원사업들과 같이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데, 늘 작심삼일로 그치고 있다. 작심삼일도 100번하면 1년이라는데.


<메모의 마법>을 통해 메모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고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고, 습관화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다짐하는 계기 되었다. 작심삼일 100번을 목표로.


메모는 삶 그 자체다.
메모를 하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며,
메모를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인생의 나침반을 찾아가자.
메모를 하면서 꿈을 찾고 열정을 발산하라.
그 열정은 나를 움직이고 타인을 움직이며 결과적으로 인생을,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이다.(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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